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내연녀에게 돈을 몰아주는 프로젝트? 2010년 SK에너지 싱가포르 법인의 행적을 보면 그렇게 보일 법하다.
SK그룹 해외 계열사인 버가야인터내셔널이 싱가포르 정부에 제출한 법인 관련 서류를, 재미 블로거 안치용 씨가 추가 확인했다. 안 씨는 그 내용을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했다.
버가야인터내셔널이 설립 직후 한 일은, 최 회장의 내연녀 김모 씨의 아파트를 시가보다 비싸게 사들이는 거였다. 김 씨는 이를 통해 재산을 크게 불렸다.
버가야인터내셔널은 지난 2010년 2월 24일 싱가포르 정부에 설립 신고를 했다. 당시 서류를 보면, 1싱가포르달러짜리 주식 1주로 된 회사이며, 주주는 구모 씨 한 명이었다. 같은 해 3월 2일, 버가야인터내셔널은 주식을 SK에너지인터내셔널에 넘겼다.
이어 같은 해 3월 11일, 버가야인터내셔널은 주주 총회를 열어 SK에너지인터내셔널에 1싱가포르달러짜리 주식 9만9999주를 배정했다. 당시 주총 회의록을 보면, SK에너지 싱가포르 법인장이던 이모 씨가 SK에너지인터내셔널 대표 자격으로 서명을 했다. 이 씨는 현재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요컨대 지난 2010년 3월 당시 이 씨는 SK에너지 싱가포르 법인장과 SK에너지인터내셔널 대표를 겸하면서 혼자 버가야인터내셔널 주식을 확보하고, 혼자 주주 총회를 열어, 혼자 증자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같은 해 4월 23일, 버가야인터내셔널은 최 회장의 내연녀 김 씨가 보유한 서울 서초동 아펠바움 74평형 아파트를 24억 원에 사들였다. 시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었다. 김 씨는 2년 만에 8억5000만 원대 차익을 챙겼다. 버가야인터내셔널 주주 대표 역시 SK에너지 싱가포르 법인장 이모 씨였다. 2010년 당시 SK에너지 싱가포르 법인의 행적에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버가야인터내셔널이 오로지 최 회장 내연녀 지원을 위해서만 설립된 '페이퍼 컴퍼니'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SK그룹 측은 버가야인터내셔널이 2010년 4월 이후 대규모 증자를 했다고 밝혔다. 같은 해 3월 설립 당시 자본금이 1싱가포르달러에 불과했던 건, 법인 설립 편의를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건, 이후 자본금을 늘렸으며 실제 사업을 했다는 점이라는 설명이다. 직원 규모는 작지만, SK에너지인터내셔널의 자회사로서 원유 트레이딩 등 사업을 했다는 게 SK그룹 측 설명이다.
금융 당국은 현재 SK그룹의 최 회장 내연녀 지원 의혹을 조사 중이다. 버가야인터내셔널의 역할도 조사 대상이다. 설령 '페이퍼 컴퍼니'가 아니더라도, 버가야인터내셔널이 최 회장 내연녀의 아파트를 비싼 가격에 산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배임 등 경제 범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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