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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선 깨진 주가, 1200원 넘은 환율…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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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선 깨진 주가, 1200원 넘은 환율…배경은?

[분석] 중국발 금융위기, 중국 정부 통제력 벗어났나

11일 국내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22.78포인트(1.19%)나 하락하면서 1900선이 깨졌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무려 11.70원 오른 1209.80원으로 다시 1200원 선을 넘어섰다. 그 배경에는 새해 벽두부터 연출된 중국의 증시 폭락으로 상징되는 '중국발 경제위기설'이 도사리고 있다.

최근 중국 증시 폭락이 중국발 경제위기설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여전히 중국발 위기가 발생한다고 해도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수준으로 글로벌한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거나, 중국 당국의 풍부한 경기부양력으로 중국의 경착륙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은 유효하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중국발 금융위기를 올해 최대의 변수로 꼽고 있다. 중국발 금융위기가 미국발 금융위기처럼 글로벌 경제위기까지 몰고올 정도는 아니지만, 최소한 글로벌 금융시장을 올 한 해 내내 극도의 불확실성으로 요동치게 만들 요인이 될 것이며, 중국 경제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위안화 가치에 대한 불안감이 지목되고 있다. 국제금융계의 석학으로 꼽히는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10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한 나라의 경제전망을 할 때 가장 좋은 지표는 그 나라 국민이 자본을 국내와 국외 어디에 두고 싶어하는지 여부"라면서 "중국 국민은 기회만 되면 보유한 자산을 해외에 옮기려고 하고 있어 위안화는 평가 절하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위안화가 가파르게 평가절하됐지만, 중국의 막대한 외환보유고로 그나마 하락폭을 줄였다는 것이다.

"중국 위안화 자산, 해외 도피 압력 크다"


위안화의 평가절하로 중국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중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위안화 평가절하가 적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초래될 금융위기는 이런 긍정적 효과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지난해말 중국의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 SDR의 주요 통화가 편입되면서 '세계 기축통화 반열'에 올랐다고 하지만, 위안화 환율을 시장에 맡겨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 그 결과 시장에서 정해지는 위안화 환율은 중국 정부의 개입이 없으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중국 증시의 폭락에 대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반응이 그저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하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진단도 가능하다. 하지만 서머스 교수는 "조건이 달라졌다면 얘기가 다르다"고 반박한다. 중국의 금융시장 규모나 조건이 중국 정부가 통제가능한 시절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서머스 교수는 "중국 당국의 공식 통계로만 지난해 성장의 20% 가량을 금융부문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런 비중은 영국의 GDP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과 비슷하다"면서 "게다가 중국의 부채 비율이 극히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조건 하에서 중국의 성장은 지속 가능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력도 지속 가능하기 어려운 단계에 도달했다. 서머스 교수에 따르면, 최근 몇 년 간 중국의 성장은 대대적인 사회기반 시설 투자로 이뤄졌다. 특히 2011년에서 2013년 사이 중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 규모는 미국이 20세기 내내 쏟아부은 규모를 능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중국 정부의 통제력도 지속가능하기 어려운 단계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중국 시장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여름 증시의 과도한 폭락을 막기 위해 새해 첫거래일부터 서킷브레이커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시장은 중국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 장치에 패닉적인 반응을 보였다. 가뜩이나 자유롭지 않은 중국 증시에 거래 일시중단과 거래 중단이 가능한 서킷브레이커 제도로 자금이 묶일 우려가 더 커진 것이다.

외환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위안화의 평가절하 압력을 낮추기 위해 지난 5일과 8일 중국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등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애를 썼지만, 위안화 환율은 하락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 등으로 자본 유출의 흐름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원래부터 중국 정부의 통제권을 벗어난 막대한 '그림자 금융'이 부동산 거품 붕괴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경고도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중국 자산 거품의 자금원이 되었던 핫머니가 미국의 금리 인상과 위안화의 평가절하 압력 속에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중국의 경제의 펀더멘털 자체를 크게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위기가 닥치면 수출 주도의 중국 경제성장의 공백을 보완할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내수 시장의 성장에도 타격이 초래된다. 중국이 세계의 수출 공장으로서나, 세계의 내수 시장으로서의 역할이 한계를 보일 경우 글로벌 시장에 미칠 영향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전망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주요 경제권들의 정책적 대응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동안 대부분 소진된 상태에서, 중국발 경제위기가 초래할 글로벌 충격이 예상 외로 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특히 외국의 대형투자은행(IB)들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을 '중국발 경제위기'에 가장 타격을 받을 대표적인 나라로 앞다투어 지목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업체 무디스도 지난달 10일 "한국이 중국 등 신흥 시장의 성장 둔화에 가장 취약하다"면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17년까지 2.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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