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을 비롯해 총선 후 한나라당 복당을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친박연대까지도 한 목소리다. 대운하를 총선 쟁점으로 삼으려는 야권 입장에서는 호재도 이런 호재가 없다. 반면 총선 공약에서 한반도 대운하를 빼는 등 '대운하 전선'에 대한 부담감을 보여 온 한나라당으로선 악재의 연속이다.
민주 "대운하 밀어붙이기에 결사 항전"
통합민주당은 대운하 반대 여론을 '한나라당 견제론'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여론 조성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강금실 공동 선대위원장은 28일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한나라당은 슬그머니 이번 총선에서 대운하 공약을 뒤로 뺐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한 것은 아니다"며 "오늘 내년 4월 착공을 목표로 하는 구체적인 일정이 신문에 보도됐는데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이렇게 정치해도 되느냐"고 여권을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국민이 반대하니까 뒤로 숨겨서 진행하다가 총선이 끝나면 과반을 확보해서 특별법으로 하겠다는 것인데 18대 국회에서 국민여론을 수렴해서 대운하를 막아야 한다"며 "이번 총선에서 대운하를 할 것인가, 막을 것인가가 최대 쟁점이 될 것인데 우리는 과반수 국민을 무시하고 밀어붙이려는 독선적이고 반민주적 행태에 대항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최인기 정책위의장 역시 정책위 명의의 성명을 통해 "보고서에는 통상 2년 정도 소요되는 환경, 교통, 재해 등 각종 영향평가의 경우 사업구간을 나누어 추진하겠다는 변칙적인 구상도 들어 있다"며 "이는 대규모 사업을 분할하여 각종 평가절차를 회피해 왔던 건설업계의 편법 관행까지 동원하겠다는 것으로서 위험천만한 불법·탈법 계획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 의장은 "1년 정도 소요되는 민자사업 협상도 2개월 내에 해치우겠다는 날림 계획을 잡고 있다"며 "뒤에서는 숨어서 진행을 하면서도 총선 공약으로는 내 놓지 않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이중적인 태도와 '두더지 밀실 전략'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저급한 간계를 집어치워라"
서청원 친박연대 대표는 28일 CBS라디오 '뉴스레이더'에 출연해 "그렇게 사술을 쓰면 안 된다. 사술을 쓰면 망하게 된다"면서 "국민이 반대하니까 총선전략에서는 숨겨놨다가 총선 끝나면 다시 그 카드를 꺼내들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자유선진당 신은경 대변인은 정부 방침을 '저급한 간계'로 규정했다. 신 대변인은 "속으로는 대운하 건설을 불도저로 밀어 붙이면서 국민들에게는 재검토되고 있는 것처럼 호도해 왔음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라면서 "끝까지 '그것은 오해'라는 식의 상투적 눈속임으로 대운하 건설의 의지를 꺾지 않는다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커다란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고 질타했다.
민주노동당 강형구 부대변인도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국민을 속이고, 뒤로 몰래 대재앙을 추진하고 있었음이 밝혀진 것"이라면서 "밀실내각에 이어 밀실공천, 그리고 이제는 대운하마저도 밀실에서 추진하려고 하는 이명박 정부는 온 국민을 다 속이고, 온 국토를 다 헤집어 놓고 환경대재앙을 만들 셈인가"라고 개탄했다.
특히 강 부대변인은 "대국민 사기극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대국민 사기극의 주무부서인 국토해양부 장관을 파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신당 송경아 대변인은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삼성 떡값 의혹 관련 '사전 브리핑'을 지적하며 "청와대에서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한번 찍더니, 이번에는 국토해양부에서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재상영했다"면서 "총선 공약에서도 빠진 찬밥인 대운하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확신하고 계획서를 만들었다니"라고 비꼬았다.
송 대변인은 "대운하를 반대하는 교수들에게 관악경찰서 정보과 경찰이 가서 참여 교수의 정치 성향과 특정 정당과의 관계 등을 물었다"면서 "대형께서 대운하를 파겠다는데 반대하는 교수들이 괘씸했던 것일까. 아니면 대운하 반대가 총선에 영향을 미칠까봐 두려웠던 것일까"라고 말했다.
한나라 "반대를 위한 반대는 정치공세에 불과"
이같은 집중포화에 한나라당은 당혹한 표정이 역력하다. 조윤선 대변인은 국토해양부 문건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고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 '대운하 반대'를 막무가내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은 무리한 방법이 아닌 국민여론을 존중하여 국가 백년대계에 도움이 되도록 차분히 검토할 것이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또한 "야당이 대운하를 무조건 반대하며 검토조차 하지 말라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이고 공허한 정치공세"라고 짐짓 역공을 취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의 문건이 아니라도 2009년 대운하 착공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정치권의 대운하 전도사인 이재오 의원은 이미 지난 2007년 연말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한다 만다' 자체에 대한 여론수렴은 있을 수 없다. 하는 것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면서 "2009년 2월 경부터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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