총선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야당 심판론'을 들고 나오지만, 현재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체는 정부 여당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야당 심판론'이 꽤 먹힌다"는 말이 나온다. 왜 이렇게 됐을까.
<프레시안>과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유종일 이사장)가 공동으로 기획한 '2016년 총선의 의미와 국민의 선택'의 일환으로 열린 좌담회에서는 이번 총선의 의미와 전망, 신뢰를 잃은 야권이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지 등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이날 좌담회에는 유종일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이사장,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상돈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뉴파티 위원장이 참여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민주주의는 후퇴했고, 언론 자유도 처참한 상황이 됐다. 부동산 경기 부양을 시도했다가 늘어나는 가계부채로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진 후, 갑자기 대출 규제로 돌아서는 등, 관료들조차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다. '콘트롤타워'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조경제는 여전히 손에 잡히는 게 없고, 정부의 '3개년 계획 경제'는 방향타를 잃었다. 그러다보니 정부는 노동시장 개편과 대기업 특혜 몰아주기를 '경제살리기'로 규정하고 매달린다.
이상돈 명예교수는 "8년 간 정부를 이끌어 왔으면 지수가 나온다. 공공 부문 부채가 증가했고, 소득 격차가 세 배로 늘었다. 모두 악화됐다. 나아진 게 없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이런 평가가 사람들에게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경제 정책 실패 이유를 '대외 경제 여건'으로 돌리는 청와대와 여당의 주장이 유권자들에게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명예교수는 "보다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 대담은 지난 26일 오후 2시 서교동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대담의 전문을 주제별로 나눠 3회에 걸쳐 싣는다.
<총선의 의미와 국민의 선택>
① '헬조선', 4.13 총선서 지옥문 닫을 수 있을까?
② 새누리당, 어떻게 2016년 승리를 준비하나
③ 총선, 결국 '민생경제' 책임 다툰다
④ '지겨운' 문재인 vs. '거품' 안철수, 돌파구는?
"실정은 '지수'로 다 나온다. 그런데 朴의 '야권 심판론'이 먹힌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를 해 보자. 이제 4년차에 접어들었다.
이상돈 : 여당은 야당의 '경제민주화' 공세와 같은 것을 피해갈 것이다. 박 대통령과 여권은 경제 위기를 얘기할 것이다. 지난 8년 간 정권을 운영했으면,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인데, 그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그게 상당히 먹힌다. 지금 우리 사회는 경제 구조가 많이 바뀌었다. 거대 노조의 문제점도 물론 있다. 그런데 지금 일자리가 안 생기는 게 노동 개혁이 안 되고, 기업이 보다 자유로운 구조 조정을 못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경제가 안 된다는 논리다. 그런데 그게 상당히 먹히고 있지 않나? 어떻게 생각하나.
이철희 : 어느 정도 먹히는 것 같다.
이상돈 : 8년 간 정부를 이끌어 왔으면 지수가 나온다. 공공 부문 부채가 증가했고, 소득 격차가 세 배로 늘었다. 모두 악화됐다. 나아진 게 없다. 참 황량하게 됐는데, 지금 모든 책임을 갖다가 (국회, 야당, 노동계로 돌린다.) 박 대통령이 전경련 등이 주도하는 서명에 동조를 해 버렸다. 그 주장이 백프로 틀렸다고 말할 수 없지만, 야당이 보다 정교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본다. 과연 8년 전 보다 지금이 더 나아졌나? 야당에서 수치 같은 게 별로 나오는 게 없다. 수사만 있는 것 같다.
유종일 : 사실 (야권에서) 숫자도 많이 제시한다. 성장률도 민주정부 때 더 높았고, 최저 임금 상승률도 더 높았다고 얘기를 한다. 그런데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 전에 민주정책연구원 쪽에 '민생경제 백서'를 매년 발간하는 프로젝트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야당이 민생 문제에 관심이 있고, 대안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백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여기에 쓸 돈이 없다는 것이다. 안 한다. 저는 이런 게 바로 문제라고 본다. 그리고 언론에 다 나오는 얘기들만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니 임팩트가 없고 설득력이 없다. 정부 여당이 야당 발목잡기 탓을 한다. 그 내용을 따지고 보면 그 주장이 옳지도 않지만, 왜 대중에 상당 부분 먹히느냐? 야당이 비판을 하고 반대를 하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게 좀 약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의료 민영화 우려가 있는 부분을 반대한다, 노동개혁에 어떤 부분을 반대한다고 하면서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데, 그냥 '우려'만 해버린다. 그런 데서 야당 주장의 신뢰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야당에는 일관성의 문제가 있다. 이를테면 박근혜 정부가 세제 개편을 했는데, 부자 증세가 일부지만 이뤄졌다. 그런데 야당이 그것을 '세금폭탄'이라고 열광적으로 앞장서서 비판했다. 따져보지도 않았다. 과거 한나라당의 '세금폭탄론'과 똑같다. 괜찮은 방안을 여당이 내놓았을 때 확실하게 서포트하고 그랬으면 신뢰감도 생기고, 여당이 책임을 떠넘기기도 어렵게 되지 않았겠나.
이상돈 : 35%라는 새누리당의 콘크리트 지지율이 유지되는 이유는 이런 것 같다. 이게 더 늘거나 줄지는 않을 것 같다. 전쟁을 경험한 세대가 있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노무현 정권이 북한의 핵을 보는 자세라고 할까? 이런 부분에서 질린 것이다. 거기에다가, 그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 덕분에 모두는 아니지만 70% 정도가 20만 원을 받는다. 이념이고 뭐고 떠나서, (이 지지층은) 복잡한 것은 보지 않는다. 지역적으로도 영남, 특히 대구 경북은 그렇게 돼 버렸다. 소위 부유층들이 야당에 등을 돌리는 것은 '종부세 효과'라고 본다.
정권이 잘못되더라도, 이를테면 부유층들은 노태우 정권이든, 김영삼 정권이든, 김대중 정권이든 들어오더라도 본인들은 관계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하루 아침에 1000만 원 씩 세금 고지서를 받았다. 그게 굉장히 오래간다고 본다. 그 사람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조건 1번을 찍는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유층과 무관한 20대, 30대가 대거 투표장에 가야 할 것인데, 그 사람들은 투표장에 갈 동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독재에 대해서 분노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그런 점에서 야권이 젊은 세대에 기대하는 것도 (오류가 있다.) 나는 그런 부분에서 야당은 상당한 핸디캡이 있다고 본다.
이철희 : 동의를 한다. 내가 어디 가서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 복을 타고났다고 했다가 욕을 많이 먹었다. DJ는 햇볕정책을 통해 북한과 교류를 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종부세를 건드렸다. 이 두 세력이 계속 보이면 (보수 층은) 여당을 무조건 지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원래 보이던 (싫어하던) 양 쪽 사람들이 야당에서 계속 보이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여당을 찍는다. 이것을 깨려면, 이쪽, 즉 야당에 새로운 새력이 등장하면 된다. 대상적 구조가 깨지는 것이니까. 뉴페이스가 등장하면 '양자 택일'이 아닌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이 정체돼 있으니 새누리당이 끊임없이 친노들을 불러 놓는다. 친박과 소위 말하는 친노는 세력 프레임으로 보면 적대적 공존 관계다. 이것을 깨는 게 중요하다. 이것을 안하다보니, 야당은 세대 담론을 끊임없이 꺼낸다. 세대 대결을 통해 뒤집어야 하니까. 그게 2012년 대선이었다. 지금 세대별 인구 구조도 바뀌고 있다. 여전히 익숙한 사람들이 젊은 사람을 선거장으로 끌어내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투표 동기를 주려면 사람이 바뀌어야 하고 프레임이 바뀌어야 한다. 사람도 그대로고 프레임도 그대로다. 그러니 투표장에 안 나온다. 구조적으로 이것을 만회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야권이 못났다는 것이고, 야당 복을 타고 났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박근혜 대통령이 안하무인이 된다. 측천무후(則天武后)다.
유종일 :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대선 때 이회창 씨가 상대 후보였다. 당시 이회창 후보가 TV토론회, 연설 등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과 김대중 정부를 많이 공격했다. 그렇게 하지 않고 노무현 후보를 공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사람들이 보기에 김대중은 김대중이고 노무현은 노무현이었던 것이다. 아직도 야당에는 '유훈통치'라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이 도대체 언제냐. 아직도 동교동계니 친노니 하고 있으니, 젊은 사람이 그 당을 선택하기가 어려운 것 아닌가.
이상돈 : 다음번 선거에서 이른바 '친노 주류'라는 후보가 나오면 새누리당이 평양 비망록을 또 들고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있더라. 다 공개된 그것 말이다. 친노고 호남이고, 두 전 대통령으로부터 자유로운 리더십이 나오지 않으면 야당이 정권을 잡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이철희 : 덧붙이자면 그런 것 같다. 진보, 지금 야권이 싸움을 잘 못한다. 사람들이 식상하다고 평가는 것 뿐만이 (야권이 지지를 못 받는 이유는) 아니다. 진보가 두 번의 집권을 모두 연대를 통해 했다. DJP 연합, 후보 단일화가 있었다. 그런데 연대 담론이나 연대 가치에 대해 보수가 끊임없이 치고 들어올 때 방어를 못했다. 지난 총선(2012년) 때 보수 쪽에서 '종북' 얘기를 하니 갑자기 소극적이 돼 버렸다. 버텨야 하는 싸움에 대해서는 일시적 유불리를 떠나 버텼어야 하는데, 그것을 안 버티고 후퇴하다보니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지금 야권 연대도 하는 것이 굉장히 군색해진 상황이다.
이상돈 : 통합진보당은, 국회에서 최루탄 터트리고 그랬지 않나. 그런 것(야권의 '자책골')을 보면 지난 2012년 대선때 야권이 표를 엄청나게 따낸 것이다.(웃음) 그것은 엄청나게 잘 한 것이다.
이철희 : 선거 하나는 질 수 있다. 그런데 버틸 것은 버티자는 게 있어야 한다. 이번 선거 지더라도 다음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 이런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정치를 해야 하는데, 매번 작은 선거(재보선 등)에서도 올인을 한다. 그런데 계속 진다. 문제점은 안 고쳐진다. 너무 식상한 사람들이 주류를 여전히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있지만, 싸움도 너무 못하는 싸움을 한다. 물론 옛날 사람들이라도 싸움의 기술이 뛰어나면 싸움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것도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정치인들이 카르텔 속에서 순치된다. 싸울줄 모르는 정당이 돼 버렸다. 심각하게 정당이 카르텔화 돼 있다. 이런 구조적인 것을 타파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아무도 안 하는 것 같다.
"야권 내 분석, 새누리당 220석 가능하다더라"
프레시안 : 새누리당 얘기를 해보자. 새누리당의 공천 싸움이 가시화되고 있는데, 어떻게 될까?
이상돈 : 총선까지는 어떻게 하든 갈 것 같다. 총선 이후에 문제가 될 것이다. 총선 이후에는 청와대 눈치 볼 것이 없어진다. 그 때까지는 다 엎드릴 것이다.
최태욱 : 며칠 전 민주당의 전직 고위 당료가 몇몇 의원들을 모시고 전망 분석하는 것을 같이 들은 적이 있었는데, 설득력이 있는 얘기를 하더라. 모든 지역구를 다 꿰고 있던데,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서울은 더민주 당선 가능성이 있는 곳이 4~5석에 불과하다고 한다. 경기도 역시 거의 비슷하다. 4~5석 정도라고 한다. 삼자구도에서 분석한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완패다. 새누리당이 180석, 220석 나온다는 것이다. 다른 전문가의 분석도 들어봤는데, 새누리당 220석이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라고 한다.
야당이 선전할 가능성을 높이려면, 연대를 해야 한다. 안철수 의원이 연대를 굉장히 싫어하던데, 연합, 연대는 정치의 예술이다. 연대와 연합을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빠른 시일 안에 하지 않으면, 그리고 훌륭한 후보를 한 명이라도 더 영입하지 않으면 야당이 대패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돈 : 220대 80이라는 얘기다. 과거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나왔을 때, 여당 쪽에서 수도권에서 힘들게 이겼던 사람들이 모두 '낭패다'라고 했던 것 아닌가. 통합진보당이 있어야 5000표 정도를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다. 여당 입장에서 속은 시원했겠지만, 실제로 그런 말이 있었다. 그리고 지난 2012년 총선 때 '정통민주당'이 나왔는데, 후보가 150명 가까이 됐었다. 그 사람들이 2000표, 3000표 가져갔다. 수도권에서 그 정도 표면 엄청나게 큰 것이다.
국민의당이 서울 경기에서 10명 정도 나오면 연합을 할 채널이 있어야 하지 않나. 지금은 수도권 의원 김한길 의원 등이 그런 채널을 갖고 있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국민의당 같은 경우는 (신생 정당이어서 경쟁자가 없어) 경선 없이 본선 나와서 후보로 뛸 수 있다. 그러면 대거 나갈 수 있다. 당에서 '나가지 말라'고 막을 방도가 없다. 원래 본선보다 경선이 더 돈 많이 들고 치열한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안철수 의원 탈당 전의) 새정치민주연합 그대로 가서 총선을 치렀다고 하더라도 80석 조금 넘기는 수준으로밖에 예측이 안 된다는 점이다. 야당, 큰일이다.
이철희 : 저는 그런 전망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하더라도, 조금은 다를 것으로 본다. 저는 연대를 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인데, 지금부터 연대만 끊임없이 외치다보면 각 당의 기득권 세력들끼리 연대가 된다. 그것은 별 효과가 없다. 산술적 1대 1이 되기 때문에 물론 연대를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크게 먹힐 것은 아닌 것 같다. 각 당이 혁신을 제대로 하고 뉴페이스를 내세워 싸움을 붙으면 저는 해 볼만 하다고 본다. 새로운 얼굴로 총선을 치르는데 거기에서 연대가 잘 이뤄진다고 하면, 저는 여소야대도 가능하다고 본다.
최태욱 : 연대 플러스 새인물. 두 조건이 같이 있어야 한다. 연대만 외치면 안된다. 그런데 보자. 시간이 별로 없다. 안심번호제를 등록하려면 23일 전에 신청해야 하고, 선관위 얘기는 3월 4일까지 끝내야 한다고 한다. 역산해보면, 내일부터 당장 연대의 실무 작업에 들어간다고 해도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그런데 경선도 안하고, 국민의당은 이제 시작이고, 공천 룰도 아직 안 만들어져 있다. 심각한 상황이다.
이상돈 : 국민의당은 광주 전남 공천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 전체를 조망할 여력도 없는 것 같다.
유종일 : 저는 선거 전망을 할 수 있는 능력도 없다.
이상돈 : 누구나 다 마찬가지다.(웃음)
유종일 : 굳이 얘기를 해보자면 '대중의 지혜'라는 게 있지 않나. 국민들도 불안할 것이고 알 것이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놓아 뒀다가는 여당이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가 되는 것 아니냐. 견제 심리가 상당히 발동할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국민들은 지금 정부에 대해 강하게 견제할 수 있는 그런 힘을 야권에 주고 싶어 한다. 문제는 야권이 과연 그것을 받아먹을 자세가 돼 있느냐 하는 것이다.
최태욱 : 이 얘기는 꼭 하고 싶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제안한 야권 전략협의체를 국민의당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호응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부터 연대를 위한 실무 작업을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뭘 믿고 저러는지 모르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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