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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확성기 재개, 진짜 목적이 무엇인가"

[기고] 북한 핵무기에 대한 오해와 진실

새해 벽두부터 북한의 4차 핵(수소탄)실험으로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우리 정부는 핵실험 제재조치의 하나로 북한 김정은 집단이 생사를 걸고 그렇게 반대하는 대북 확성기방송을 재개하여 남북관계를 주도적인 입장에서, 선두에 나서서 최악의 상황으로 국면조성을 해가고 있다. 이것이 과연 옳은 정책방향인가? 언필칭, 자고 일어나면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서 말이다.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확성기 대북방송이 무슨 성역이어서 안 된다는 말씀이 아니라 여러 선택지 중의 하나인 것은 맞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바 있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한민구 국방장관이 국회(국방위원회) 답변에서 "대북 군사적 옵션은 확성기가 전부가 아니다"라고 답했는데 같은 맥락의 아야기이다.


국방분야의 실무 총책임자인 국방장관의 유보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같은 날 청와대 주재의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즉시 확성기 방송을 실시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는 것은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안보관련 참모들의 석연치 않은 정세판단에 기인하다고 볼 수 있다. 왜 그런가?


우선 이해를 돕기 위해 핵실험과 북한 핵무기의 기본적 성격이 무엇인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이래 이번까지 네 번에 걸친 핵실험을 했다고 하나 매번 핵실험 성공여부 논란이 뒤따랐고 1차 때도 로이터통신은 "리히터 규모 4 미만의 진동 결과로 볼 때 핵실험보다 TNT 수백t의 (폭발) 결과로 일어날 수 있다"는 미국 관리의 말을 비중있게 보도한 바 있다.

이번의 수소탄 실험도 진도의 규모에서 볼 때 실패작이거나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이 이야기 하는 증폭핵분렬탄 실험일 수 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국제사회에서는 1996년 9월 UN총회에서 의결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이 체결됐으나 그 후에도 1998년 5월 인도가 5회, 파키스탄 6회 등의 추가 핵실험이 있었다. 이를 포함해 UN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 러 등 5대 핵보유국(P5)은 1945년 이래 현재까지 총 2055회의 핵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컨대, 이러한 자료는 핵실험 몇 번만으로 그 무기를 전장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

리히터 규모의 일정 진도 폭발력을 낸 실험이 곧 핵무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소형화, 경량화의 과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요컨대, 핵무기는 분명 전장에서 유용한 무기이지만 한두 번의 실험만으로 가용한 무기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한편, 북한이 작년 12월 성공했다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수중 사출시험 동영상이 외국의 미사일발사 장면을 짜깁기한 가짜라는 분석도 제기되는 형편이다. 따라서 필자는 지금까지 정확하게 검증되지도 않고, 검증할 수도 없는 북한의 무기체계에 왜 우리가 그렇게 맞장구쳐주는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


다음으로는 북한 핵무기의 성격에 관한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김일성 유훈에 따른 소위 자위수단의 필요성에 기인한다는 이야기인데 저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인정할 수 없겠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어는 정도 타당성이 있기도 하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 막판 국면에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에 원폭을 투하한 이래 한 번도 공격용 무기로 사용되어진 일이 없던 것이 사실이다. 한반도는 종심이 짧아 핵을 사용한다해도 공격자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어 실익이 없는 무기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소련이 핵무기가 없어서 망했나(냉전시대 구 소련은 적게는 1만3000에서 최대 2만 개의 핵 보유).


다른 관점에서 보면, 북한의 핵실험이나 핵무기가 베일에 가려 있어 그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핵 대응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저들의 또 다른 대량살상무기(WMD)인 '화생무기'의 가공할 위협을 간과하는 것이다. 대량살상무기는 '유용한'(useful) 것과 '가용한'(usable) 것을 구별해야 한다.


전술한 대로 핵무기는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으나 화학무기는 1960년대 이후 예멘(1963~1967), 아프간(1979~1983), 이란-이라크전(1980~1988) 등 5차례나 사용돼 엄청난 인명피해를 가져왔다. 북한이 유사시 휴전선 일대에 배치된 1000여 문의 장사정포를 통해 화학탄 공격을 가해 올 때 그 참상은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따라서 북측의 미숙한 '핵무기'보다 현실적으로 '가용한' 대량살상무기인 화학무기 공격에 대비하는 것이 한층 더 시급한 현안이다. 우리에게 더 절박한 북의 안보위협은 스커드 미사일이나 특수전 병력의 남한침투를 통한 공격이다. 이로 인해 우리의 동남부 해안지대에 주로 위치한 24개의 원자력발전소(냉각시스템 피격 등)가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방사능 누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끔직한 상황도 상정해야 한다.


끝으로 북핵실험의 대남 파장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 정부, 여야 할 것 없이 자타가 공인하는 경기불황기를 겪고 있다. 이 난국에 작년 북측 목함지뢰 도발사건 때 써 먹었던 대북 확성기방송을 재개함으로써 남북관계를 극한 대치상황으로 끌고 가는 것이 맞는 방향이냐 하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북한은 긴장을 먹고 사는 집단'이다. 즉, 남측이 그렇게 긴장의 빌미를 제공할 필요가 있겠나 하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초가삼간 다 타도 빈대 죽은 것만 시원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비록 자기에게 큰 손해가 있더라도 미운 놈만 없어진다면 속이 시원하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는 김정은이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한 사람 때문에 5000만 국민이 고통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쟁은 비디오 게임이 아니다. 버튼만 누르면 아무 때나 리셋(reset)시키고 종료시킬 수 있는게 아니라는 말이다. 적의 도발에 3-4배의 보복, 원점타격 등 국지전을 거론하지만 한반도는 지형상 국지전과 전면전 구별의 실익이 없고 순식간에 전면전화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외국 전문가의 표현을 빌리면 남북한은 단시간 내에 '석기시대'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이다.


'미워하면서 닮아간다'는 옛말처럼 만에 하나 박근혜 정부가 4월 총선을 앞두고 남북 긴장관계를 조성해서 어부지리의 득을 보려한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이 사실이라면 국민의 여망을 저버리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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