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탈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 영입을 위해 공을 들여왔던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의원은 21일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저는 지금 현재의 자리에 남아 오랫동안 몸과 마음을 다해 정성을 쏟아온 경제정의, 사회정의를 위한 일에 집중하겠다"며 "우리 당의 혁신에도 더욱 노력하고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답답함과 혼돈 속에서 영롱한 결정체를 보게 된 것은 신영복 선생님을 떠나보내며 다시 읽게 된 그분의 글이었다"며 "붓을 가누어 그은 획이 비뚤어져 버린 때에 우선 부근의 다른 획의 위치나 모양을 바꾸어 그 실패를 구하고자 한다"는 고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글을 소개했다.
박 의원은 "지난 2014년 여름 흔들리는 배 위에서 활을 쏘아야 했던 여름, 참 많이 울었다. 그 때 흔들리는 배 위에서 활을 쏘던 아픔은 저를 성숙시키고 발효시킨 스승이 되었다. 다만 그때 당이 변화를 수용했더라면 지금의 분열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은 남는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에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다 실패했던 사례를 상기시킨 것이다.
박 의원은 더민주에 남기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 "새 경제를 위한 경제정당으로의 변신이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박근혜 정권이 선거용으로만 부르짖고 폐기한 경제민주화를 실천하는 것이 청년일자리와 젊은이의 미래를 약속하는 길이라 여겼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제 국민적 갈망이 담긴 경제민주화의 길, 그 실천가능성이 더불어민주당에 찾아왔다. 저는 제가 그동안 해왔던 대로 경제정의, 사회정의를 위한 경제민주화와 정치혁신의 길에 미력하나마 매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떠나신 분들과 새로 오신 분들 모두가 소중하다. 모두가 민주주의라는 성곽을 이루는 주춧돌이요 벽돌이다. 언젠가는 하나가 되어야 할 식구"라며 국민의당과 연대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이어 "알에서 깨어나려면 안팎에서 함께 부리를 모아 쪼아서 세상을 열어야 한다는 4자성어 줄탁동시(啐啄同時), 그 마음으로 그렇게 안과 밖에서 힘을 모아 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의 영입으로 당이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박 의원은 김 위원장이 주도하는 선대위에서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꼬이고, 또 꼬이는 국민의당
박영선 의원을 영입하는 데 실패한 국민의당은 답답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합류할 것으로 관측되던 최재천 의원이 제 3지대에 남기로 했고, 박지원 의원과 가까운 이윤석, 이개호 의원 등 호남 의원들의 탈당 행렬도 잦아들었다. 여기에 입법 로비 의혹으로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신학용 의원을 받아들이면서 역풍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국민의당이 영입하려 했던 조경태 의원이 새누리당을 택한 것도 충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민의당은 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에 구애를 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전날 천정배 의원을 만나 통합과 관련된 의견을 주고받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천 의원과 연대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히자 국민의당이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안 의원과 천 의원은 현재 '야권 연대'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야권 연대는 결코 안된다는 입장이지만 천 의원은 연대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이 비례대표를 줄이고 지역구를 253석으로 늘리는 새누리당의 선거구획정안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일종의 '자충수'다. 제 3당을 목표로 하면서 제 3당에 불리한 룰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셈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당헌기초위원장인 유성엽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서라도 이 문제를 풀어낼 수 밖에 없지 않냐는 고육책"이라고 밝혔다.
농촌 지역구를 가진 황주홍 의원(전남 장흥군·강진군·영암군) 등 일부 호남 의원들은 '지역구를 없애면 안된다'는 강한 입장을 탈당 전부터 고수해 왔다. 지역구 기득권을 고수하는 모습이다. 신당에 합류하면서 신당에 불리한 룰을 고수하는 희한한 상황은 이미 예견돼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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