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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물가' vs 강만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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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물가' vs 강만수 '성장'

청와대, '거꾸로 가는' 강만수를 어이할꼬…

"지금은 성장보다는 물가"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단언에도 불구하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리인하와 원화가치 절하의 필요성을 시사해 논란이 예상된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주무부처 장관과 대통령이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는 셈이다.

강만수 "물가가 성장에 우선? 사실과 다르다"

강만수 장관은 25일 저녁에 열린 매경 이코노미스트클럽 초청강연에서 "대통령께서 '물가를 성장보다 우선하겠다'고 말씀하셨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7% 성장 능력을 갖춘 경제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지만 지금은 원자재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서 당장은 물가 안정에 우선하겠다는 그런 말이었다"고 말했다.
▲ 지난 25일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금리 문제와 관련해 강 장관은 "한국은행과 대립각을 세울 생각이 없다"면서도 "금리에 대해서는 한-미 정책금리 차가 2.75%포인트인데…뭐든지 과유불급(過猶不及)이고 더 이상 얘기 안 하겠다"고 현행 금리 수준에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앞으로 (금리가) 어느 쪽으로 가야 할 것인지는 자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가안정을 위한 금리인상·동결보다는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원하가치 절하 필요성도 시사했다. 강 장관은 "지난 2002~2007년 한국 원화는 40.3% 절상됐는데 일본은 16.2%, 중국은 13.3% 절상됐다"며 "경상수지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데 이렇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여러분들이 판단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4개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위기상황으로 당장 서민생활에 피해가 닥치고 있다"며 "물가안정이 7%성장이나 일자리 창출보다 더 시급해진 상황"이라고 못박았었다.

李대통령 "이러니 모피아 소리 듣는 게 아니냐"

이러한 강 장관의 발언이 자신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한 질타 뒤에 나왔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같은 날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강 장관을 향해 기획재정부가 최근 정식 직제에 없던 7개의 TF팀을 신설해 보직을 맡지 못한 국장급 간부들을 배치한 것 등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재정부의 경제운용 방향에 대한 직접적인 거론은 아니었지만 '강만수 체제'에 대한 불신을 에둘러 밝힌 셈이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른다.

이 대통령은 "재정부가 각종 명목으로 평가 태스크포스(TF) 등을 만들어 조직개편으로 떨어져나간 유휴인력을 한 방에 모아놓고, 민간 기업에 전화를 걸어 이사람들 좀 써달라고 부탁하고…제발 그런 나쁜 일 좀 하지말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업무에서 떨어져 나온 잉여인력으로 평가업무를 맡기면 제대도 된 평가를 할 수가 없다"며 "평가는 부서내 정원으로 하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같은 온정주의는 작은 정부에 역행하는 것으로 새 정부에선 통하지 않는다"며 "이런 식으로 일을 하니까 모피아(재정부 마피아)란 소리를 듣는 게 아니냐"고도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다른 부처에도 교훈이 될 좋은 소재를 줘서 고맙다, 어떻게 보면 공을 세웠다"며 뼈 있는 말까지 던졌다. 국무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질타가 이어지는 동안 강 장관은 얼굴을 벌개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께서 '물가를 성장보다 우선하겠다'고 말씀하셨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강 장관의 '해석'은 같은 날 저녁에 나왔다. 강 장관은 "대통령께서 장관을 흔든다는 칼럼도 있는데 대통령께서 흔든 적이 없고, 저도 전혀 흔들린 적이 없다"고도 했다. 거침없는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한은과도 정면충돌…"통화정책 권한은 재정부"

반면 한국은행은 물가급등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인하 불가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은 이성태 총재는 같은 날 한국외국어대 기업인포럼 조찬강연에서 "최근의 원자재 가격 상승은 공급충격(공급 중단이나 감소)으로 발생했던 과거의 쇼크와 달리 수요 쪽이 뒷받침돼 나타난 현상"이라며 "과거에는 유가나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다가 1~2년 정도 지나면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됐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물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사실상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강 장관은 거침없는 불만을 쏟아냈다. 강 장관은 "재정부 장관은 통화정책에 대해 금융통화위원회에 거부권을 갖고 있고, 환율에 대해서도 정책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쏘아 붙였다.

강경한 재정부…靑, '강만수 콘트롤' 가능할까

청와대도 고민에 빠졌다. 물론 "성장보다는 물가"라는 대통령의 발언이 직접적으로 금리인상 방침을 밝힌 것은 아니더라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각종 민생대책을 쏟아내면서까지 '민심 다지기'에 총력을 다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강 장관과의 '엇박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26일 오전까지 강만수 장관의 발언에 대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다시 마주친 이 대통령과 강 장관은 업무보고에 앞서 차를 마시면서도 특별한 대화를 주고받지는 않았다.

이런 가운데 기획재정부는 전날 강 장관이 밝힌 '금리인하론'에 재차 힘을 싣고 나섰다.

최중경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금융 상황점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 전문을 봤는데 (성장보다 물가라는) 대통령의 발언은 성장 대신 물가에 '올인'한다는 뜻이 전혀 아니다"라며 "'MB노믹스'의 핵심은 7% 성장능력을 갖춘 경제"라고 강조했다.

한미 정책금리차를 두고 '과유불급'이라고 지적한 강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최 차관은 "내외 금리차가 크면 외국자금도 급격히 흘러 들어오고 낙차가 해소되는 시점에 확 빠져나가는 것은 시장의 불안이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급격한 하락은 더더욱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다. 실제 강 장관에 이은 최 차관의 이날 발언이 보도되면서 3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가 5월70전 급등한 982원에 거래를 시작해 상승폭을 키워가고 있다.

이어 최 차관은 "강 장관의 발언을 금리인하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해도 되느냐"는 질문에도 "해석의 자유는 일반에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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