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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돈살포' 후보 교체하면 그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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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돈살포' 후보 교체하면 그만인가?

[기자의 눈] 윤리위원장 말이 씨알도 안 먹히는 한나라당

강원도 태백·영월·평창·정선 선거구의 한나라당 후보였던 김택기 씨의 현찰 살포 미수 사건과 한나라당의 재빠른 '사후 조치'는 박근혜계와 이명박계의 갈등, 이명박계 자체의 내홍에 가려져있던 이 당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공천이 끝나자마자, 그것도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돈 살포'를 버젓이 자행한 강심장은 과연 김 씨 뿐일까. 이런 불량품을 총선 시장에 내놓은 데 대한 일언반구의 사죄도 없이 후보자를 교체하면 그만이라는 식인 한나라당의 태도는 '생쥐깡' 파동에 쉬쉬하며 입 닦고 넘어가려 했던 <농심>의 소비자 기만과 무엇이 다를까.
  
  천안을 김호연 후보의 경우
  
  지난 2006년 10월 윤리위원장으로 영입돼 '잠수함 속의 토끼' 역할을 톡톡히 해 온 인명진 목사는 한나라당 변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대선 대승으로 인해 효용가치가 떨어진 탓일까? 정권 교체 이후 인 위원장의 고언은 전혀 울림을 낳지 못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김택기 씨 등에 대해 "사람을 공천해야지 '새'를 공천하면 어떻게 하냐"는 명언을 남긴 인 위원장은 공천 과정에서 언론 인터뷰, 보류 요청, 취소 요청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으나 별무소용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그는 25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선거법 위반자는 지금이라도 공천을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 위원장이 지목한 인물은 김택기 씨를 비롯해 재벌가 출신으로 천안을에 출마한 김호연 후보다. 윤리위와 최고위의 비토에도 불구하고 공천권을 확보하는 괴력을 발휘한 김 후보는 이미 지난 5일 충청남도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바 있다.
  
  김호연 후보가 받고 있는 혐의는 어찌 보면 김택기 씨보다 더 화려하다. 김 후보는 자신의 사업체인 빙그레 본사 및 지점 직원을 동원해 선거구내 연고자를 추천받고 지역구민들에게 전화를 부탁하는 등 조직적 사전 선거운동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그는 천안 지역의 대대적인 빙그레 버스 광고는 물론, 충청 지역 일간지에 대규모 기업 이미지 광고를 냈고 지역에서 열린 연예행사를 관람한 선거구민들에게 '빙그레 바나나 우유' 500여 개를 제공한 행위로 고발당했다.
  
  하지만 이런 고발장이나 윤리위의 경고는 이들에게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재벌 출신인 이들의 공천에 대해선 "따로 뒤를 봐주는 저기 윗선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20억 원 벌금 폭탄 터질 뻔
  
  만에 하나 김택기 후보가 '성공적'으로 4000만 원을 살포하고 추후 적발됐을 경우 강원도 산골에 때 아닌 50배 벌금 폭탄이 터졌을지도 모른다. 촌로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단체로 경찰서에 자수하러 가는 경북 청도, 영천의 그로테스크한 풍경이 재연됐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나라당에서 제대로된 반성은 없다. 조윤선 대변인이 번개같이 재공천을 발표했을 뿐 강재섭 대표는 또다른 철새인 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의 지역구에 가서 "윤 후보는 국가적 안목과 체계적 안목을 가지신 후보이다"면서 "충주에서 태어나 충주의 흙에서 뒹굴었던 분이 OECD에서도 일하셨고, 세종로에서 국가적인 안목을 키웠던 분이다"고 침이 마르게 극찬했다.
  
  아마 이번 일이 발각되지 않았다면 한나라당의 그 누군가는 태백·영월·평창·정선 주민들 앞에서 김택기 전 후보를 세워놓고 "동부에트나생명, 한국자동차보험 등의 사장을 역임하고 국회의원 경력도 있는 탁월한 인물로 우리 고장을 발전시킬 적임자"라고 칭찬했었을 성 싶다.
  
  물론 그가 선거구민도 아닌 국회의원들에게 돈봉투를 살포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나, 민정당 국민회의열린우리당한나라당을 오간 사람이라는 이야기는 쏙 뺐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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