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큰 부장관은 지난 17일 일본 공영방송 NHK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한인 시민단체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과 한국 사이에 이뤄진 합의를 지지해주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블링큰 부장관은 방송에서 한일 양국 지도자의 노력과 용기, 미래에 대한 비전이 이번 합의를 이끌어냈다면서 "이번 합의로 한일 양국이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다른 이슈들에 대해 공조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내 한인 시민단체들이 한일 양국 정부의 합의 정신을 따라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이 공개적으로 받아들이라고 촉구하고 있는 한일 위안부 합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비롯, 아베 정부와 집권 여당 주요 인사들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동 발표문 형식으로 발표된 이번 합의의 첫 번째 항에는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당시 이 항목을 두고 일본 정부에게 국가 범죄, 전쟁 범죄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가해자로서 일본 정부나 일본군이 확실히 명시되지 않았고, 군이 '관여'했다는 것 외에 일본이 국가적·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어떠한 표현도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책임을 통감한다"는 부분에서 '도의적'이라는 단어는 제외됐지만, 어떤 책임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일본이 법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 바 있다.
이러한 우려는 합의 이후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부 여당의 한 의원이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발언을 한 데 이어 이번에는 아베 총리 본인이 일본군의 강제 연행은 없었으며, 위안부 문제는 전쟁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일본 <지지통신>은 아베 총리가 18일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지난해 말 한국과 일본 간에 이뤄진 합의가 일본군 위안부를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지지통신>은 그러면서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법적으로는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밝힌 뒤 "정부가 찾아낸 자료들 가운데 '군이나 관헌에 의해 강제 연행이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것은 없다'는 지난 2007년의 정부 답변에 대한 입장에도 아무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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