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벽이 없으니 행진도 평화롭게 진행됐다. 서울시청광장에서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지난 14일 물대포를 맞고 의식불명인 백남기 씨가 있는 서울대학교병원 앞까지 행진한 뒤,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대학로에서 진행된 촛불 문화제에는 3만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 폭력 규탄 범국민 대책위원회 주최로 진행된 이날 촛불 문화제에는 백남기 씨의 두 딸이 참석했다. 백 씨의 막내딸 백민주화 씨는 "그동안 우는 모습만 보여드려서 이 자리에서는 울지 않으려 했는데 다시 눈물이 나온다"며 "하지만 이 눈물은 슬픈 눈물이 아니라 추운 날씨에 이 시간까지 함께 해주신 여러분에게 감격해서 나오는 눈물"이라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백민주화 씨는 "사실 이렇게 많은 분이 오시리라 생각하지 못해서 이 나라에 대한 '원망'만을 마음에 담고 나왔다"며 "하지만 내 앞에, 옆에, 그리고 저 멀리까지 있는 분들을 보니 '희망'이라는 단어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자신의 심정을 밝혔다.
백민주화 씨는 "우리 아버지가 지금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의 목소리를 듣고 일어날 것만 같다"며 "당신이 일어나셔서 직접 감사하다는 말씀을 할 수 있도록 끝까지 우리와 함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 씨 딸 "이렇게 우리도 선진국이 되어가는 듯하다"
백남기 씨의 큰딸 백도라지 씨도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분들이 병원 앞까지 아빠의 쾌유를 기원하며 행진해주셔서 감사한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백도라지 씨는 "아버지가 쓰러진 지 딱 3주 됐다"며 "그때 소식을 듣고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갈 때만 해도 경찰 차벽에 막혀 병원으로 갈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백도라지 씨는 "결국, 경복궁에서 내려서 서울대병원까지 걸어서 갈 수밖에 없었다"며 "오늘은 그렇게 경찰 차벽으로 도로를 막지 않아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백도라지 씨는 "앞으로도 집회에서 경찰들이 오늘처럼 우리를 지켜줬으면 한다"며 "이렇게 우리도 선진국이 되어가는 듯하다. 우리가 만들어냈다"라고 말했다.
백도라지 씨는 아버지의 상태를 두고 정부에서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고 있는 것에 분노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 아버지 상태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의사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며 "오늘 집회에서 그들이 뭔가를 느끼고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백 씨 현재 상태 심각한 수준, 가족들 일단 지켜보기로
현재 백남기 씨의 상태는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3주 전인 11월 14일 민중 총궐기 대회에서 물대포를 맞고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으로 후송된 백 씨는 오른쪽 머리가 찢기고 두개골이 파괴되는 등 심각한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뇌 손상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급히 수술했으나 아직 혼수상태다. 하지만 지난주 뇌파 검사에서 뇌파가 살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사일 경우 뇌파가 잡히지 않는다. 백 씨 가족들은 좀 더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촛불 문화제는 7시 30분께 시작돼 8시 30분에 마무리됐다. 이날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이후 별다른 행진 없이 자진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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