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초치(招致)'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이 용어 선택에 있어서 결례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13일 기자회견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주요 개혁 법안을 비롯해서 경제 활성화 법안이 줄줄이 좌초돼 있다"는 지적과 함께 법안 처리와 관련한 '묘안'에 대해 질문이 나오자 "제가 국회까지 찾아가서 법안 통과 꼭 해 달라고 누누이 설명을 하고, 야당 대표 전부 청와대에 초치해서 그걸 여러 차례 설명을 하고 그랬는데도 지금까지 통과를 시켜주지 않고 있다 그러면, 이제 국민한테 직접 호소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국민이 직접 나서주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문재인 대표를 청와대로 "초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추후 배포한 질의응답 보도자료에는 "초치"가 '초청'으로 바뀌어 있었다. 물론 이는 실무자의 단순 실수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현장에서 박 대통령은 "야당 대표 전부 청와대에 초치"라고 말했고, '초치'라는 단어를 정확하게 구사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단어의 뉘앙스다. 초치의 사전적 의미는 "불러서 안으로 들임"이다. 그러나 쓰임새를 보면, 이는 주로 상급자가 하급자를 불러들일 때 사용하는 말이다. 우리 정부는 독도 문제나, 위안부 문제 등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망언'이 있을 경우, 주한일본대사를 외교부청사로 불러들일 때 등에 이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사전 일정 논의 없이 '외교부로 오라'고 사실상 강제하는 의미다. '초치했다'는 것 자체가 '항의'의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외국 대사의 신변에 제약을 가하는 것이어서 그렇다. 사실상 특정 장소로 이동하도록 강요하기 때문이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는 야당 대표나 국회의장을 청와대에 불러들일 때 '초치'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그러나 이는 권위주의 독재 정권 시절에 가능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최근에는 야당 대표나 국회의장을 '초치했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단어에서 상대를 격하하는 뉘앙스가 풍기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바라보는 인식이 은연중에 드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권위주의적 태도가 무의식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우 부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초치 발언은 유감이다. 야당 대표를 대화의 파트너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을 들어야 할 사람' 쯤으로 격하시키는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왕이 여러 유생들을 초치하여'라는 표현이 나오기도 하고, 외교적 항의의 표시로 일본대사를 초치한다는 표현이 쓰이기도 한다. 말 한마디에서 상대를 대하는 태도가 나오는데 대통령의 표현으로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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