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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달러는 왜 중국의 '굴기'를 허락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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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달러는 왜 중국의 '굴기'를 허락했나?

[강준영의 차이나 브리핑] 위안화 SDR 편입의 정치경제학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의 손을 들어줬다. IMF는 지난 11월 30일 집행이사회를 열고 특별 인출권(SDR)을 구성하는 바스켓 통화에 위안화를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SDR이란 IMF 회원국이 외환 위기를 겪을 때 담보 없이 필요한 만큼의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로 이 통화 바스켓에 들어가는 것은 세계 경제의 엘리트 화폐로 인정받는 의미가 있다. 이는 중국이 올 초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에 이은 두 번째 금융 외교의 성공이라 할 만하다.

중국의 위안화(RMB, 인민폐)는 이제 미국의 달러화, 유럽연합(EU)의 유로화 그리고 영국의 파운드화 및 일본의 엔화와 더불어 다섯 번째로 세계 엘리트 통화로 도약했으며 10.92%의 비중으로 당당히 세계 3대 화폐가 된 것이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특별 인출권 바스켓 통화가 됐다고 해서 기축 통화로 인정받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바스켓을 구성하고 있는 화폐들과 동등 가치를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가 더 크다.

어쨌든 세계가 중국의 경제 발전과 개혁 개방의 성과를 인정하는 것이며 국제 금융 시스템이 위안화를 진정한 국제 화폐로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도 크게 반기고 있다. 통화 바스켓은 기본적으로 가상 화폐이기 때문에 실질적 의미보다는 상징성이 크지만 중국은 분명히 장기적 관점에서 인민폐 국제화의 성공적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실질적 차원에서도 위안화는 기축 통화 대접을 받으면서 국제적 수요가 늘어나게 되었고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국책 사업인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사업의 전개에 일정한 탄력을 받게 되었고, 위안화 직거래 확대를 통해 달러화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미국과 IMF의 동상이몽

그러나 중국이 더욱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치 저장 수단과 무역 결제 수단으로 일종의 특권을 향유해 온 미 달러화에 대해 장기적 차원에서 대항적 성격을 갖추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점을 잘 알고 있는 미국은 중국이 여전히 위안화 환율을 조작하고 있으며 인위적이고 돌발적인 화폐 정책을 운용함으로써 그 안정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SDR 편입을 탐탁지 않게 여겼었다.

그러나 세계 3대 결제 화폐로 부상한 위안화를 무시한 채 국제 금융 체계를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연준의 지속적 금리 인상 정책 운영을 앞두고 중국이 더 이상 환율 전쟁을 하지 않는다고 약속만 하면 SDR 편입을 용인하는 것이 미국 경제 부담을 경감시켜 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IMF 역시, 그 동안 IMF의 개혁이 정체된 원인이 미 달러 주도의 금융 패권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위안화의 SDR 편입을 통해서 다원화 개혁의 진전에 원군을 확보하는 정치적 고려를 한 것이다.

미국 금융계나 학계에서는 IMF가 미국의 그늘을 벗어나기 위해 너무 낙관적 관점에서 위안화의 통화 바스켓 편입을 받아들였다면서 국제 경제에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계속 제기하고 있다.

마지막 텃세 부리는 미국

때문에 이런 중국의 불확실성, 그리고 위안화의 불안정성과 조작성에 대한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미국은 이번 집행이사회에서 두 가지 결정을 통해 달러화의 주도적 지위를 절대 양보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당연히 작금의 중국 경제력이나 위안화의 안정성 그리고 국제적 신뢰 등은 여전히 달러화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의 요구는 바로 중국과 위안화에 대한 의구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미국의 우려는 하나는 위안화의 비중과, 다른 하나는 통화 바스켓 편입 시기와 연결돼있다.

우선, 5개 바스켓 화폐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자. 위안화의 통화 바스켓 편입 결정 이전 4개 화폐의 SDR 통화바스켓 구성 비율은 달러화가 41.9%, 유로화 37.4%, 파운드화 11.3% 그리고 일본 엔화가 9.4%였다. 그런데 이번에 위안화는 편입하자마자 10.92%의 비중을 확보해 제3의 화폐로 떠올랐고, 유로화는 30.93%로 6.47%의 비중이 감소했고 파운드화는 3.21%, 엔화가 1.07%가 축소됐다. 그러나 달러는 위안화 편입에도 불구하고 0.17% 감소라는 미세한 변화밖에 없었다.

이는 달러 주도의 금융 시스템을 바꿀 의사가 전혀 없음을 선포하는 것이기도 하며 달러화와 경쟁하는 유럽 화폐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특히 미국은 중국에 경사되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위안화와 유로화 그리고 중국과 유럽의 협력이 유렵 경제의 소생으로 이어져 달러화에 부정적 효과를 미칠 수도 있음을 걱정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은 중국 금융에 대한 견제가 결국 AIIB나 브릭스 국가 중심으로 구축된 신개발은행(NDB) 등의 출범을 가져왔고, 금융 부문에 있어 위안화의 견제 세력으로 여겼던 유럽 20여 개 국가가 AIIB에 가입하는 정책적 실패로 연결된 점을 상기하면서 일단 중국에게 위안화의 국제성을 인정해주되 달러화의 아성에 도전하지 말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현재 상태의 위안화 환율은 달러에 연동돼 있기 때문에 어떤 측면에서는 달러 의존성이 더욱 강화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또 하나는 위안화의 정식 편입은 2016년 9월 30일이며 10월 1일부터 효력을 발생한다는 점이다. IMF는 당초 올 12월 31일까지로 돼있던 현재 통화바스켓 평가 기간을 9개월 연장해 SDR 도입을 검토하는 국가들에게 일정한 조정 기간을 확보해주기 위해서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실질적으로는 중국이 어떤 실천 의지를 가지고 얼마나 적실한 금융 자유화, 시장화 조치를 취하는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이미 전 세계는 국제 규범을 준수하겠다는 중국의 약속을 믿으면서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을 용인했으나 임의적인 '중국식 규칙'에 시달린 경험도 갖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국제 금융의 '규칙 준수자'로 기능하는 준비 작업을 독려하는 동시에 제도권 금융 행위자로 기능해야 한다는 압력이기도 하다.

높아진 지위에 따라 중국이 감당해야 할 새로운 의무와 도전

권리가 있으면 의무가 따른다. 사실 중국 정부 역시 제한적이나마 SDR 편입을 위해 다양한 개혁을 추진해온 것도 사실이다. 환율 변동폭을 ±1%에서 ±2%로 확대하고 환율 기준치 산출을 전날 종가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변경했고 각종 금리 상한선을 폐지하는 등 금리 자유화 조치를 실시하고 있고 위안화 역외 시장을 개설하는 등 개방 확대 조치를 계속 강구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정부의 외환 시장 개입 금지 등 근본적인 금융 자유화 조치가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도 지속적인 금융 개방과 시장화 조치를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장기적으로 달러화와 같은 기축 통화를 꿈꾸고 있다. 사실상의 유일 기축 통화인 달러처럼 자유롭게 쓰이는 기축 통화가 된다는 것은 SDR 통화 바스켓의 편입 조건의 하나인 "널리 사용(widely used)"되고 주요 외환 시장에서 "널리 거래(widely traded)"되는 차원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중국이 과연 국제 금융 시스템이 요구하는 시장 개입 최소화 요구에 부응하면서 부진한 경기를 진작시키고 또 국제적 위상을 갖춘 기준 통화로서 성장하는 세 마리 토끼 잡기를 과연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출현하면 마찰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달러를 향한 도전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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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이며,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및 중국 문제 시사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중화민국 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에서 현대 중국정치경제학을 전공해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에 관한 100여 편의 연구 논문과 <한 권으로 이해하는 중국>, <중국의 정체성>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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