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박(진실한 친박)'을 자처하는 이들의 릴레이 출마로 대구 정가가 시끄러운 가운데,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 12일 오후 공식 퇴임하며 4.13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추 실장은 이종진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 출마할 예정이다.
애초 이곳에 '진박' 후보로서 출사표를 던졌던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추 실장이 출마 선언을 하기 하루 전날 대구 중구남구로 출마지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달성에서 공약까지 제시해 가며 선거를 준비하던 후보가 돌연 지역구를 바꾼 터라, 대구 현역 물갈이를 위한 진박계의 '후보 돌려막기'라는 따가운 시선도 나온다.
추 실장은 이날 "경제를 살리고 경제 강국을 만들기 위해 정치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는 내용의 '퇴임의 변'을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그는 "정부가 국민을 위해 아무리 좋은 정책과 아이디어를 갖고 이를 실천하고자 해도 국회의 입법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물거품이 될 뿐"이라면서 "국민들은 경제 활성화, 구조 개혁 법안들이 국회에서 꼼짝을 못 하고 있는 현실을 암울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 관심 법안들이 19대 국회에서 뜻대로 처리되고 있지 못한 상황을 언급하며, 현역 의원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 실장의 출마 선언 직전 '급' 출마지를 변경한 곽상도 전 민정수석은 "달성군민과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안정적 의석 확보라는 더 중요하고 시급한 책임 앞에 불면의 밤을 보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또 "대구 몇몇 국회의원들이 박 대통령의 후광을 잊고 정치적 이해관계로 몸을 사리는 존재감 없는 존재로 전락했다"면서 "'배신의 정치'를 끝내도록 제게 소명을 내려달라"고도 했다.
'배신의 정치'는 상위법의 취지를 거스르는 시행령 등에 대해 국회의 시정 요구 권한을 높이는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이 법의 통과를 반대하던 박 대통령이 당시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의원을 겨냥해 쓴 용어다.
추 실장은 이처럼 자신의 출마지 변경이 친박계 의석수 확보를 위한 전략적 '재배치'란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는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 표명' 글에서도 "선거구 재배치에 대한 저의 입장은 달성군민의 여론을 무시하는 결정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달성 지역구 의원이 되기를 희망했지만, "대통령을 배출한 대구 정치가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힘을 보태지 못하고 있는" 만큼 대구 중남으로 출마지를 옮기겠다는 일종의 자기 고백이다.
대구 중남은 이미 새누리당 예비후보 8명이 선거를 준비 중이었다. 곽 전 수석의 이날 출마지 변경으로 대구 중남 유권자들은 9명의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의 선거전을 지켜보게 됐다.
이런 가운데 앞서 대구 중남에서 예비후보로 등록해 활동하던 일부 후보자들은 곽 전 수석의 출마지 변경에 '대구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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