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의원 수를 줄여서 지역구 의석 비율을 높이자는 방안에 합의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존의 '비례대표 축소 불가' 당론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3일 정의화 국회의장 중재로 의장실에서 만나 논의한 끝에 비례대표 의원 수를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양당 원내대표가 회동 후 브리핑에서 밝혔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회동 후 "오늘 대체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것은 비례대표 수를 줄이고 지역구를 늘리는 방향"이라며 "다만 줄어든 비례대표 의원(수에도 불구하고) 비례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를 가지고 고민하기로 했다"고 브리핑했다. 그는 "비례대표 의원 수를 줄이고, 예를 들어 7석을 줄일 경우, 줄인 만큼(의) 비례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고민해 보겠다(는 것)"라고 부연했다.
원 원내대표는 "오늘 회동에서는 300인 국회의원 정수는 줄이지 않는다는 데 기본적 인식을 같이했다"면서 "과거에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비례대표를 한 석도 못 줄이겠다'고 했는데 상당히 진전이 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비례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된다면 비례대표 수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계속 마련하자는 것에 대해 의견을 공유했다"면서 "사표를 방지하고 비례성을 더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 준다면, 비례대표 수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는 데에), 어느 정도 논의의 접근을 이뤘다"고 확인했다.
지난달 12일 결렬된 여야 간의 선거구 협상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한다면 비례대표 의석 수를 7석까지 줄일 수 있다'는 양보안을 검토했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새누리당 소속 이병석 국회부의장의 중재안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장했던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한 대안 격이다.
협상 결렬 다음날인 지난달 13일 문재인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농어촌 지역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례대표 7석을 줄이는 방안까지 성의있게 검토했지만 새누리당은 아무런 양보와 결단이 없었다"며 "확고한 당론까지 포기해 가며 여러 번 양보와 결단을 했는데, 새누리당은 전혀 여당답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에 이어 이날 이 원내대표가 "비례대표 수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함으로써 비례대표 축소가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즉 새정치민주연합의 비례대표 의석 관련 입장은 '축소 불가'(지난달 초순까지) → '축소도 성의있게 검토'(지난달 중순) → '줄일 수 있다'(12월 3일 6자 회동에서)로 바뀌어 온 셈이다. 정치학자들과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 정의당 등의 다른 야당들로부터 강한 비판이 예상된다.
앞서 지난달 30일 정의당은 심상정 상임대표, 김세균·나경채 공동대표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대표 축소 등 정치개혁 후퇴를 막기 위해 정의당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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