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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싸이에게 답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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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싸이에게 답을 묻는다

[기고] 싸이의 사과, 모두가 웃는 길이다

싸이는 2012년 1월경에 건물을 샀다. 한남동 대로변에 위치한 6층짜리 건물이다. 1, 2층에는 '테이크아웃드로잉'이라는 카페 겸 갤러리가 세 들어 있다. 잘 샀는지 못 샀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잘 산 것 같지는 않다.


원래 이 건물 소유주는 일본인이었다. 일본인은 '드로잉'을 건물 1, 2층에 들였다. 계약조건은 ‘드로잉’이 원하면 언제까지나 영업할 수 있다는 일본방식을 따랐다. 문제는 일본인이 투기꾼 A에게 건물을 판 데서 비롯됐다. 일본인은 '드로잉'이 오픈한 지 6개월 만에 투기꾼 A에게 건물을 팔았다. 매매가를 알지만 정확한 액수 제시는 소송에 휘말릴 수 있으니, 대략 육십 몇 억 원이라는 것만 밝힌다.


투기꾼 A는 이제 막 사들인 건물을 되팔 궁리부터 했다. 그는 건물 매매의 걸림돌로 '테이크아웃드로잉'을 꼽았다. 그는 상가임대차보호법 10조의 예외조항을 통해 '드로잉'을 내보낼 방법을 찾았다. 상가세입자는 5년 동안 영업권을 보장받지만, 재개발, 재건축일 경우엔 예외로 둔다는 조항이다. 투기꾼 A는 이 조항에 따라 명도소송을 진행했다.


법원은 2011년 말, 투기꾼 A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속절없이 쫓겨나는 '드로잉'이 안타까웠는지 판사는 조정안을 내놓았다. '드로잉'의 영업을 2년 간 연장해주고 재건축을 하라는 안이었다. 투기꾼 A는 억울한 척하면서 조정에 응했다. '드로잉'은 눈물겨웠으나 조정에 응했다.


ⓒ프레시안(허환주)

이제 싸이가 등장할 차례다. 법원의 조정안이 받아들여진 지 불과 두 달 만에 투기꾼 A는 싸이한테 건물을 팔았다. 역시 정확한 매매가를 밝히는 건 소송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 대략 칠십 몇 억 원이었다는 것만 밝힌다.


건물주가 된 싸이는 대기업 커피체인점을 들이기 위해 '드로잉'을 내몰았다. 법적 근거는 투기꾼 A와 맺은 법원의 조정안이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드로잉'은 실신할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삶을 놔버릴 수도 없었다. '드로잉'은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싸이한테 통보했다. 법원의 조정안은 무효다, 그건 투기꾼 A와 맺은 조정안이다, 싸이와는 어떤 조정안에도 도장 찍은 바 없다, 더욱이 싸이는 재건축이 아니라 대기업 커피체인점을 들이려는 것 아니냐, 만약 투기꾼A와 맺은 조정안이 유효하다면 일본인 건물주와 '드로잉'이 맺은 계약도 유효한 것 아니냐, 그렇게 맞받았다.


싸이는 변호사를 앞세워 '드로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20여 명의 해결사를 고용했다. 새로운 임차계약을 맺은 것처럼 위장해 '드로잉'에 들어와서는 점유를 빼앗기 위해 운영진들에게 폭력까지 행사했다. 뿐만 아니라 '드로잉' 운영자 중 한 명의 집에 들이닥쳐 가압류 딱지까지 붙여댔다.


싸이에 대한 여론은 차가워졌다. 문화대통령이 문화공간을 내쫓는다고 이야기가 흐르자 싸이의 대리인을 자처한 YG 대표 양현석이 '드로잉'을 찾아왔다. 그는 원만한 합의를 종용하며 '드로잉'을 달랬다. '드로잉'은 답했다.


"법정소송 중인 상태에서 싸이 측이 용역들을 동원해 폭력을 자행했다. 공식적인 사과를 원한다. 그리고 어차피 카페를 입점시킬 것이라면 처음의 계약대로 이곳에서 좀 더 문화활동을 지속하고 싶다."


양현석은 돌아갔다. 잘 될 것 같은 기대가 은근히 있었다. 양현석과 ‘드로잉을 지키기 위한 대책위원회'는 한 달에 걸쳐 최종합의에 이르렀음을 서로 확인했다. 그러나 싸이 측 변호사가 합의안을 거절했다. 그러자 양현석은 제 3자라며 발을 뺐다. 그 후 소송이 진행됐다. 언론에는 합의하자고 하면서 뒤로는 강제집행신청을 하였다.


전시 중인 동료예술가의 작품도 훼손되며 '드로잉' 전시는 중단되었다. 양현석과의 합의에서 11월 30일까지 전시기간을 보장해준다던 제 1순위의 합의조차 깨진 것이다.

"이 모든 것에 대한 사과가 선행된다면 합의에 응하겠다"고 드로잉 측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싸이 측의 최종통보는 모욕적이었다. 사과는 할 수 없고 대신 합의금을 더 얹어주겠다는 통보였다. 물론 '드로잉'은 사과가 먼저라며 이를 거부했다.


싸이는 합의 의도가 전혀 없는 듯 여전히 변호사를 통해 무차별적 소송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드로잉' 운영자 세 명에게 3000만 원의 손해배상, 디자이너 권준호 씨에게 10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신제현 작가에게는 각각 700만 원과 400만 원 손해배상소송을 걸었다. 이유는 3월 13일 드로잉에 침입한 해결사들에 의한 폭력사건 관련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였다. 이미 1심에서 싸이 측 변호사는 패소했지만 항소를 이어나가고 있다.

▲ 강제집행을 위해 카페를 찾아온 용역 직원. 용역 직원들은 집기를 들어낸 이후, 3미터 높이 펜스를 설치했다. ⓒ테이크아웃드로잉

얼마 전 미국의 예술매체 <Artnetnews>, <AP>통신까지 '테이크아웃드로잉' 사태를 보도함으로써 미국의 여론조차 어두운 쪽으로 흘러갔지만 싸이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새 앨범을 발표하고 연말 콘서트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 나라의 어떤 언론에서도 그의 건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에게 묻지 않는다.


건물주 싸이와 '드로잉' 사태는 여기까지다. 소문은 무성하다. '드로잉'을 내보내기로 투기꾼 A와 싸이 측이 사전 교감했다는 둥, 싸이 측 변호사가 이상한 놈이라는 둥, 이참에 한몫 챙기려는 '드로잉'이 합의금으로 거액을 요구했다는 둥, 12월 1일 컴백한 싸이가 이번 사태로 미국에서 별 볼일 없게 된다면 '드로잉'을 박살낼 거라는 둥, 모욕적이고 위협적인 소문이 아주 무성하다.


그 같은 소문이 더욱 무성해진다면 합의는 더더욱 묘연해진다. 그러니 싸이한테 한 가지 말해둘 게 있다. 당신은 팬들의 인기로 먹고 산다. '드로잉'도 미술계 벗들이 있기에 생을 의미 있게 보내왔다. 당신은 팬들을 의식해 사과 요구에 고개를 젓고 있다. 그 점은 '드로잉'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드로잉'의 명예쯤 '그까이 거'로 생각하는가? 돈을 던져주고 명예를 참수할 수 있다고 보는가? 가당찮은 일이다.


"선비는 때려죽일 수 있을지언정 모욕을 줘서는 안 된다."


임안이 궁형을 받고 누워있는 사마천한테 한 말이다. 지금까지 자기 예술을 지향해온 '드로잉'한테는 명예야말로 최고선이 된다. 더욱이 '드로잉'은 이미 견디기 힘든 모욕을 당해왔다. 용역들한테 두들겨 맞았고, 가압류 딱지가 붙여졌고, 싸이의 피해자 코스프레로 인해 탐욕 덩어리로 내몰려왔다. 그러니 '드로잉'은 돈보다 앞서는 게 싸이의 사과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숱한 모욕을 당해온 '드로잉'이 또 다시 물러날 수는 없는 일이다. 싸이의 사과, 그것만이 둘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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