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5일 노동5법, 서비스산업발전법, 기업활력제고법, 테러방지법 등 '대통령 관심 법안'을 직권상정 해 달라고 정의화 의장을 공개 압박했다.
현기환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을 예고 없이 방문해 "선거법이나 테러방지법,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법안도 직권상정을 하기에는 똑같이 미비한데 선거법만 직권상정을 한다는 것은 국회의원 밥그릇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라며 정 의장을 만나 "경제 위기에 대비하는 노동개혁법과 서비스법, 기업활력제고법, 국민 안전에 필요한 테러방지법을 외면하시고 선거법만 처리된다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전했다.
현 수석은 이날 오전 10시 55분 경에 정 의장을 찾아가 약 20여 분간 대화를 나누며 법안 처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수석은 "굳이 선거법을 처리하겠다면 국민이 원하는 법을 먼저 통과시켜 주시고, 그리고 나서 선거법을 처리하는 순서로 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그것이 힘들다면 선거법과 민생법안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와 관련해 현재까지 입장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정부의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선거구획정의 경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처리해야 하며, 내년 1월 1일까지 처리하지 못할 경우 기존 선거구가 법적으로 무효화되는 비상 사태가 온다는 게 정 의장의 논리다.
이 때문에 선거구 획정은 정치적 혼란이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할 긴박한 필요가 있지만, 나머지 법안은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것을 이미 여야 지도부가 약속했고, 이 법안들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국가 재난이 닥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비상 사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국가 의전 서열 2위의 국회의장에게 '국회의원 밥그릇' 운운하며 직권 상정을 공개 요청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박 대통령의 '관심 법안' 처리를 위해 막무가내식 논리를 가져다 대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가 언급한 법안들은 대부분 야당으로부터 반 노동, 친 재벌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심지어 정 의장은 내년 총선 불출마의 뜻을 내비친 상황이다. 자신이 속한 지역구인 부산 중동구가 통폐합 대상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자역구가 사라지자, 자신의 '밥그릇'을 스스로 내놓았다. 이처럼 법안 처리 등과 관련된 명분을 정 의장이 쥐고 있는 상황이라, 청와대와 새누리당 내 친박 '돌격대'들은 특별한 손을 쓰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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