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사)한반도 평화포럼과 국회한반도평화포럼,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20대 총선과 남북관계'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실종된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을 시민 관점의 통일 대박론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 이후 '국가전략으로서 남북 경제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졌다"면서도 "그런데 통일 대박론은 이를 어떻게 이뤄낼지 대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시에 "통일 대박론은 결국 남북이 협력하자는 주장을 '종북'으로 매도할 수 없는 상황을 조성했다"고 진단했다.
이 전 장관은 "결국 통일 대박론이 남북 협력을 통해 한국사회의 새로운 도약을 추구한 포용정책의 비전과 다르지 않다"면서 비어있는 통일 대박의 '방법론'을 남북 협력으로 채워나가는 방향으로 선거 어젠다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 역시 "이념보다는 실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통일 대박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을 반통일 세력으로 몰아치기보다는 통일 대박의 부실한 부분을 채워서 같이 만들어나가자고 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 전 대표는 "먹고 살기 위해서 중국에 있는 한국 사람이 117만 명 정도 된다고 한다. 남북관계가 좋은 상황이라면 남북을 오가면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지 않나"라며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나'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20대 총선, 북한 아닌 다른 프레임으로?
한편으로는 남북 화해와 협력이 올바른 남북관계의 방향이라고 해도 선거 국면에서 야권이 이 문제를 공세적으로 제안하기보다는 다른 프레임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선거에서는 '남북 평화가 대박이다, 협력이 대박이다'와 같은 논리로 '통일 대박'에 대응하기보다는, 차라리 '복지 대박'과 같은 새로운 어젠다를 가져가는 것이 유용하다"고 진단했다.
이 소장은 "2010년 지방선거 때 천안함 문제를 가지고 여권이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여당이 다소 고전했다"며 "이 때문에 이번에도 당시 야권에서 제기한 무상급식과 같은 어젠다를 가지고 대응하는 것이 더 유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현재 젊은 층에서도 상당히 보수화돼있다는 점, 재계로 일컬어지는 이른바 '시장 보수' 쪽에서 북한이 한국 경제의 돌파구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햇볕정책에 기반한 이른바 '북방경제론'이 대중적 지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이슈를 어떻게 활용할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소장은 "남북관계에서 경제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것은 좋다고 보는데, 정치적으로 하나의 소재가 되거나 이슈로 제기될 때는 현실적으로 소구력이 떨어진다"며 "특히 포용이든 햇볕이든 남북 화해 정책이 (국민들에게) 감성적인 소구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종석 전 장관은 "현재 남북관계 국면이 과거와 다르다"면서 "판이 바뀌어서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자고 광범위하게 치고 나가도 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당시 야당이 정부가 북한에 '퍼주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었는데 우리도 북한의 미래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과 같이 간단명료한 용어를 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 전 장관은 이러한 정책적 방향이 실제 선거의 전략적·전술적 측면에서 어떻게 배치돼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번 선거에서는 북한 변수가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남북관계나 평화 담론 등이 전면에 나설 상황은 아니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 소장은 "야권 분열로 박빙의 승부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권이 북한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고 예측했다.
그는 "다만 야권 및 진보진영이 제기한 선거 프레임이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경우 야당의 이러한 움직임을 분화시키기 위한 프레임으로 여당이 북한 변수를 활용할 여지는 남아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노회찬 전 대표 역시 "정부 여당이 굳이 북한의 핵실험 문제를 강하게 부각시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핵실험을 다루는데 있어 사실상 정책적 실패를 가져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대표는 오히려 야권 내에서 북풍이 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세력이 나뉘어진 야권이 각자 중도 성향의 지지자를 끌어온다는 것을 명분으로, 안보에 있어서 전체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취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는 "여론조사를 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지지도의 합이 분당 이전보다 높다는 점에서 야권지지층이 넓어졌지만, 이게 공짜는 아니다"라며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북한 문제를 선거에서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데, 남북문제에 대해 수구적 여론에 기대어 표를 얻는 것이 야권 내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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