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복면금지법'은 신원 은폐 목적(의 복면을) 금지하는 법인 경우에도 국민이 익명으로 집회·시위에 참여할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것이며 헌법적 권리를 행사하려는 국민들을 차별하려는 것"이라면서 "또 어떤 형태로 복면금지법을 입법화하든 형량을 프랑스 등 비슷한 법을 제정한 나라의 수준, 예를 들어 벌금 20만 원 정도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친박계인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 등이 지난달 25일 발의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집회 주최자나 참가자들에 대해 "신원확인을 어렵게 할 목적으로 마스크 등의 복면도구를 착용하거나 착용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자는 내용으로, 이를 위반하면 주최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만 원 이하 벌금, 참가자는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자고 하고 있다.
박 교수는 "(복면금지법은) 집회나 시위에 나오는 행위 자체를 신원을 공개한 상태에서 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며 "(이는) 2012년에 위헌판정을 받은 인터넷게시판실명제와 마찬가지로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집회·시위는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라며 "표현행위는 그렇게 위험한 행위가 아니며, 익명의 표현은 사상의 전파라는 공익적 역할을 수행해 왔기 때문에 위험이 있더라도 보호되어 왔다"고 지적하면서 <폭풍의 언덕>의 저자 에밀리 브론테나 볼테르, 조지 오웰, 벤저민 프랭클린, 오 헨리 등이 가명을 사용한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떳떳하면 왜 얼굴을 내보이지 않는가'라고 다그치는 사람들도 길거리를 걷는다는 이유만으로 신원공개를 요구당하면 '내가 뭘 잘못했는데?'라고 불쾌해할 것"이라며 "집회실명제 반대자들의 심정이 바로 그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폭력 발생의) 위험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든 장소, 즉 공원·경기장·극장 등에서도 마찬가지"라며 "길거리 범죄를 막겠답시고 길을 걷는 사람들 모두에게 명찰과 주민번호를 달고 다니도록 강제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생각해 보라. 길에 나가기 자체를 꺼려할 것이며 이동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침해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토론회 인사말에서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 입에서 시위대를 이슬람국가(IS) 테러리스트에 견주는 발언이 나왔다"며 "복면을 쓴 게 비슷하단 이유라는데, 그런 논리라면 'IS처럼 밥 먹고 숨 쉬는 모든 이가 테러리스트냐'라는 식의 조롱이 누리꾼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심 대표는 "저도 오늘 복면을 쓰고 나와 보았다. 제가 IS처럼 보이시느냐"고 자신이 언급한 '조롱'의 대열에 동참했다. 이날 심 대표는 가면을 쓴 채 인사말을 하고, 토론회 사전행사 사회를 맡은 최현 정의당 기획홍보국장도 영화 <브이 포 벤데타>로 유명해진 가이 포크스 가면을 썼다.
심 대표는 "새누리당은 대통령 발언에 발맞추듯 복면금지법을 새로 발의했고, 뒤이어 법무부 장관이 '법안 통과 이전이라도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폭력을 행사한 자에 대해 양형 기준을 대폭 상향할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며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복면금지법'은 한 마디로 시대착오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법의 노림수는 비판적 목소리는 사전에 틀어막고 정부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주입하(겠다)는 발상"이라며 "(이는) 교과서 국정화 시도나 또 위헌적인 '노동 개악' 시도 등에서 드러나고 있다. 복면금지법 강행 추진은 풍자와 패러디로 단순히 웃어넘길 문제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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