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이 법안을 기존의 서비스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과 더불어 '경제 활성화 법안' 4대 목록에 넣고 연내 처리를 압박하고 있다. 기존의 '원격 의료법(의료법 개정안)' 대신 신규로 들어간 법이다. 여야는 이른바 '경제 민주화법'과 '경제 활성화법'을 맞바꾸는 논의를 하고 있다.
문제는 '원샷법'이 대표적인 '반(反) 경제 민주화법', '재벌 승계 민원법'이라는 데 있다. 핵심은 '소규모 분할에 대한 특례' 조항이다. 이 조항은 기업이 자신보다 덩치가 작은 기업과 인수 합병할 때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승인만으로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적용 기준도 인수합병 대상 기업의 규모가 기존 10%일 때에서 20%일 때로 대폭 완화했다.
또, 회사가 그밖에 일반적인 분할 합병을 할 때는 주주총회 소집 공고 기간을 기존 2주일에서 7일로 단축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사업 재편에 나선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시행령 등 행정입법 규제를 완화하거나, 세금 감면 등의 지원을 한다는 내용은 덤이다.
"재벌 경영 승계 위한 법" vs. "남용 방지 조항 있어"
야당은 재벌 기업이 5년 한시법인 이 법안을 지배 구조를 강화하거나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의결만으로 기업의 인수합병이 결정된다면, 재벌 2세, 3세의 경영 승계 과정이 더 쉬워지는 탓이다. 이 과정에서 소액 주주와 구조조정 대상이 된 노동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내세우는 논리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 법안 적용 대상이 철강, 화학, 조선 등 '과잉 공급 업종'에 국한되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 법의 취지는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신산업 진출 등 기업의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사업 재편 활동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적혀 있다. 부실 기업이 아니라, 정상 기업의 '선제적 사업 재편'을 지원하는 것이 법안의 목적이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경제학부)는 "공급 과잉은 산업과 세계 시장의 개념인데, 이 법은 개별 기업의 재무제표로 공급 과잉을 판단하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운 산업, 자동차 산업, 심지어 잘나가는 스마트폰 사업마저 세계 시장 경기에 따라 얼마든지 '공급 과잉'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논리는 재벌 기업이 경영권 승계나 지배구조 강화를 목적으로 인수합병을 신청하는 것을 막을 안전장치를 뒀다는 점이다.
산업통산자원부 관계자는 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참석해 "경영권 승계나 지배 구조 강화가 목적인 경우, 정부가 승인하지 않을 수 있는 조항이 있다"면서 "악용된다면 혜택을 취소하고 3배에 달하는 과징금까지 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당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사업 재편, 신사업 진출' 등의 명분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이유로 야당은 이 법안의 적용 대상에서 아예 대기업을 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은 "대기업을 빼면 이 법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면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실상 '대기업을 위한 법'이라고 시인한 셈이다.
게다가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고용 문제도 (전직 지원금 지원 등) 다 안전장치를 마련해놓은 법안"이라고 홍보하기까지 했다. 잘리기 싫은 노동자를 자를 환경을 만들어 놓고, 이직 지원금을 마련해준다고 토닥인 것이다.
삼성을 위한 법?
전성인 교수는 이 법이 "삼성그룹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우려를 낳을 수 있다"면서 "삼성은 전자와 비사업 부문들을 합병하고 경영을 승계해야 하는데, 사업 재편이라는 명목으로 적당히 포장하고 주주총회를 열지 않고 넘어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삼성은 합병과 관련해 두 번의 큰일을 치렀는데, 삼성중공업과 엔지니어링 합병은 무산됐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나라 전체를 곤죽으로 만들고 외국인 투자자가 침 뱉고 나가면서 어거지로 합병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6000억 원의 국민 재산을 날려먹었는데, 앞으로는 재벌들이 주주총회를 열지 않고 합병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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