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쟁점 법안의 '직권 상정' 여부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대척점에 선 정의화 국회의장은 17일 "국회법이 바뀌지 않는 한 (기존 생각은) 변할 수가 없다. 내가 성을 바꾸던가…"라고 말했다.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여야 쟁점 법안을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상정해야 한다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거듭되는 압박에 다시 한 번 '절대 안 된다'는 기존 소신을 밝힌 모습이다.
국회의장의 법안 본회의 직권 상정은 현행 국회법(일명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전시에 준하는 '국가 비상 사태'이거나,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가 있을 때 등에만 가능하다.
그러나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원샷법 등 쟁점 법안을 정기국회 중 합의 처리한다'고 한 지난 2일 여야 원내지도부 간 협상 결과를 근거로,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 요건이 갖춰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시 합의문을 '여야가 해당 법안 처리에 원만하게 합의할 수 없으면 처리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음에도, 일방적인 해석으로 정 의장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정 의장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나는 압박을 전혀 못 느낀다. 다 나라 걱정으로 (직권상정을 거부) 하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이 이날 오전에까지 "(국회의장은) 비정상적인 국회 상태를 정상화시킬 책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정 의장을 재차 압박한 것에 대해선 우선 "아주 지당한 말씀"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그러나 그런 정도는 국회의장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데 구태여 왜 그런 (얘기를 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면서 "삼권분립이 돼 있는 대한민국 민주 체계에 뭔가 좀 의심이 가는 얘기들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겠다"고 청와대에 조언했다.
청와대의 지속적인 직권 상정 압박은 입법부와 행정부가 서로 독립적이여야 한다는 삼권 분립 원칙을 훼손하는 언행이란 지적이다. 정 의장은 다만 "(청와대에서도) 다 나라 걱정해서 하는 얘기니 그냥 제가 좀 넓게 받아들여야죠"라는 말도 덧붙였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정 의장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강행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정 의장은 "해임 건의안이 통과되면 제가 (의장을) 안 하면 되죠"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어 "농담인데 해임이 그렇게 쉽게 되겠느냐"면서 "어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156명 연서를 가지고 왔던데 제가 156명한테 일일히 체크 한 번 해볼까요? (직권상정 요구 결의문에) 다 도장을 찍었는지?"라고 되묻기도 했다.
정 대변인과 함께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이날 "야당 탓만 하며 법안 처리를 미룰 수 없다"면서 정 의장을 또 한 번 압박했다.
그는 "안팎의 경제 위기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면서 법안 처리를 위한 "방법은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밖에 없다"고도 했다. 국회법상 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인 "국가 비상사태를 폭넓게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고도 김 정책위의장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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