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셀프 상임위 부결 후 본회의 부의'란 국회선진화법 87조를 이용해 국회선진화법 개정 시도를 본격화함으로써 정의화 국회의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 의장은 1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잘못된 법을 고치는 데 있어서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면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새누리당이 국회 본회의 부의 절차를 밟고 있는 국회선진화법 개정안(권성동 대표 발의)의 본회의 상정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은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를 단독으로 열어, 국회의장의 법안 직권 상정 요건에 '재적 과반수 의원의 요청이 있을 경우'를 추가한 국회법 개정안을 현장 상정 후 5분 만에 '셀프 부결'했다.
이는 상임위에서 부결될 법안을 7일 이내에 의원 30명이 요구하면 부활시켜 곧바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도록 한 현행 국회법 87조를 이용하기 위한 첫 단계였다.
이렇게 국회선진화법을 바꾸면, 과반을 점한 다수당이 원하는 어떤 법이건 소관 상임위원회의 심사나 토론 없이 본회의 표결에 바로 부쳐질 수 있게 된다. (☞관련 기사 : 새누리, 선진화법 폐기 착수…'박근혜법' 날치기 포석)
박근혜 대통령이 조속 처리를 계속 주문하고 있는 서비스발전기본법이나 기간제법 등 노동 4법이 이 국회선진화법안을 활용해 우선적으로 일방 처리될 것이 예상되는 법안들이다.
문제의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의 대표 발의자이자 새누리당의 전략기획본부장이기도 한 권성동 의원은 이날부터 곧장 해당 법의 국회 본회의를 위한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정 의장의 판단이 중요해지는 때는 이 다음부터다.
30명의 서명이 모여 해당 법이 국회 본회의로 부의되면 정 의장은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에 부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의사 일정 목록 작성 권한은 정 의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정 의장을 거듭해서 압박했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국회의장의 결단이 국회의 혼란을 막고 왜곡된 의사 결정을 바로잡는 핵심 열쇠"라면서 "국회의장이 너무 명분에만 치우치면 19대 국회는 역대 최대 무능 국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안 처리에 있어 여야 '합의' 정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해 온 정 의장에게 그 명분이 아닌, 국회선진화법의 개정을 선택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동시에 정 의장의 주변 인사인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의 거취 문제를 거론하며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박 사무총장이 "공공연히 안철수당으로 간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이면 국회의장이 해임해야 한다"고 이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운영위 폭거를 사과하고 본회의 부의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면서 "새누리당의 몰염치한 '고의 부결'은 법 취지에 아예 어긋나고 자동 상정까지 되는 것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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