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위기냐 엄살이냐
한나라당 주위에선 대선 직후 한 때 나돌았던 200석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당의 공식 목표는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 이상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168석이지만 강재섭 대표는 지난 24일 방송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과반보다 더도 말고 덜고 말고 딱 한 석만 더 나와도 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하면 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고 자신의 거취를 연결시켜놓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각 시도당의 목표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에 달한다. 수도권 전체 111석 가운데 한나라당의 목표치는 서울 35석, 인천 10석, 경기 35석에 달한다. 이대로라면 수도권에서 70% 이상을 차지하는 압승이다. 실제로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은 통합민주당 중진들에게 밀리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견조한 우위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충청지역의 경우 전체 24석 가운데 17석, 호남지역의 경우 31석 가운데 4석이 목표다. 그러나 이는 '명목상 목표' 수준이라는 게 현실적인 분석이다. 충청권은 민주당은 물론이고 자유선진당과도 경합을 벌여야 한다.
이밖에 영남권과 제주도에서는 68석과 3석 모두를 석권한다는 계획이지만, 영남권 일부 지역에선 한나라당을 탈당한 무소속 의원들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싹쓸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같은 가감 요인을 감안해 전문가들은 한나라당의 기대의석수를 '160석 안팎'으로 점치고 있다. '과반 확보도 어렵다'는 식의 주장에 대해선 "엄살이다"는 평가가 많은 편이다. 이명박 정부의 실책과 한나라당의 내홍 탓에 부동층이 늘어나긴 했지만, 이것이 과반을 위협할 정도는 아직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당, 견제론 확산이 살 길
민주당은 '개헌저지선(100석)' 확보를 목표치를 두고 견제론 확산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손학규 대표는 "개헌저지선 확보가 힘겨운 목표이지만 해내겠다"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이 영남에서 약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할 때 수도권에서 50여 석을 차지해야 가능한 목표치다. 민주당은 최근 한나라당 지지율이 급락하는 기류에 고무돼 수도권 내 호남, 진보개혁 성향 유권자들이 재결집하기 바라는 눈치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지지율 하락이 곧바로 민주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게 고민이다.
민주당은 호남지역에선 31석 싹쓸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목표에는 김홍업 의원과 박지원 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 등 공천 탈락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이 걸림돌이다. 손 대표는 이들의 '당선 후 복당' 시나리오와 관련해 "복당은 없다"고 못을 박았지만 결국 호남권 무소속 후보들의 당선 뒤 행보는 통합민주당 복당이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많다.
민주당은 이밖에 충청권에서 12석을 목표로 현역 의원들의 선전을 바라고 있지만 이용희, 이인제 등 개인 득표력을 가진 지역 후보들의 이탈로 달성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강원도에선 돈 살포 파문의 주역인 한나라당 김택기 씨가 낙마한 여파로 이광재 의원의 무난한 당선이 점쳐진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좌충우돌이 지속될 경우 부동표의 향배에 따라 통합민주당이 비례대표를 포함해 100석 이상으로 치고 오를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자유선진당-친박연대, 한나라와 제로섬 게임
한나라당 내홍을 '이삭줍기'로 즐기던 자유선진당은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 등 박근혜 계열의 독자세력화가 가시화됨에 따라 오히려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다.
당초 선진당은 총선을 통해 "제1야당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해왔지만, 이회창 총재는 26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50석이 목표다"고 목표 수정했다. 하지만 이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선진당은 현재 충청권 밖에선 당선권에 진입한 지역이 한 군데도 없다. 게다가 정당 지지율은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친박연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충청 올인' 밖엔 답이 없다는 이야기다.
선진당의 자체 목표는 충청권 24석 가운데 20석 확보다.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얻기 위해선 불가피한 목표치다. 하지만 현재는 이조차도 '한나라당과 양분 구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충청권을 중심으로 15석 안팎을 예상했다.
후보등록일까지 영남권의 친박 무소속 연대를 흡수하지 못한 친박연대도 '바람'만큼이나 내실이 다져진 편은 아니다.
대구경북 27개 지역에서는 한나라당과 호각세를 보이는 곳이 7~8곳이다. 강재섭 대표가 빠진 대구 서을에서 홍사덕 대표가 앞서나가는 것이 눈에 띈다. 부산지역에서는 친박 무소속 연대의 김무성 의원이 계속 한나라당 후보를 리드하고있고 서구의 유기준 의원, 용인수지의 한선교 의원도 선전 중이다. 비영남권에서는 경기 여주에서 한나라당 이범관 후보와 엎치락 뒤치락 중인 이규택 의원 외에는 당선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민노,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악전고투 중'
가장 악전고투하는 쪽은 진보진영. 민노당은 최근 소폭이나마 정당지지율이 상승해 6% 선을 바라보고 있다. '이름값'이 저력을 발휘하는 것.
그렇다고 해도 교섭단체(20석) 확보라는 공식 목표까진 갈 길이 멀다. 민노당 내부에서는 '지역구와 비례를 합쳐서 10석'을 기대한다. 경남 창원을의 권영길 후보, 경기 성남 중원의 정형주 후보, 울산북의 이영희 후보, 서귀포의 현애자 후보 등의 당선에 5~6석의 비례의석을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당선권에 진입한 후보는 권영길 후보 정도다.
진보신당의 사정은 민노당보다도 훨씬 열악하다. 지역 출마자 수는 민노당의 3분의 1 수준이고 '노회찬 심상정은 민노당 아니냐'는 주민들이 많을 정도로 인지도가 형편없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진보신당의 정당지지율은 1~2% 선이다. 이런 까닭에 신당은 고양덕양갑의 심상정 후보와 노원병의 노회찬 후보 재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두 사람 가운데선 노 후보의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가 확정된 이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고, 최근에는 조금씩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반면 심상정 후보는 한나라당 손범규 후보에 큰 차이로 뒤처져 있다. 심 후보 측은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점, 인물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들어 역전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승부다.
진보신당은 두 사람의 지역구 당선과 비례대표 확보 최소선인 정당지지율 3% 달성을 현실적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창조한국당은 '원내교섭단체(20석) 구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지역구 출마자의 수가 다른 당에 비해 턱없이 적어 문국현 대표를 제외하고선 지역구 당선을 사실상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하지만 김석수 대변인은 "TV토론 등 미디어 선거전이 시작되면 정당득표에서 과반 이상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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