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노동 5법을 심사 중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측 간사는 21일 "상임위(환노위 야당) 입장은 굉장히 엄격하고 원칙적"이라면서 당 지도부와 "조금은 다른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 5법 가운데 비정규직 확대 우려가 제기되는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제외하고, 나머지 근로기준법·산재법·고용보험법에 대해선 비교적 온건한 태도를 취하며 '분리 처리' 가능성을 열어둔 문재인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이견이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모습이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민주노총 등 노동계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동 관련 5개 법안에 대한 시민·전문가 공청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대신하여 이 같은 환노위 야당 위원들의 입장을 전했다.
그는 "우리 당내에서 기간제법 파견법은 '절대 안 된다'는 분위기인데 나머지는 '논의는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있는 게 사실이다"고 인정하며 "그건 주로 환노위가 아닌 다른 사이드(곳)에서 생겼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새누리당과) 협상하는 게 아니라 반드시 상임위 동의를 거쳐야 한다"면서 "저희는 2(기간제법·파견법)는 아주 나쁜 것, 2(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도 나쁜 것, 1(산재법)은 얘기해볼 수 있는 거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새누리당의 노동법들이 "국회법 절차에 가로막혀 (통과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한다"면서 "특히 환노위에서 뚫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씀드린다"는 말도 덧붙였다.
앞서 지난 8일 문 대표는 "노동 5법 가운데 3개 법안에는 개혁과 개악의 요소가 섞여 있는데, 개악 요소가 제외된다면 (분리 처리는)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분리 처리 가능성을 열어뒀다. (☞관련 기사 : 문재인 "노동 5법, 분리 처리도 가능")
문 대표는 당시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비정규직을 오히려 확대하는 비정규직 양산법으로 우리 당은 이 두 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확고한 당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표의 이 같은 발언으로 노동계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고용보험법 개정안의 처리를 새누리당과 합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노동계는 통상 임금 축소와 '특별 연장 근로 8시간' 2023년까지 허용, 가산 임금 축소를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통과도 반대하고 있다.
비록 특별 연장 근로 8시간의 경우엔 2023년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라 해도, 엄연히 근로기준법에 최대 가능한 법정 노동 시간이 52시간(40시간+추가 12시간)으로 명시된 이상 새누리당의 법안은 '장시간 노동 허용' 법안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으로 장시간 노동과 임금 저하 현상이 또 한 단계 숙성되면, 다시는 상황을 개선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이 반영된 판단이기도 하다.
고용보험법 개정안 또한 '급여액이 늘어난다'는 새누리당의 주장과는 달리, 최저 임금 노동자와 비정규 노동자, 그리고 청년 노동자의 실업 급여 지급액은 외려 줄어들 것이라는 게 노동계의 우려다.
이번 개정안이 급여 지급 수준을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상향 조정한 것은 사실이나, 동시에 기여 요건이 현행 90~240일에서 120~270일로 늘고, 급여 하한핵은 현행 최저 임금 90%에서 80%로 하향 조정된 데 따른 것이다.
이인영 의원은 이날 이 같은 노동계 우려에 대해 "크게 걱정을 안 하셔도 되지 않나 한다"라고 말하면서도 민주노총 등의 요구대로 법안 심사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당의 입장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심사도 안 했으면 하는 입장을 여러 번 전달 받았으나 심사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시민 단체나 양대 노총에서 하는 대중운동과는 달리, 의회라는 틀 속에서 대처하는 방식은 조금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박근혜 정권의 노동 개악 의도는 거의 편집증적"이라면서 "조만간 아마 광기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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