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하게도 월스트리트와 가장 긴 기간에 걸쳐 끈끈한 정경유착을 해오고 있다고 의혹을 사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지난 12월 7일에 "월스트리트의 고삐를 죄겠다"는 기사와 그 다음 날 "미 중산층이 다시는 월스트리트를 긴급 구제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브리핑 페이퍼를 통해 강력한 금융 개혁안을 선언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 편인 '회사 법적 주소 이전(Corporate Inversion)' 형태의 외국 기업과의 합병에 철퇴를 가하기 위해 높은 세율의 출국세(Exit Tax) 등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관련 기사: 힐러리 때문에 월스트리트가 떨고 있다)
이 같은 힐러리의 개혁안에 가장 강력한 반론이 지난 12월 16일, 친재벌 보수 <월스트리트저널>의 사설에 실렸다. "힐러리의 애국 법령(Hillary's Patriot Act)"이란 제목의 이 사설은 힐러리가 제안한 출국세 등의 조세 개혁은 오히려 미 다국적 기업을 해외로 몰아내는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보수와 민주 진영 논리에 따라 극심한 찬반으로 갈리는 힐러리의 월스트리트 개혁안의 핵심 쟁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2016년 미 대선에서 민주당의 공약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큰 이 개혁안이 지난 35여 년 지속해서 악화하고 있는 미국의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해소할 수 있을까?
위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와 이메일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인터뷰는 12월 18일부터 12월 21일까지 이루어졌다.
박영철 전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 국제경제학)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전희경 : 최근 민주당 후보 버니 샌더스가 '정치 혁명'의 기치 아래 월스트리트의 탐욕과 병폐를 무섭게 질타하면서 유세장에 수많은 군중을 몰고 다닙니다. 그리고 샌더스는 "월스트리트는 미국 경제에 위협이 된다"면서 이의 근본적인 개혁을 주장합니다. 그래서 일부 언론은 이번 힐러리의 월스트리트 개혁안을 이에 대응하기 위한 대중 영합적인 선거 전략에 불과하다고 폄하하고 있습니다. 교수님 의견은 어떠신지요?
박영철 :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런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본질은 그것과 거리가 있다고 봅니다.
힐러리는 이번 월스트리트 개혁안을 통해 분명히 고질적인 월스트리트의 병폐를 고치려 합니다. 왜냐하면, 현행 금융 제도는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언제고 다시 지난 2008년과 같은 글로벌 위기를 일으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인식이 미 경제 학계와 일반 국민 사이에 팽배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씀 드리면 결코 뜬구름 같은 선거용 공약(空約)은 아닙니다.
전희경 : "힐러리의 월스트리트 개혁안의 방향은 옳고 목적은 선명하다." 민주 진보 진영의 스타 엘리자베스 워런이 며칠 전 힐러리 개혁안을 지지한다면서 평가한 발언이군요. 평소 힐러리의 월스트리트와의 길고 끈끈한 정경유착과 강력한 금융 개혁에 대한 침묵 때문에 상당한 거리를 두어온 워런 상원의원의 말이라고 믿기 어렵군요. 워런 상원의원은 어떤 사람이며 월스트리트와의 관계는 어떤지요?
박영철 : 매우 예리한 지적입니다. 아시겠지만 워런 상원의원은 월스트리트가 제일 무서워하는 '월스트리트 때리기(Wall Street Bashing)'의 대명사이며 '월가의 보안관'이란 별명을 듣습니다. 그리고 소비자 보호 운동의 대표적인 활동가입니다. 하버드 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를 지낸 워런 상원의원은 2009년 오바마 행정부가 파산에 직면한 대형 금융 기관을 긴급 구제할 목적으로 도입한 '부실 자산 구제 프로그램(TARP : Troubled Asset Relief Program)'을 감독한 경력도 있습니다. 특히 최근 2년간 무너지기에는 너무 큰 '대마불사 (Too Big to Fail)' 금융 기관의 구조 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의하면 벌써 그 효과가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지난 11월 4일에 발행한 기사 제목이 "엘리자베스 워런이 월스트리트를 패배시켰나?(Has Elizabeth Warren Defeated Wall Street)"라고 달았습니다. 즉, 월스트리트가 워런 상원의원의 질타에 알아서 스스로 거대한 덩치를 줄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기사에 의하면, 제이피모건 체이스(JP Morgan Chase)가 사모 펀드 회사의 대부분을 정리하고, 에이아이지(AIG)가 완전히 쪼개지고,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거래 이윤이 급감했다고 합니다.
전희경 : 민주당 진보 진영의 '스타'라는 별명이 실감이 나는 분이군요. 그렇다면 워런 상원의원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이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요?
박영철 : 민주당 그리고 특히 힐러리 후보에게는 이처럼 엄청난 위력을 지닌 워런 상원의원의 지지 선언은 정치적 의미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유의할 사항은 워런 상원의원이 아직 대선 유세 중인 힐러리 후보 지지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버니 샌더스 후보 지지도 아직 유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워런 상원의원이 이번 힐러리의 월스트리트 개혁안을 지지한다고 선언한 사실은 힐러리의 금융 개혁안이 2016년 미 대선 정국에서 민주당의 공식 경제 공약(公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으로 평가합니다.
전희경 : 중요한 지적을 해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힐러리의 월스트리트 개혁안을 좀 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커지는군요. 우선 왜 개혁을 하려고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워런 상원의원의 평가입니다. "힐러리의 월스트리트 개혁안의 방향은 옳고 목적은 선명하다." 과연 그런가요? 좀 더 상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힐러리의 월스트리트 개혁안의 목적
a) 이 금융 섹터 개혁안은 성실한 미 국민의 소득 증가를 목표로 한다. 이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강력하고 공평한 성장뿐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이 필요하다.
b) 다시는 미 중산층이 2008년처럼 월스트리트를 긴급 구제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
박영철 : 위 인용문에 개혁안의 목적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습니다.
두 개의 목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월스트리트의 개혁을 통해 미 국민의 소득을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다양한 월스트리트 개혁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그 중 이번 힐러리의 월스트리트 개혁 목적이 가장 "선명하고 신선하고 새로운" 발상으로 평가됩니다. 왜냐하면, 전형적인 월스트리트의 개혁안은 날로 악화하는 소득 불평등이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완화나 해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버클리 대학교 교수 에마뉴엘 사에즈가 지난 2010~2013년간 미국의 경제 성장 과실의 95%를 소득 상위 1%가 독차지 했다는 충격적인 통계 자료를 발표하고, 3년 전의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사회운동이 전개된 이후 선진국 중 최악이라는 소득 불평등의 진범이 월스트리트라는 인식이 급속히 번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월스트리트의 개혁을 통한 국민 소득 증가라는 방정식은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며 지금까지 시험해본 적이 없는 경제 정책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 힐러리는 이 같은 국민 소득 증가를 성취하기 위해서 강력하고 공평한 성장뿐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최근 미국 등 선진국의 경제가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매우 솔직하고 용기 있는 진단이며 전략입니다. 누구도 인정하기를 꺼리는 전략입니다. 유명한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마저도 다음과 같은 잘못된 진단을 했을 정도이니까요.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우리는 모두 죽는다."
전희경 : 평소 클린턴 '왕가'에 대해 비판적이던 교수님이 이번에는 놀랍게도 힐러리의 월스트리트 개혁 제안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시는군요. 힐러리 개혁안의 두 번째 목적과 관련이 있는지요?
박영철 : 맞는 말씀입니다. 그 이유는 힐러리 개혁안의 두 번째 목적에 완전히 매료되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다시는 미 중산층이 2008년처럼 월스트리트를 긴급 구제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2008년 9월 당시 미국의 4위 대형 투자 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 선언으로 발생한 월스트리트 발(發) '글로벌 금융 위기'는 미국 국민 일상생활에 엄청난 고통과 피해를 가져왔습니다. 90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하고, 500만 가정이 주택을 잃고, 미국 연 GDP의 80% 정도나 되는 13조 달러의 가계 자산 손실이 있었습니다.
이 같은 물질적인 손실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 국민의 소득 증가와 신분 상승에 대한 심리적인 불신과 불안감이 커져 소비 행위에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소비는 미덕이다'는 신념이 사라지고 반대로 저축 성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희경 : 최근 뉴스에 의하면 미 소비자들이 반 토막이 난 유가의 하락으로 발생한 여윳돈의 겨우 20% 정도만 소매업에 소비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소비가 전체 GDP의 75%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겠군요.
박영철 : 그렇습니다. 거기에 더해 최근에 미 국민의 월스트리트에 대한 적대감과 불안감이 지속하고 있습니다. 특히 2008년 금융 위기를 일으킨 당사자인 대형 금융 책임자들이 거의 처벌을 받지 않은 사실에 아직도 분노하고, 오바마 행정부가 '대마불사' 금융 기관 등을 살리기 위해 실시한 긴급 부실 자산 구제 프로그램(TARP)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아직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론 사후적으로 긴급 구제 프로그램이 미 금융 섹터의 기능을 다시 복구한 공은 인정하지만 자신들의 세금이 금융 위기를 자초한 대형 투자 기관의 긴급 구제에 사용한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아직도 증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 10월 전 미 연준 의장 버냉키가 발행한 <용기 있는 행동 (The Courage to Act)>이란 회고록에서 "당시 감옥에 가야 할 사람들이 있었다"고 폭로한 이후 일반 국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힐러리의 선언이 나온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중 영합적인 선거 유세 전략이라고 가볍게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저는 힐러리의 개혁안은 미국의 장기적인 경제 성장의 핵심은 희소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남용하는 월스트리트의 전면적인 개혁이어야 한다는 힐러리 경제 전략 팀의 굳은 신념에서 나왔다고 봅니다. 제 개인의 희망 사항일까요?
전희경 : 다음은 교수님을 매료한 월스트리트 개혁 목적을 어떤 방법으로 성취할 것인가? 를 알아볼 순서입니다. 아래 인용을 보면 힐러리는 3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군요.
힐러리의 월스트리트 개혁안의 3가지 시행 방법
a) 미 금융 제도를 더 안전하고 더 공평하게 만든다.
b) 법을 어기는 개인과 기업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
c) 법을 어긴 개인과 기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검찰과 감독관에게 필요한 자원과 도구를 지원한다.
첫 번째 방법이 "미 금융제도를 더 안전하고 더 공평하게 만든다"이군요. 더 안전하고 더 공평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 왜 우선순위인지를 설명해 주십시오.
박영철 : 만약 힐러리가 현행 월스트리트 제도를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고 공평'하게 개혁한다면 오바마의 No.1 경제 업적인 오바마케어(건강 보험 개혁)에 버금가는 훌륭한 유산이 될 것이 확실합니다. 왜냐하면, 현행 월스트리트의 제도는 위험성과 변동성(Volatility), 복잡성이 엄청나게 높고, 투명성이 낮고, 공평한 게임을 전혀 할 수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입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월스트리트 제도가 '안전하지도 못하고 공평하지도 못한 구조'인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새로 나온 복잡한 파생상품의 급속한 거래 증가이며 또 하나는 엘리트 투자 기관이 '엄청난 프리미엄'을 가지고 거래하는, 그래서 일반 투자가에게는 불리하고 또 공평하지 않은 초고속 거래 기법(High Frequency Trading)의 등장입니다.
전희경 : 요즘 미국에서 유행하는 농담이 있습니다. '주식을 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이란 농담인데, 주식을 한다 해도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갱신하는 다우존스의 호황에서 왕따 당하기 일수고 주식을 안 하면 괜히 손해 본다는 느낌이 든다는 개미 투자자의 씁쓸한 독백입니다.
박영철 : 미 국민의 요즘 심정을 잘 표현한다고 봅니다.
최근 첨단 기술을 이용한 금융 공학의 놀라운 발달로 금융 거래 상품의 다양화와 복합성이 크게 늘어나 일반 거래자나 투자자의 이해 부족으로 발생하는 손실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위험성과 변동성이 높은 파생 금융 상품(Financial Derivatives)의 범람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파생 상품은 통화, 주식, 채권, 예금과 같은 기초 자산을 토대로 하여 만든 증권입니다. 따라서 파생 상품의 거래는 이 상품의 미래 어느 시점의 '거래 가치'를 사고파는 금융 계약입니다. 거래 방법에는 선도(Forwards), 선물(Futures), 옵션(Option), 스왑(Swap) 등이 있습니다.
2007년 당시 미국의 4위 대형 투자 기관인 리먼브라더스를 파산시킨 파생 상품이 바로 주택담보대출증권(MBS-Mortgage-Backed securities)과 부채담보부증권(CDO-Collaterized Debt Obligation)입니다. 우선 이 둘은 위험성이 매우 높고 투명성이 매우 낮은 상품으로 소위 '고위험, 고수익' 원칙의 대명사로 인간 본능인 탐욕을 미끼로 만든 상품입니다.
둘째, 이 상품의 주요 매수자들인 금융 기관마저 이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전혀 공유하지 못했다는 책임이 있습니다. 셋째, 이들 파생 상품의 거래량은 기초 자산의 거래량보다 훨씬 큽니다. 그래서 손실을 보는 투자자의 수가 엄청 높습니다. 끝으로 신용평가기관의 무능, 판단 미스와 탐욕이 이 파생 상품을 산 매수자들의 손실을 눈덩이처럼 부풀린 책임이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한국에도 잘 알려진 '예측의 천재'로 불리는 네이트 실버(Nate Silver)의 책 <신호와 소음(The signal and the noise)>에 나옵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Standard & Poor's)는 당시 부채 담보부 채권(CDO)의 등급을 최우수 국가에나 주는 AAA로 매겼습니다. 이 AAA 등급은 앞으로 5년 안에 이 채권이 부도날 확률이 0.12%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실제는 이 채권들의 부도율이 28%로 나타났습니다. 즉 실제 부도율이 예측한 부도율보다 200배 더 높았습니다. 200%가 아니라 200배입니다. 이 규모의 평가 오류가 기술적인 이유만으로 발생했을까요?
전희경 : 충격적인 사실이군요. 지난주 무디스 국제신용평가 기관이 한국 경제의 등급을 Aa2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물론 한국 정부는 '헬조선'이란 수치스런 상황을 맞고 있는 한국 경제에 '단비'가 내렸다고 좋아하는데, 교수님 말씀을 듣고 나니 괜히 찜찜해지는군요. 힐러리 후보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월스트리트를 더 안전하고 더 공평하게 하겠다고 제안하고 있는지요?
박영철 : 아래 인용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첫 번째 개혁 : 미 금융 제도를 더 안전하고 더 공평하게 만든다.
(1) Dodd-Frank 법안보다 더 강력한 규정을 만든다.
(2) '그림자 은행'의 규제를 더 강화한다.
(3) 대형 금융 기관에 위험 수수료(Risk Fee) 제도를 도입한다.
(4) 효율적인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큰 금융 기관을 재조정, 축소, 해체하도록 한다.
(5) 잦은(High–frequency) 거래에 거래세와 새로운 거래 규칙을 도입한다.
(6) 금융 제도를 위험에 빠트리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하여 현 '보수 체제'를 개선한다.
(7) 은행 제도의 '투명성'을 높인다.
(8)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제 공조를 모색한다.
(9) 금융 제도의 사이버 공격 방어 체제를 강화한다.
전희경 : 이 중 교수님이 보시는 신선하고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개혁안 3개만 설명해 주십시오.
박영철 : 제 선택은 (3), (5). (6)입니다. 이들을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첫째, 자산이 500억 달러 이상의 대형 은행과 다른 금융 기관의 부채에 매해 위험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위험 수수료는 부채 총액뿐 아니라 단기 부채 비율과 그 위험도에 비례합니다. 이는 대마불사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Dodd-Frank 법의 추가 조치로 대형 금융 기관의 무리한 차입금 관행에 철퇴를 가할 공산이 큽니다.
전희경 : 두 번째 문제입니다. 초고속 거래(HFT)에 대한 찬반 논란이 치열하다고 들었습니다. 2014년에 이 첨단 거래 기법을 다룬 마이클 루이스의 <플래시 보이스(Flash Boys)>란 책이 큰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 책이 <플래시 보이스>란 제목으로 발행되었는데 재미있는 촌평 하나를 소개합니다. "0.001초의 약탈자들, 그들은 어떻게 월스트리트를 조정하는가?" 과연 그런가요?
박영철 : <플래시 보이스> 출판 1주년이 되는 올해 3월에 저자 마이클 루이스가
"내가 이 책을 쓴 목적은 일반 투자자에게 불리한 초고속 거래 기법을 개선하려는 것이었다. 지난 1년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이 책에 대한 소음은 많았지만 제대로 된 개선책은 없었다."
힐러리가 이 초고속 거래에 거래 세금을 매기고 특히 빈번한 주문 최소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전희경 : 세 번째 질문입니다. 월스트리트의 보수 체제가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고 소득 불평등을 악화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어느 정도 심각한가요?
박영철 : 심각합니다. "불로소득은 일종의 범죄이다"라는 기독교 정신에 배치되고 있습니다. "탐욕은 미덕이다"의 표본 교실이 현행 보수 체제라고 봅니다. 물론 '고위험, 고수익'의 무모한 원칙을 따르므로 관행화된 보수 체제입니다. 한 예로 아이비리그 대학 출신의 신입 사원 봉급이 일반 평균 초봉 임금의 2배입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수천억 달러의 자산을 운영하는 해지펀드의 CEO 연봉이 100억 달러를 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무슨 논리로 이 같은 성과 보수를 변호할 수 있겠습니까? 많은 경우 높은 보수가 위험을 선호하는 인센티브가 됩니다. 그래서 무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힐러리는 현행 보수 체제 개혁을 강력히 주장합니다.
전희경 : 지금까지 월스트리트를 더 안전하고 더 공평한 금융 제도로 만들겠다는 힐러리 후보의 개혁안을 심도 있게 검토했습니다. 이제는 '유전 무죄, 무전 유죄'라는 비판을 받는 월스트리트의 친재벌 성향의 민사법 개혁을 살펴보겠습니다.
두 번째 개혁 : 법을 어기는 개인과 기업에 더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
세 번째 개혁 : 법을 어긴 개인과 기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검찰과 감독관에게 필요한 자원과 도구를 지원한다.
박영철 : "무전 유죄, 유전 무죄"의 사회적 병폐가 그래도 적은 나라가 미국입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에서 발생하는 금융 비리의 회수와 규모는 충격적인 경우가 흔합니다. 현재 매우 완화되어 있는 민사법을 강화하겠다고 합니다. 법을 어긴 개인과 기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위치에 있는 검찰과 감독기관의 자원과 인력을 지원하겠다는 뜻입니다.
전희경 : 미국 금융 업계에 회오리바람을 몰고 올 수도 있는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의 월스트리트 개혁안을 상세히 검토해 주셨습니다. 남기고 싶은 말씀은 없으신지요?
박영철 : 요즘 한국 경제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만약(역사에는 만약이 없다지만 타산지석의 교훈은 있습니다) 현 박근혜 정권이 3년 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경제 민주화' 정책이 산으로 가지 않고 일부라도 실행되었더라면 오늘 한국 경제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힐러리의 월스트리트 개혁안이 실현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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