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안에서 펼쳐지고 있는 '험지 출마' 풍경이 코미디급입니다. 이유도 없고 질서도 없습니다. 부조리 그 자체입니다.
안대희·오세훈 두 사람이 험지라면서 고른 지역구가 정말 험지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조율하지 않고 뭐했느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험지 출마극을 코미디로 보는 이유는 이런 것 때문이 아닙니다. 이런 이유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한 마디로 뜬금없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험지 출마론은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전·현직 당대표들에게 권고한 사안이었습니다. 이유도 분명했습니다. 당이 어려운 처지에 빠진 데 대해 가장 먼저,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이 전·현직 당대표들이니 백의종군·선당후사의 모범을 보이라는 것이었죠.
새누리당은 험지 출마론을 꺼내 들 이유가 없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제 입으로 180석 획득을 자신하는 판입니다. 당이 어려운 게 아니라 너무 잘 나가 부자 몸조심해야 하는 판입니다. 더민주처럼 백의종군·선당후사를 요구할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험지 출마 요구를 받은 인물들은 특별히 뭘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도 아닙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당에 관여한 바가 없습니다. 굳이 찾자면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 몸담은 전력뿐인데 이 전력은 새누리당 입장에서 표창장을 줄 전력이지 험지출마로 책임 물을 전력이 아닙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시장 재직 시절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리수를 뒀다가 사퇴한 전과가 있긴 합니다만 새누리당 안에서 현재 이 전과가 문제가 되고 있다는 얘기는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본인은 관악을 보궐선거에서 정성을 다해 선거운동을 도왔으니까 '기본'은 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고요.
새누리당이 험지 출마론을 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굳이 찾자면 유명세밖에 없는데 이걸 내세우면 김무성 대표부터 유탄을 맞습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의 지명도가 높고 오세훈 전 시장의 인지도가 높다 해도 김무성 대표만큼이야 높겠습니까?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당 일각에서 잠깐 나왔던 험지 출마 요구를 일언지하에 잘랐습니다. 두 사람에겐 험지를 고르라고 해놓고 말이죠.
달리 해석할 길이 없어 각을 틀어봤습니다. 험지 출마론은 대외용 수사일 뿐 실내용은 표적공천 아닐까 하는 물음표를 찍어봤습니다. 욕심은 끝이 없는 법, 180석이 아니라 200석을 향해 조금이라도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명도 있는 인물을 야당 강세 지역에 출전시키는 것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었는데요. 이조차도 아닙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선택한 서울 종로의 경우 현역 의원이 정세균 더민주 의원이라고는 하지만 여당세가 만만치 않은 지역이고, 안대희 전 대법관이 선택한 서울 마포갑의 경우 강승규 현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이 '다 된 밥'으로 간주하는 곳입니다.
그만 하렵니다. 코미디를 논리로 분석하는 것도 코미디입니다. 그런 행위 자체가 부조리합니다. 하나의 키워드만 부여잡겠습니다. 바로 '웰빙'입니다.
새누리당에 따라붙는 꼬리표가 '웰빙 정당'이었죠? 대한민국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사들로 구성돼 찬밥의 설움과 야생의 고난을 모른다 하여 붙여진 꼬리표인데요. 험지 출마극에서도 이런 웰빙 기질이 재연됐습니다. 새누리당스러움이 다시 표출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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