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연일 대서특필합니다. 새정치연합에서 누구누구가 탈당을 했다고, 또는 누구누구가 탈당 결심을 굳혔다고 중계방송합니다. 어제 오늘만 해도 광주의 임내현 의원이 탈당 결심을 굳혔고, 수도권의 김한길 의원이 탈당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이런 중계방송을 통해 조성하는 이미지는 썰렁한 새정치연합과 부산한 안철수신당의 극명한 교차입니다. 마치 야권 내 주도권 교체가 이뤄지는 듯한 이미지를 조성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건 섣부른 스케치입니다.
냉정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안철수신당의 출현으로 야권 재편이 불가피해졌다는 점뿐입니다. 그 재편의 폭과 방향은 유동적입니다. 지금은 하락과 상승, 축소와 확장을 단정할 수 없습니다. 야권 재편의 폭과 방향은 내년 총선 때까지 크게 3단계를 밟으며 수시로 조정될 것입니다.
1단계는 새정치연합과 안철수신당 사이에 지금 전개되고 있는 탈당과 입당의 시소게임입니다. 3단계는 내년 총선에서의 끝내기 경쟁이 될 것이고요. 그럼 2단계는 뭘까요? 탈당과 입당의 시소게임이 끝나고 난 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외부 인재 영입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외부'는 분열 이전의 새정치연합을 기준으로 한 개념인데요. 이 외부 인재 영입이 새정치연합과 안철수신당 간 경쟁레이스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1단계 경쟁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않습니다. 한쪽이 플러스면 다른 쪽은 그만큼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제로섬 게임입니다. 중심이 결박된 상태에서 오르고 내리는 시소게임이기도 하고요. 2단계 경쟁은 다릅니다. 외부의 어떤 인물, 어떤 세력을 영입하는지에 따라 당의 색깔과 중량감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국민의 평가도 달라집니다. 부가가치 창출 여부가 달린 경쟁인 것이죠.
하지만 단서가 있습니다. '파격'인데요. 인물의 파격, 자리의 파격이 실현돼야 한다는 단서입니다.
언론이 탈당 중계방송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게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탈당과 입당의 시소게임 결과에 따라, 다시 말해 새정치연합의 한계와 안철수신당의 가능성을 재고 난 다음에 외부 인재의 줄서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상식적 판단에 기초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상식은 또 하나의 상식, 즉 외부 인재 영입은 공천으로 귀결된다는 상식에 의거하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2단계 가치창출 경쟁의 관건이 ‘파격’이라고 보는 근거가 바로 이 함정입니다.
흔히 외부 인재 영입을 '대세'의 표상으로 여깁니다. 어느 정당이 대세를 잡았기 때문에 유능한 인재들이 몰려드는 것이라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대세'의 다른 표현은 '유권자 다수의 선택'입니다. 선택을 좌우하는 것은 희망의 실천의지입니다. '이렇게 될 것이다'는 전망 이전에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작동하면서 유권자의 한표 한표가 물방울이 되고, 그 물방울이 모여서 물결을 만들어냅니다. 대세의 시작점인 '유권자 다수의 희망', 이것을 격동시키는 요인은 논리가 아닌 감동입니다.
외부 인재 영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감동을 자아낼 수 있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려면 후보가 되려는 사람 이전에 후견인을 자처하는 사람이어야 하고, 보상을 약속한 영입 이전에 헌신에 기초한 참여여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이 게임, 이 경쟁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 글은 <시사통> '이슈독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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