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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만 좋아지면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서리풀 연구通] 사회 정책과 정신 건강

얼마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주관적 건강 평가 수준에서 한국이 최하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 15세 이상 한국인의 35.1%만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좋다'고 평가하여 OECD 평균인 69.2%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나타난 것이다. (☞관련 자료 : The Health Status and Health Care Use of Koreans: A Glance Through OECD Staistics)

주관적 건강 상태뿐만이 아니다. 사회의 전반적 삶의 질을 반영하는 지표들 중, 자살률과 노동 시간과 같은 부정적인 지표에서는 최상위를, 행복도와 같은 긍정적인 지표에서는 최하위를 기록한다는 사실은 '헬조선'의 현실을 여과 없이 반영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OECD 평균보다도 높은데, 이는 결국 우리나라 국민들이 불행하고 좋지 못한 건강 상태로 오래 산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우리네 일상적 삶의 조건들이 불안정해지고 있음을 반영하며,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나 불완전하게 작동하고 있는 사회 보장 체계 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사회과학과 의학(Social Science & Medicine)>이라는 국제 학술 잡지에는 바로 이러한 경제 침체와 사회 정책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가 발표되었다. 영국 리버풀 대학의 벤 바르 교수 팀은 영국 잉글랜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약 10년 간 지속된 경기 침체와 그와 동시에 진행된 복지 개혁이 정신 건강의 불평등 경향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에 주목하였다. (☞관련 자료 : Trends in mental health inequalities in England during a period of recession, austerity and welfare reform 2004 to 2013)

영국에서는 2008년부터 경제가 침체되기 시작하고 실업이 증가하면서 정신 질환 유병률과 자살률이 증가하였다. 그러나 2011년 이후 경제가 회복되고 고용률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정신 건강 수준은 지속적으로 악화되었는데, 연구팀은 이것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탐구하고자 한 것이다.

연구 팀은 '분기별 노동력 조사(Quarterly Labour Force Survey)' 자료를 이용하여 잉글랜드 지역의 생산 가능 인구 가운데 정신 건강 문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비율을 파악하였으며, 이때 정신 건강 문제는 우울증, 신경증, 불안, 정신 질환, 공포증, 공황 장애 혹은 기타 신경 질환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경우로 정의하였다.

분석 결과, 우선 정신 건강 문제 보고 비율이 높은 집단은 교육 수준이 낮으며 노동 활동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여성 중 교육 수준이 낮은 집단은 높은 집단에 비해 정신 건강 문제를 가질 확률이 1.29%포인트, 남성은 1.36%포인트 높았으며 노동 시장에 참여하고 있지 않는 집단은 참여하고 있는 집단보다 10~15%포인트 높았다. 즉, 복합적인 취약성을 가진 집단에서 정신건강 역시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잉글랜드 지역민들의 정신 건강 수준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와 2009년 이후가 그 경향성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앞의 기간 동안 정신 건강 문제의 발병률은 약간 증가하기는 하나 비교적 완만하고 안정된 추세를 보인 반면, 2009년 이후에는 더 가파르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각 경제 지표의 영향력을 살펴보니, 실업률이 1%포인트 높아질 때마다 정신 건강 문제 발병률은 0.15%포인트, 주급 임금이 10파운드 하락할 때마다 0.03%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실업과 임금 하락으로는 정신질환 유병률 증가의 일부(약 36%) 밖에 설명이 되지 않고, 특히 2009년 이후로는 실업률이 뚜렷하게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경제적 요인만으로는 정신 건강 문제의 증가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었다.

경제적인 요인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면, 과연 어떠한 요인들이 정신건강을 악화시킨 것일까? 연구 팀에서는 이에 대해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하는데, 우선 첫 번째로 불안정한 고용의 증가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즉, 영국에서는 2011년 이후 고용이 증가했으나 이러한 증가는 주로 시간제 일자리, 호출형 근로 계약(zero hours contracts) 및 자영업을 포함하는 불안정한 형태의 고용 증가로 이루어졌고, 이것이 정신건강 악화와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노동 시장 미참여자들에게서 관찰된 정신 건강 문제의 증가 현상을 제대로 해석할 수 없는데, 그런 측면에서 두 번째 설명은 보다 설득력을 갖는다. 이는 2010년 이후 시행된 복지 개혁이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설명으로, 이 시기 영국에서는 복지 수당을 받기 위해 적극적인 구직 활동을 해야 했고, 직업 훈련을 받고 무급의 현장 실습에 참여해야하는 등 수급 자격 요건이 까다로워졌다.

동시에 미디어에서는 복지 수급권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보도가 증가해 왔고, 수급권자에 대한 오명이 확대되면서 잠재적으로 이들에 대한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복지 수급권자의 대다수가 연구에서 나타난 정신 건강 취약 집단, 즉 정신 건강 문제를 가질 확률이 높은 집단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설명은 보다 타당성을 갖는다.

영국의 사례에 한정되어 살펴보았으나 한국에서도 복지 정책의 변화가 취약 계층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될 경우 이들의 정신 건강을 악화시켜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최근 정부에서 시행하고자 하는 저성과자 해고와 주 60시간제 도입, 수습 기간 4년 등을 포함한 노동 개혁과 누리과정 예산 지원 중단, 장애인 연금 삭감과 같은 복지 수당 감축 등은 취약 계층에게 더 큰 부담을 주고 이들의 정신 건강 문제를 악화시킬 소지가 크다.

장기간 경기 침체 상황에서 정신 건강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사회 정책이 특히 취약 계층에 대한 보호 장치로서 온전히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경기만 회복된다고 해서 우리가 더욱 행복해지고 건강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영국의 사례를 통해 다시 한 번 유념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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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민건강연구소는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지향하는 건강과 보건의료 분야의 싱크탱크이자, 진보적 연구자와 활동가를 배출하는 비영리독립연구기관입니다. <프레시안>은 시민건강연구소가 발표하는 '시민건강논평'과 '서리풀 연구通'을 동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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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한동우
2016-01-31 15:24:19
00
경제가 성장할 수록 불평등이 심화된다. 사무친 고통속에서도 희망 하나로 50년 경제개발잘을 견뎌 온 서민들에게 이 무슨 청천벽력인가. 경제개발에는 희생이 따른다고 했기에 저임금을 숙명으로 받아드리고 이제나 저제나 형편 펼 날만 고대하던 노동자들. 꼭 탄압이 무서워서만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점점 나아질 앞날을 기약하며 누구라도의 희생이 있어야 한다니 변변한 쟁의 한번 감행치 못한 채 이제 70 다 된 나이로도 아들 손자에게 그래도 그져 열심히만하라고 타이르던 어제 오늘은 허망하게 끝나고 마는가.
딱해서 보다 못한 학생들이 노동자를 돕겠다고 민주화만이 살길이라고 외쳐댈 때 꼭 고마운 것만은 아니었다. 핏종발이나 있는 젊은이들이 나서는 걸 구지 마다할 이유는 없었지만 그들의 희생이 안라깝고 또 누구라도 짐을 져야 한다면 하는 수 없는일 아닌가. 국가시책이요 많이 배운 사람들 높은사람들이 두는 장기니 이기지 않겠느냐 기다리면 떡이 나올 터인데 너무 성급하게 굴지 말라고 때로는 우리보다 너희들 장래를 위한 투쟁 아니냐고까지 했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이제나 저제나 하더니 이제 까놓고 더 이상은 안된다니. 헛꿈을 안겨주던 놈들 다 어디갔나. 그 전문가 학자들 맞장구치던 해외석학들 뭐라고 말좀 해보소. 노동자 사이에서도 파이를 먼저키우자지만 맨 헛소리다. 커진 파이가 누구 손에 넘어가는가. 움켜쥐면 더 움켜쥐려 할 뿐 한번 움켜쥔 것 절대 안내놓으려 한다. 처음부터 같이 먹자고 대들어야 한다는 선동이 있었다. 그런데 나라에서 하는 일이다. 머리 좋은 양반들의 다짐이다하고 슬슬 그 말 잘 듣지 않았었다.
우리 농업 우리 토박이산업은 줄잡아 5백년을 쉬운 말로 소작제로 군주 그 측근들이 소작료를 받아먹고 살았다. 90퍼센트가 농민 그 70퍼센트가 소작농이었다. 소작료가 후한 때는 성군이라 좋아했고 가렴주구는 폭군이라 반항(란)했다. 조선조 말기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민란이 이어졌다.일본이 대를 이어 지주노릇을 할때도 각지에서 소작쟁의가 있었다. 해방. 경자유전 토지개혁이 있었다. 경제개발 산업화 가속으로 90퍼센트 농민의 70퍼센트가 도시진출 도시인구 90퍼센트가 된 오늘의 한국모습이다.
우리 노동인구 3천 5백만 그 70퍼센트 넘는 2천5백만이 불안노동자(저임금 임시직 주택 자녀양육비 곤궁)다. 이들의 가계부채 천2백조원. 그런데 통탄스럽게도 더는 개선될 희망없고 악화될 전망이라니. 이 딱한 노릇을 어쩌랴. 누가 장기를 잘못 두었는가. 마름질을 잘못 해 옷감을 버렸는가. 이 나라 양반들 명문대출신 해외박사들.파이를 키우자고 우쭐대기 좋아하는 군인들을 꼬득인 준재들.안됩니다 말 한마디 못한 이나라 지성의 총화가 안타까울 뿐이다.
다른 나라도 다 겪는 일이라고. 그렇지 않다 경제개발 초기 우리에게 없었던 건 자본 기술이었다. 그런데 그 자본을 정부가 허가해서 외국에서 들여왔다. 서로 따먹으려 머라가 터졌다 기술도 정부의 허가로 확보했다. 내자(은행융자)도 정부가 허가했다. 알게 모르게 뒷돈 앞돈을 질러야 했고 줄을 잘 타야 성공할 수 있었다. 그 결과가 거대재벌이었다. 요즘 살길이라고 떠드는 기업가정신 창의력 독자기술 경쟁력은 육성되지 못했다. 아니 그럴 여유가 없이 재벌들이 권력 눈치보기 바빴다.
지금 재벌들 수출이 안된다고 아우성이다.시장이란 잘 돌아갈 때도 있고 죽쑬 때도 있다. 그런데 우리 재벌(기업인)들은 그 돌파력이 없다. 초등학교만 나오고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어 다른 나라 기업인들 처럼 고등하교진학 못했다. 방안포장으로 만족하다 지금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일본은 군국주의로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정경유착이 있었지만 권력이 우리보다 정직 청렴했다. 당시 세계시장도 경쟁력이 치열하지 않았다. 일본 그 틈을 비집고 성공한 세계유일국가이다.
우린 오히려 자체기술개발 자체기업정신을 강화했어야 했다. 지금 사단이 벌어진 내력이 이와 같을 진대 신판소작제 신판고리채를 정리하고 한참 숨을 돌린 뒤 다시 전진할 길 밖에 없다. 외국사레를 자꾸 대면 안된다. 우린 유일하게 멍든 나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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