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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문국현, 날개 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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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몽준-문국현, 날개 돋나?

鄭 '당권 찍고 대권'?…文 '야권 정계개편 중심'?

대선주자군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동작을, 은평을에서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과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당선됐다.

여유 있게 서울 입성에 성공한 정몽준 의원과 대선 이후 존재감이 흐려졌던 문국현 대표의 국회 진출은 향후 대선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통합민주당의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이 추풍낙엽처럼 스러진 것과 대비되며 두 사람의 존재감은 더욱 뚜렷하다.

정몽준, 한나라당 당권 도전할까
▲ 동작을에서 정동영 후보를 물리치고 낙승한 정몽준 의원ⓒ연합뉴스

여론조사에서부터 정동영 후보를 넉넉히 따돌려온 정몽준 의원은 실제 투표에서도 정동영 전 장관을 넉넉한 격차로 따돌렸다.

그러나 선거를 진행하는 동안 정몽준 의원의 위험요소도 분명히 눈에 띄었다. 현대중공업이 소재한 울산동구에서 무소속으로 내리 5선을 하는 동안 정 의원은 국회 입성 자체에는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2002년 대선 중도하차를 제외하곤 전국단위 선거를 진행한 경험도 없었다.

전국 무대에서 '맨 얼굴'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나 마찬가지라는 것. 결과적으로 낙승을 하긴 했지만 정 의원은 '여기자 성희롱 논란' '뉴타운 공약(空約) 논란' 등에서 드러내듯 경솔한 정책과 언행이 눈에 띄었다. 동작을에서는 미풍에 불과했지만 대선 같았으면 메가톤급 이슈가 될 만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7월 당권 경쟁에 뛰어들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피력해 온 정몽준 의원은 2인자 경쟁에 성큼 다가섰다는 평가다. 하지만 정 후보의 당내 기반은 '제로(0)'나 마찬가지다. 총선 기간 수도권 일부 지역에 지원유세를 나가기도 했지만 원내에 '정몽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국 당권 도전을 위해선 합종연횡이 필수적이라는 것. 이 과정에서 오히려 정 의원을 얼굴 마담으로만 활용하려는 세력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또한 여당 대표가 되기 위해선 현대중공업과의 관계 정리도 필수적이다. 법적으로 재정경제위원회 등 일부 상임위를 제외하면 의원이 보유주식을 정리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재벌기업의 대주주가 여당 대표를 할 경우 당 안팎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정 의원 측 관계자는 "당권 도전에 대한 판단을 내리면 백지 신탁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만약 이런 난관을 뚫고 당권을 쥔다고 해도 정 의원이 거대 여당을 통제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췄는지도 미지수다. 정권 초반부터 상처투성이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텃밭인 울산동구에서 동작을로 지역구를 옮기면서 정 의원은 나름의 결단을 내렸지만 이같은 연착륙에는 한나라당 간판의 힘이 컸다. 하지만 대선이 정 의원의 최종 목표인 만큼 이제부터는 그의 정치력에 따라 미래가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국현, '고지식'의 승리…춘추전국 시대에선?

이재오 의원의 텃밭인 은평을에서 당선을 확정지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양복차림으로 지역구를 누볐다. 저녁 유세 무렵 바람막이를 걸치더라도 양복 재킷 위에 잠바를 덧입는 식이었다.

시장과 상가를 누비며 하루에 1000 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는 강행군에 참모진들이 편한 옷을 권하면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니 갖춰 입어야 한다"는 고지식한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문 후보가 지역구를 정할 때에도 참모진들은 종로를 권했다. 질 경우를 감안해도 '정치 1번지'란 상징성이 남는다는 계산에서였다. 출신교인 중동고인 만큼 종로에 걸칠 연고도 있었다.
▲ 문국현 후보는 대선 이후 부진을 일거에 만회했다ⓒ연합뉴스

그때도 문 후보는 고지식하게 버텼다. 정치적 상징성보다 한반도 대운하를 막아야할 과제가 더 시급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3월 초 문 후보가 "대운하 재앙을 막겠다"며 은평을 출마를 선언했지만, 초기에는 지지자들마저 "연고도 없으면서 지역구 관리에 정평이 난 이 의원을 무슨 수로 이기냐"며 반신반의했었다.

참모진들은 문 후보의 '고집을 꺾지 못한 죄'로 "문국현을 사지로 몰았다"는 애꿎은 비판에까지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가끔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의 그 고지식함이 이번 선거에선 빛을 발했다. 정권 실세에 맞선 군소야당 대표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고, '운하 반대'의 최선봉은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아닌 문 후보 자리였다.

지난 3개월 간 이명박 정권의 행태에 실망을 느껴온 젊은 유권자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불거진 한나라당 내 '형님 공천' 논란이 상대인 이재오 의원의 결정적 악재가 됐다. 이 의원은 권력을 잡자마자 파워게임에 몰두하는 '정치꾼'으로 전락했고, 그 틈새를 다선 의원 지역구에선 여지없이 감지되는 '변화의 욕구'가 파고들었다. 아침마다 조기축구회, 약수터, 목욕탕 등을 누비며 쌓아온 '지역구의 전설'은 그렇게 허물어졌다.

승리가 확정되자 문 후보 측 관계자는 "하늘이 원칙을 도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그 의미는 민주당의 참패와 맞물려 더욱 더 도드라져 보인다.

당선이 끝은 아니다. 바야흐로 춘추전국의 시대에 유의미한 정치 세력으로 살아남는 것은 어쩌면 '이재오를 꺾은 문국현'에 주어진 실질적인 과제다. 문 후보의 당선에도 "90억(대선자금)을 들여 배지 하나 달았냐"는 비아냥이 상존하는 것도 현실이다.

문 후보는 선거운동에 돌입하기 전 기자간담회에서 정계개편과 관련해 "총선 전후로 정계개편이 있지 않겠느냐"며 "양심적인 미래 세력들이 창조한국당 중심으로 모이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대선 때부터 지켜온 '문국현 중심 정계개편'에 대한 고집을 버리지 않겠다는 얘기다. 세력의 지평을 넓히는 일에서도 그의 '고지식함'이 유효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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