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분석]영남권 공천 결과 들여다보니…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분석]영남권 공천 결과 들여다보니…

명맥만 남은 朴계…신진 MB계 장악

한나라당이 영남 현역 의원 62명 가운데 25명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김용갑, 김광원 의원을 포함하면 현역물갈이 폭이 43.55%에 달한다.

이번 공천에서는 3선 이상의 중진급 의원들이 '친박·친이'를 막론하고 무더기로 탈락한 점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울산동구를 수성한 정몽준 의원을 제외한 18명의 영남권 3선 이상 중진 가운데 이날 공천장을 따낸 인사는 정의화 의원이 유일하다. 이미 확정 발표된 강재섭 대표, 박근혜 전 대표, 이상득 의원을 포함해도 생환자는 4명에 불과하다.

대선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선대본부장, 본선 '6인회' 멤버였던 박희태 의원을 포함해 이명박계 중진 탈락자가 8명으로 친박계열 6명보다 많다. 초재선 탈락자 가운데도 친이 계열 숫자가 더 많다.

친박계열의 집단행동을 제어하기 위해 애쓴 흔적도 역력하다. 친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이 탈락했지만, 친이계 중진인 박희태, 권철현 의원도 탈락했고 공천 신청 당시 18대 의정계획으로 "대운하 반대"를 명기해 '배짱'을 과시했던 유승민 의원은 살아남은 것.

이밖에 친박계열 비례대표인 서상기 의원이 안택수 의원을 누르고 대구북구을 공천장을 따냈고 부산 사하갑에서 친박계 엄호성 의원이 탈락한 대신 친박계인 현기환 전 부산시장 특보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김해진 전 경향신문 부국장을 꺾은 건 일종의 이변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 외에 탈락자들의 빈 자리를 메꾼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명박계의 약진이 단연 두드러진다. 박근혜계가 탈락한 자리엔 이명박계가, 이명박계가 빠진 자리도 신진 이명박계가 채운 셈이기 때문이다. 친박계 정치신인을 찾아보긴 어렵다.

결국 43.55%의 높은 물갈이 비율은 친박계의 타격을, 이명박 대통령의 높아진 영남 장악력을 의미한다.

빈 자리 메꾼 사람들은 대부분 '친이'

대구 달서을에서 이해봉 의원을 누른 권용범 뉴라이트전국연합대표, 탈당한 곽성문 의원의 빈자리를 꿰찬 배영식 한국기업데이터 사장, 정두언 의원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홍지만 전 SBS 앵커 등은 모두 이명박계열로 분류되는 정치신인들이다.

부산 동래에서 친이계열인 이재웅 의원을 누른 오세웅 변호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개인자문 변호사였고 사하을의 공천장을 따낸 최거훈 변호사도 이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이처럼 '계파 불문 '현역 물갈이'라는 대전제 하에 진행된 듯 보이는 영남권 공천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이 부글부글 끓어오를 수밖에 없는 결과다.

대구 달서병 등 6개 지역을 전략지역으로, 친이계 조해진 전 인수위 부대변인의 공천이 확실시 되던 밀양창녕을 보류 지역으로 선정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는 친박계의 반발이 거세질 경우 적절히 활용할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직접 명단을 발표한 안강민 공심위원장은 "전략 지역에 현역 의원이 재공천 되는 일은 없다"면서 "새롭게 신청을 받아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10여 년간 어려운 야당 생활을 하면서 당을 이끌어온 당협위원장을 비롯한 많은 후보들이 탈락한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면서 "공심위는 화합 정치라는 큰 목표아래, 탈락 후보 중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 당선을 위해 열심히 하는 분들에게는 앞으로 있을 각종 선거와 후보공천 그리고 인사 등에서 가산점을 주어 특별 배려키로 결정했다"며 이탈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썼다.

'중진 숙청'은 이상득 배려용?

안 위원장은 또한 "수도권은 전문가 중심으로, 호남과 충청은 당의 정체성과 지역사회 활동 중심으로, 영남권은 개혁지향적 방향으로 공천했다"고 말했다. 영남권에 관해선 고령의 중진들과 정형근 의원 등 이념적 색채가 강한 의원들의 탈락을 두고 한 기준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이날 영남 공천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물갈이 폭이 클 뿐 딱히 '개혁지향'으로 분류할만 한 사람은 눈에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몇 차례 개인적 물의를 빚었던 김태환 의원을 꺾고 구미을 공천장을 따낸 여성 공학자인 이재순 구미 폴리텍4대학 구미캠퍼스 학장, '철새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열린우리당 출신 강길부 의원의 울산울주에서 이채익 전 울산남구청장이 공천된 정도가 눈에 띄는 정도다. 허용범 전 조선일보 기자, 홍지만 전 SBS앵커는 언론계에서 수혈한 '젊은 피'로 분류된다.

이처럼 공천장을 받은 정치신인들은 크게 언론인, 법조인, CEO, 지자체 정치인 출신으로 분류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주의 컨셉'에 부합하는 명단이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물밑에서 거론되던 이상득 의원의 자진불출마가 성사되지 못한 건 두고두고 뒷말을 남기게 됐다. '계파불문 중진숙청'에 대해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결국 형님을 살리기 위한 것 아니겠냐"고 평가했다. 이상득 부의장 공천에 대해 쏟아지는 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한 '결단'이라는 것. 심지어 이상득 의원을 살리기 위해 박희태 의원을 낙천했다는 뒷말까지 나왔다.

이에 따라 '이상득 살리기'를 위한 친이계의 자진숙청은 서울 강남지역 공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인사는 "서초을의 김덕룡 의원 같은 경우도 어렵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강남지역 공천은 14일 발표될 예정이다.

이상득 의원을 제외한 이명박계 중진들의 대대적인 물갈이는 이재오, 정두언 의원 등 소장 그룹의 약진을 알린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측면에선 부산 수영에서 박형준 의원이 무난히 공천을 따낸 게 단연 눈에 띈다.

한편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이날 여의도 모처에 모여 상황을 파악한 뒤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공천에서 탈락한 부산 서구의 친박계 유기준 의원은 이날 밤 당사 기자실을 찾아 "공천이 아니라 사천(私遷)이다"면서 "나는 공심위가 제시한 기준에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데 다만 대선 경선에서 승리한 편이 아니었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며 강하게 불만을 토로해 집단 반발을 예고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