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음원 사이트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옛 다음카카오)로 넘어간다. 11일 카카오 이사회가 발표한 결정이다.
환호와 탄식이 함께 나온다. 웃는 쪽은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대주주인 스타인베스트먼트다. 이번 거래로 1조2091억 원을 벌었다. 아쉬워하는 쪽은 SK플래닛이다. 같은 돈을 벌 기회를 놓쳤다.
홍콩계 사모펀드, 2년 반만에 1조5063억 원 차익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스타인베스트먼트는 캐러비언 샌즈 홀딩스(Caribbean Sands Holdings)가 지분 전체를 갖고 있으며, 국적은 '몰타'에 두고 있다. '사모펀드'라서 주주 구성 등 자세한 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다. 스타인베스트먼트는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AEP, 어피니티)가 설립했는데, 홍콩계 자본인 어피니티는 과거에도 OB맥주, 하이마트 등 국내 기업 지분을 사고팔아서 막대한 차익을 챙긴 바 있다.
11일 발표에 따르면, 스타인베스트먼트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주식 1552만8590주(61.4%)를 카카오에 매각한다. 총 매각 대금은 총 1조5063억 원으로 주당 9만7000원이다.
앞서 스타인베스트먼트는 2013년 7월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플래닛으로부터 주당 2만 원, 총액 2659억 원에 로엔엔터테인먼트 주식 1329만4369주를 매입했다. 같은 해 11월 리얼네트웍스(RealNetworks)로부터 로엔엔터테인먼트 주식 223만4221주를 사들였다. 당시 주당 매수가격은 1만4000원이었다.
결국 스타인베스트먼트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사는데 2872억 원을 쓴 셈이다. 그리고 2년6개월 뒤인 지금, 1조5063억 원에 주식을 팔게 됐다. 차액은 1조 2091억 원이다.
SK, 2013년 로엔 지분 팔아
한편, 스타인베스트먼트에 로엔엔터테인먼트 주식을 팔았던 SK플래닛은 아쉬운 표정이다. 지분을 갖고 있었다면, 조 단위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2013년의 주식 매각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SK플래닛은 SK그룹 지주회사인 SK홀딩스의 손자 회사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자회사(지주회사의 증손자회사 격)를 보유하려면 지분을 100% 확보해야 한다. SK플래닛은 로엔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전부 사들이거나 파는 선택지밖에 없었다. SK플래닛의 선택지는 지분 매각이었다.
SK텔레콤은 지난 2005년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 60%를 사들인 뒤, 자사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에 '멜론'을 기본으로 제공했다. 2011년 10월, SK플래닛이 SK텔레콤에서 갈라져 나오면서 로엔엔터테인먼트는 SK플래닛 자회사가 됐다. 이후 로엔엔터테인먼트는 SK플래닛 품을 떠났고 사모펀드를 거쳐 카카오에 인수되는 경로를 밟게 됐다.
카카오 2, 3대 주주는 모두 외국계
이번 거래는 다음달 29일 카카오가 대금 지급을 해야 마무리된다. 11일 발표에 따르면, 카카오는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로엔엔터테인먼트 기존 대주주들은 신주를 인수하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스타인베스트먼트는 카카오 지분 8.3%를 확보해 3대 주주가 된다. 최대 주주인 김범수 카카오 의장 및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은 36.6%가 된다. 2대 주주인 중국 텐센트의 지분은 8.4%가 된다.
2대, 3대 주주가 거의 같은 지분을 갖고 있으며, 모두 외국계라는 점이 눈에 띈다. 텐센트는 지난 2012년 720억 원을 투자해서 당시 카카오 지분 13.3%를 인수했었다. 당시 카카오의 기업 가치는 5000억 원대였다. 지금 카카오 시가총액이 약 6조8930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텐센트도 3년 남짓 기간 동안 투자금을 9배 가까이 불린 셈이다. 텐센트 역시 중국에서 카카오와 유사한 메신저 서비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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