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가 담보없이 신용으로 빌린 돈이 크게 늘면서 담보대출 증가 속도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대출액 순서로 중간에 있는 가구의 대출액은 4년 사이에 50% 많아졌다.
특히 30대 연령층은 같은 기간 60% 불어날 정도로 증가 속도가 가팔랐다.
대출 용도로는 사업자금과 생활비가 주를 이뤘지만, 전세난 영향이 상대적으로 심한 젊은 층에서는 전월세보증금 용도로 빌린 사례가 많았다.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신용대출이 크게 늘어 주택담보대출 중심이던 정부의 가계부채대책이 신용대출까지 겨냥할지 주목된다.
4일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의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3월 말 기준으로 전체 가구의 평균 신용대출액은 2014년 612만원에서 2015년 642만원으로 5.0% 늘었다.
같은 시기의 담보대출 증가율은 4.9%였고 신용카드대출은 -3.6%, 전체 부채 증가율은 2.2%였다.
이처럼 신용대출 증가율이 담보대출을 웃돈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신용대출 수치에는 마이너스통장 대출과 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부업체 신용대출이 포함돼 있다.
신용대출이 있는 가구의 비율은 2010~2012년 각 21.7%, 23.2%, 23.4%에서 2013년 25.2%까지 늘었다가 2014년 24.2%, 2015년 23.3%로 낮아졌다.
신용대출 가구 비율이 줄었는데도 전체 가구의 평균 대출액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신용으로 돈을 빌린 가구의 대출액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신용대출을 받은 가구만 놓고 보면 평균 신용대출액은 2014년 929만원에서 2015년 999만원으로 7.5% 늘었다.
신용대출 중앙값은 2014년 1천300만원에서 2015년 1천500만원으로 15.4% 뛰었다.
중앙값이란 가구의 신용대출액을 순서대로 줄세웠을 때 중간에 위치한 금액이다. 따라서 중앙값이 1천500만원이란 의미는 신용대출이 있는 가구의 절반 이상이 1천500만원 이상의 신용대출 부담을 짊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 중앙값은 2010~2011년 각 1천만원에서 2012년 1천342만원으로 늘었다가 2013~2014년에는 각 1천300만원이었다.
연령대별로는 20~30대와 50대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늘었다.
전체 가구의 평균 신용대출액은 30세미만(20대)이 2014년 291만원에서 322만원으로 10.6%, 50대가 749만원에서 819만원으로 9.4%, 30대는 673만원에서 722만원으로 7.2% 각각 증가했다.
중앙값을 보면 40~50대(각 1천500만원), 60대(1천만원)는 전년과 같았지만 30대는 1천300만원에서 1천600만원으로 23.1% 상승하고 20대도 904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10.6% 늘었다.
신용대출 용도별 비중은 사업자금(31.4%)과 생활비(22.0%)가 높았고 증권투자금·결혼자금·의료비·교육비 등을 포괄하는 기타용도(13.7%)가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에선 전월세보증금(41.2%)과 기타용도(23.1%)가, 30대에선 생활비(23.0%)와 전월세보증금(21.4%)이, 40대와 50대 및 60세 이상에서는 사업자금(각 32.9%, 33.1%, 40.9%) 비중이 제일 컸다.
대출기관별로는 은행이 57.8%로 가장 많았지만 대부업체를 포함한 기타 기관도 23.0%에 달했다.
대부업의 대출 증가 추세도 이런 흐름과 비슷하다.
행정자치부·금융위원회·금감원의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작년 6월 말 현재 총 대부잔액은 12조3천401억원으로 전년 말과 비교해 1조1천809억원(10.6%) 증가했다. 작년 상반기 증가액은 2013년과 2014년의 연간 증가폭에 맞먹는 것이다.
금융위는 작년 7월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을 내놓으면서 제2금융권 신용대출이 다소 빠르게 늘고 있다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었다.
아울러 급증 추세가 이어진다면 월소득 대비 신용대출 한도를 규제하는 싱가포르처럼 대출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로선 신용대출에 규제를 도입할 계획은 없다"며 "추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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