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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대책 효과 '갸우뚱'…'생색내기' 외엔 발만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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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대책 효과 '갸우뚱'…'생색내기' 외엔 발만 동동

경제위기 '발등의 불'...경제도 고민, 총선도 고민…

"세계 경제의 위기"를 연일 강조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대규모 경제현안점검회의를 통해 그 해결책으로 물가상승 억제 대책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공직사회에서부터 솔선수범해서 에너지를 절약하자"고 분위기를 다잡았고 과천 관가를 혼란에 빠뜨렸던 '50개 생필품 가격 관리' 방안도 밀어붙일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아주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자"고 말했지만 두시간 여 동안 진행된 격론을 통해 정부는 수입의존도가 높은 일부 원자재 관세 인하, 공공요금 동결 등 '고전적 대책' 외에는 별다른 뾰족한 방도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세계적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급등, 고도성장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심리 자극 등 복합적 요인이 얽힌 탓에 올라가는 물가를 잡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제시하기 어려운 구조적 제약이 일차적 요인이다. 그러나 '시장 원리'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이명박 정부가 과거 개발연대식의 물가통제 방안을 시행하기도 힘든 딜레마도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이명박 효과로만 GDP가 1%p 더 올라갈 수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1년 안에 3000포인트까지 올라간다", "취임만 하면 해외 투자가 쏟아져 온다"며 한껏 국민들의 눈을 높여놓은 이명박 정부로선 출범 직후 '경제위기 속의 총선'을 맞게 된 정치적 부담감도 적지 않아 보인다.

노무현 정부가 '고용 없는 성장은 세계적 추세, 미국이나 중국 경제에 대한 동조화 현상은 구조적 요인'이라고 토로할 때 한나라당과 이 대통령은 "우리는 다르다. 집권해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자신한 잔영이 크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분히 총선을 의식한 단기성 대책이 주를 이룬 건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왜 항상 농산물만 집중 관리할까?

이날 발표된 물가대책에선 이 대통령이 강조해 온 50개 물가관리 품목이 보다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쌀은 당연히 포함되고, 돼지고기, 배추, 무, 마늘, 달걀, 우유, 라면 등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축산물 위주의 생필품 관리 대책은 전시용이라는 지적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과거 박정희, 전두환 정부 시절 공산품 가격 상승은 용인하면서 쌀값, 배춧값, 연탄값 등으로 경제 민심의 동요를 단속했던 방식과 닮았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상공의날 기념행사에서도 "(물가관리를 한다 해서) 기업들이 가격을 내리라는 게 아니고 물량수급을 통해 하겠다"며 "야채가격이 오르면 야채 공급량을 확대하는 식이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기업 프렌들리'와 물가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니 '가락시장 중간 상인' 타령이나 할 수밖에 없다는 뒷말도 나왔다.

라면 등 물품이 갖는 상징적인 효과에 급급하다는 것. 예컨대 교육부는 이날 기초생활수급권자에 대한 대학 장학금 확대 방안을 내놓긴 했지만 서민경제를 직격하고 있는 폭등하는 등록금 자체에 대한 대책은 나오지 못했다. 청와대 회의에서도 등록금 대책 등에 대한 부분은 거론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이날 발표된 정부의 서민경제 관련 대책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50개 품목'을 둘러싼 우왕좌왕

또한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 총책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회의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에 대한 인식이나 거시적 대책이 명쾌히 정리되지 않았다.

당장 이 대통령과 장관들의 인식에서 차이가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이날도 "세계경제가 위기다"고 반복해 말하며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경제위기가 오고 있다고 말한 적 없다"면서 "세계금융위기지 우리 경제 이야기가 아니다"고 '해석'했다. 한국 경제가 세계금융시장에서 디커플링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으로 들리는 대목이다.

또한 '50대 품목'을 두고 과천 관가가 우왕좌왕하자 청와대가 전날 "중점적으로 관리를 하라는 뜻이지 꼭 50개 물가지수를 만들라는 뜻은 아니었다"고 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이날 다시 "50개 품목에 대한 안정이 있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청와대는 슬그머니 "통계청과 협의해 이미 잠정 선정했고 소비자 단체와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이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인력낭비 사례로 언급했던 '하루 220대 밖에 안지나가는 톨게이트'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찾으라고 공무원들이 골을 싸매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구체적 대책'이 실제 적용되는 과정에선 '뽑고 보니 그 전봇대가 아니다'던 대불산업단지 해프닝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금통위원 인선을 주목한다

물론 이날 회의에서는 긍정적 시그널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회의 모두 발언에서 "환율 상승은 다소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기업 경영에 위협을 주는 요소가 되고 특히 물가가 대폭 상승하는 불가피한 상황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정부에서는 '환율이 더 올라가도 괜찮겠다고 생각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이 대통령의 말을 뒷받침했다. 성장률 지표 관리를 위해 환율 급등을 조장하지 않고 물가 관리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임박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인선에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추천권을 법대로 보장해주는 일이다.

정부의 통화, 환율정책 개입 필요성을 강조해 환율 급등에 한 몫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원 인선에 입김을 가해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면 시장의 불안 심리는 증폭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당장 21일 열릴 경제정책조정회의와 국무회의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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