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가 4.13 총선에서 '진보 정치 1번지'로 불리는 경남 창원성산 지역구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대법원의 '삼성 X 파일' 사건 유죄 판결로 의원직을 잃고, 정의당 대표 경선에서도 심상정 현 대표에게 석패한 그가 여의도에 화려하게 복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 전 대표는 1일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이번 총선에서 진보 정치의 1번지 창원을 복원하라는 정의당 당원들의 명령과, 정권 교체의 밀알이 되라는 시민들의 요청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제20대 총선에서 창원시 성산구에 정의당 후보로 출마할 것을 엄숙하게 선언한다"고 밝혔다.
창원성산이 '진보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이유는, 과거 전국 최초로 진보 정당 지역구 의원을 배출한 곳이기 때문이다. 17·18대 국회에서 권영길 의원이 이 지역구(당시 지역구 명칭은 '창원을·乙') 의원으로 국회에 진출했다.
노 전 대표는 출마 선언문에서 "정권 교체를 위한 '영남 벨트', 창원에서 시작하겠다"며 "이번 총선에서, 집권 여당의 일당 독재 지역인 경남에서부터 새누리당을 견제하지 못한다면 지금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역사의 퇴행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유로 "최근 박근혜 정부를 보면, 더 쉬운 해고를 강요하는 노동 개악 정책이나,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정부조차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역사의 퇴행을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노 전 대표는 "창원성산에서 진보 정치의 자존심을 세워 가겠다"며 "저 혼자만 당선되지 않겠다. 김해에서, 거제에서 총선 승리를 통해 시민의 꿈, 노동의 희망이 확산되게 힘을 모아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원에서 야권 연대의 모범을 창출해 경남 전 지역으로 확산시키겠다"며 "노회찬이 '경남의 정치 1번지' 창원에서부터 대한민국을 바꿔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지역구민들을 향해 "창원에서 사람의 가치를 높이겠다"며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도시로 만들어내겠다. '저녁이 있는 삶'만이 아니라 '아침이 반가운 창원'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제조업 중심도시 창원이 교육과 환경에서도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명품 도시로 거듭나도록 도시 발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 창원 시민이라면 누구라도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아는 문화도시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그 동안 창원을 진보 정치의 1번지로 만들어내 것은 이념도 조직도 아닌 바로 시민 여러분들의 꿈과 희망이었다"며 "그러나 오늘날 진보 세력은 갈라서고 상처입고 온 동네의 천덕꾸러기처럼 되었다. 죄송하다"고 하기도 했다.
그는 "제 생애 첫 직업은 전기 용접사였다. 노동법이 무시되고 인간 이하의 대접이 강요되던 현실을 고쳐보려고 전기 용접 2급 기능사 자격을 취득하고 노동현장에 투신했다. 그 대가는 3년에 가까운 옥중 생활이었지만 한 번도 이를 후회한 적 없다"며 "그 후 10년에 걸친 천신만고 끝에 진보 정당을 만든 것도, 두 차례나 국회의원이 된 것도, 국회의원직 박탈을 두려워하지 않고 '삼성 X 파일'을 공개한 것도 모두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는 사회를 만들려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서였다)"라고 했다.
구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그의 라이벌이자 동반자였던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당 상무위원회 공개 발언을 통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심 대표는 "노 전 대표는 진보정치를 대표하는 정치인이고 우리 정의당의 간판"이라며 "노회찬의 창원성산 공천은 이번 총선에서 2000만 노동자의 대표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정의당의 정치적 의지를 담은 것이다. 당이 노 전 대표를 창원으로 보내고, 창원을 넘어 거제·울산·포항 등 '영남 진보벨트 복원'이라는 중책을 맡긴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심 대표는 "정의당은 노회찬과 함께 창원을 지역주의 정치 붕괴의 진앙지로 만들어 갈 것"이라며 "늘 그랬듯 선당후사의 자세로, 당의 판단과 요구를 믿고 결단해준 노 전 대표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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