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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테러리스트도 <대장금>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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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IS 테러리스트도 <대장금>은 봅니다"

[독서통] <이슬람 학교> 쓴 이희수 한양대학교 교수

이슬람국가(IS)가 퍼뜨리는 공포가 세계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미 한국의 청소년 한 명이 IS 대원이 됐죠. 24일 국가정보원은 "내국인 중 구체적으로 IS와 연계된 이가 10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9월 IS가 올린 동영상에는 한국도 테러 대상인 '십자군 동맹' 62개국의 하나로 지목됐고요.

자극이 커지면 반자극도 강해지기 마련입니다. IS 공포가 국내에도 확산되는 한편, 기존에 한국인이 가졌던 이슬람에 대한 선입견을 IS가 부채질하면서 '이슬람 포비아(Islam phobia, 이슬람 문명에 대한 공포나 혐오)'까지 강해지고 있습니다.

IS는 일개 테러 조직이고, 이슬람은 하나의 문명입니다. 개신교 테러 단체가 있다고 우리가 개신교 문명 전체를 테러 집단으로 보지는 않겠죠. 이슬람에 대한 몰이해가 우리의 이슬람 포비아 근저에 있습니다.

김종배 <시사통> 편집인과 강양구 <프레시안> 기자가 진행하는 '독서통'은 24일 이슬람 문명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IS의 실체를 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선정한 책은 <이슬람 학교>(이희수 지음, 청아출판사 펴냄). 이슬람 전문가인 이희수 한양대학교 교수(문화인류학과)가 <프레시안>과 인문학습원이 운영하던 '이슬람 학교'에서 행한 강의 내용을 엮은 책입니다.

우리가 파편적으로 알았을, 혹은 편견으로 봤을 이슬람 세계, 나아가 테러로 대표되는 이슬람과 서방 세계와의 갈등을 넓은 시야를 갖고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이희수 한양대학교 교수. "한국의 이슬람 포비아가 심합니다." ⓒ프레시안(최형락)

우리가 바라본 이슬람은 미국인의 눈으로 본 세계일 뿐

독서통 : 화요일의 독서통 시간입니다. 또 한 주가 금방 돌아왔네요.

최근 글로벌 사회에서 가장 큰 이슈가 IS의 파리 테러잖아요? 이 테러에 경악한 분이 많으실 텐데요. 또 이어서 '도대체 IS가 뭐야' 하며 새삼 궁금증을 가진 분도 많으실 거예요. 이 때문인지 전 세계적으로 반이슬람 정서도 퍼지고 있고요.

새삼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한 번에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봤는데요, 마침 우리나라 최고의 이슬람 전문가인 이희수 한양대학교 교수께서 <이슬람 학교>라는 책을 내셨습니다. 이희수 교수께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이슬람 문화 강의를 토대로 묶은 책입니다.

서술이 평이해 읽기 쉬울 뿐만 아니라, 지금 일어나는 일련의 상황을 종합적 시각으로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번 독서통에서는 이 책을 꼽았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책입니다. '이슬람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다'는 분이 입문하시기에 가장 좋은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이 책은 IS만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슬람 교리와 아랍 문화 전반을 설명합니다. 이슬람권에서 사업하고자 하는 분, 이슬람 문화권 관광을 원하는 분 모두에게 유익합니다.

그럼 저자를 모시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교수님.

이희수 : 네, 안녕하세요.

독서통 : <이슬람 학교>가 '인문학습원'의 '이슬람 학교' 강의를 모은 책이죠?

이희수 : 네. 한 7, 8년 전 인문학습원에 이슬람 학교를 개교해서 매년 대중과 만나고 있습니다. 정말, 어떤 대학 강의보다 재미있고 의미 있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독서통 : 제 발로 찾아오는 수강생이잖아요. 주로 어떤 분들이 오세요?

이희수 : 굉장히 다양합니다. 고등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좌우 이념을 아우를 뿐 아니라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부터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까지 이 강의를 듣습니다. 정말 열심히들 하시고요. 강의가 끝나면 그냥 가지 않습니다. 막걸리 한 잔씩 하고 수업 평가를 하고 가고요. (웃음)

독서통 : 이슬람 문화에 대한 관점이 많이들 바뀌셨다고 얘기합니까?

이희수 : 우리가 정규 교육을 통해서 (이슬람 문화를) 접할 수 없고, 대부분 언론 매체를 통해 접하는데요. 그 매체라는 게 다 서구 중심적이죠. 그러니까 지금 팔레스타인 문제를 비롯한 모든 이유를 놓고 이슬람과 적대적 이해당사자인 서방 생각과 시각으로 (이슬람 관련 보도가 우리에게) 전해지죠. (이슬람 학교 강의를 통해) 뚜껑을 열어 보니 자신들이 알고 있던 이슬람과 다르다는 것에 대한 지적 충격이 크신 것 같아요.

독서통 : 이희수 교수께서는 터키로 유학을 다녀오셨죠.

이희수 : 네. 제가 이스탄불 대학교에서 학위를 딴 최초의 한국 유학생입니다.

독서통 : 저는 터키에 못 가봤는데, 가본 분들께서는 그렇게 좋다고들 하시더라고요.

이희수 : 인터넷에 보니 최근 5년 동안 젊은 층이 가장 가고 싶은 나라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더라고요. 아마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유럽과 아시아, 기독교와 이슬람이 만나 지구촌 글로벌 문화가 압축되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누가 가도 친근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독서통 :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우리가 3, 4위전에서 터키와 붙었죠. 경기 끝나고 두 나라 대표 선수들이 어깨동무하고 경기장을 나오던 장면이 기억나네요.

이희수 : 제가 뒤에서 총 연출한 건데요. (웃음) 터키 사람들은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하는데, 재미난 점이 있어요. 거기선 중학교 2학년 사회 교과서에 이렇게 가르칩니다.

"우리 민족은 먼 옛날 중앙아시아와 만주 일대에서 코리언과 이웃해서 한 민족, 한 핏줄로 함께 살았다."

그러니까 중학교 정도 졸업한 터키 전 국민에게 코리언은 남이 아니죠. 민족적 동질감을 느끼고 있죠. 그게 아마 어마어마한 친화적 (문화) 인프라가 되는 것 같습니다.

독서통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터키는 생소한 나라인데요, 어떻게 터키에 유학 갈 생각을 하셨어요?

이희수 : 아픈 스토리인데요. (웃음) 그 좋은 서울대학교 한 번 가보려고 재수, 삼수했다가 떨어져서 후기 대학교에 갔는데요. (웃음) '남들이 안 하는 걸 해야겠다' 싶어서 이슬람을 공부하기로 하고 '남들이 안 가는 곳으로 가야겠다' 싶어서 남들이 미국 가는 비행기를 탈 때 저는 반대편 비행기를 탄 겁니다.

독서통 : 그런데 그 선택이 나름 성공하셨네요?

이희수 : 이스탄불 대학교가 한 550년 됐더라고요. 그건 (가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1453년에 설립됐어요.

독서통 : 책에도 이야기가 나옵니다만, 우리는 흔히 최초의 대학교가 유럽에서 생겨났다고 알기 마련인데 아니더라고요.

이희수 : 그렇습니다. 이집트에 있는 알 아자르 대학교가 9세기에 세워졌죠. 가장 오래된 종합대학입니다.

독서통 : 우리나라에도 국자감이니 성균관이니 있잖아요. 지금 말씀하신 세계 최초의 대학교라는 게 요즘 얘기하는 기준의 대학교가 맞습니까?

이희수 : 알 아자르 대학교가 바로 그 자리 그 건물에서 지금까지 그대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정통성 측면에서 (차원이) 다르죠. 학교 명칭도 알 아자르 대학교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독서통 : 우리로 치면 통일신라 시대네요.

이희수 교수께서는 갈수록 바빠지시는 것 같아요. 이슬람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희수 : 이슬람권 인구가 16억 명이고 나라가 57개국이니까요. 4분의 1 문화권이잖아요. 우리가 비즈니스는 다 이슬람권과 하면서, 사회적 수요는 폭증하는데 전문가가 제한되어 있으니까 (이슬람 전문가)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수요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죠.

독서통 : 학계에서는 이슬람 전공자가 늘어나고 있나요?

이희수 : 관심은 많은데, 이것 공부해서 밥 벌어 먹고살기 힘드니까요. 이슬람 공부해서 우리나라에 취직할 곳이 마땅찮아요. 대학은 문이 꽉 닫혀 있고, 기업이나 일반 사회에도 이슬람 포비아가 있다 보니 오히려 취업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독서통 : 사실 기회의 여지가 넓은데도 그 기회를 (우리 사회가) 잘 못 잡고 있는 거군요.

이희수 : 그렇습니다. 외교부나 국가 기관이나 기업에서 얼마나 많은 전문가를 필요로 하겠습니까. 그에 비하면 (사회적) 편견과 매체의 잘못된 영향으로 인해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토양이 아직은 마련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독서통 : 돌발질문을 여기서 하나 해 보죠. 박근혜 대통령께서 얼마 전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중동에 가라고 하셨잖아요?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이희수 : 중동 그냥 가집니까? (우리나라 청년을 위한) 일자리 만들어놓고 오라고 합니까? 말도 배워야 하고 말이죠. (웃음)

독서통 : 아까 이슬람 포비아를 말씀하셨습니다만, 어떻습니까? 한국 사회에 이슬람 포비아가 꽤 심하다고 보세요?

이희수 : 굉장히 심한 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우리가 이슬람 세계를 접할 채널이 서구 언론에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에이피(AP)>, <로이터>, <뉴욕 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타임>이 다 유대계 언론입니다. 아무리 그들이 공정성을 추구한다 해도, 결국 한계가 있죠. 우리가 완전히 적대적 이해당사자의 눈으로만 이슬람 세계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죠. 그 때문에 이슬람 포비아 문제가 상당히 커지는 것 같습니다.

독서통 : 직접 경험하신 사례도 있나요?

이희수 : 제가 우리나라 대학 학부에 최초로 이슬람문화론을 개설해서 강의하고 있습니다만, 학문 영역에서조차 학문 외적인 압박이 있습니다.

우리 한양대학교만 해도 '사랑의 실천'을 기본으로 하는 기독교 학교다 보니 학교에 민원이 들어옵니다. "왜 사랑의 실천을 말하는 한양학원이 이슬람 비밀 자금을 받아서 암약하는 이희수라는 사람에게 자리를 줘서 이슬람문화론을 개설했느냐"는 식이죠. 이런 민원에 시달려야 하니까 아무래도 위축될 수밖에 없죠.

독서통 : 혹시 정말 비밀 자금을 받는 건 아니시고요? (웃음)

이희수 : 정말 비밀 자금을 받는다면 이렇게 열심히 안 뛰어다녀도 되겠죠. (웃음)

▲ 우리가 생각하는 이슬람의 전형적 모습. 이들은 극소수 테러리스트다. ⓒflickr.com

이슬람 극단주의자는 10%

독서통 : 알았습니다. 보통 이슬람 포비아를 가진 대부분은 그 정당한 이유로 테러, 그리고 테러의 근저에 있는 이른바 와하비즘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이슬람 학교>는 워낙 방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번 시간에는 대화의 줄기를 이 부분에 한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슬람 근본주의가 너무 극단적이고 교조적이다. 이런 시각이 있잖아요? 이런 시각을 어떻게 평가하세요?

와하비즘은 18세기 이슬람 사회의 병폐를 체험한 압둘 와하브(Muhammad ibn Abdul Wahab)가 창시한 이슬람 복고주의 운동이다. 이슬람 사회 부패의 원인을 무슬림(이슬람교도)이 이슬람의 올바른 길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보고,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고, 금욕적 삶을 실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개신교 근본주의의 이슬람 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와하비즘은 점차 극단적 성향을 띄게 되었다. 우리가 이슬람 문명의 나쁜 점으로 여기는 전근대적 행태가 와하비즘에서 나온다. 중동 지역에서 와하비즘이 유행하는 지역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극소수 아라비아 반도 국가에 한정되어 있다. 다만 와하비즘은 중동을 제외한 이슬람 문명인 인도, 아프리카 등지에 영향을 미쳤는데, 지역 토착 신앙과 결합해 신비주의적 속성(수피즘)을 띄게 되었다. 이 역시 기복 신앙과 개신교 근본주의가 결합한 한국의 경우와 비교할 수 있다.

이슬람 근본주의(이슬람 원리주의)는 와하비즘에서 한발 나아가, 쿠란 경전을 사회 정치 질서의 기본으로 삼자는 이념이다. 즉, 과거 무함마드 시절과 마찬가지로 정교일치 사회를 만들자는 주장이다. 이슬람 문명이 서양 제국주의의 침탈을 받으면서 옛 영광의 시절을 찾자는 민족주의적 정서와 결합해 유행하기 시작했다.

초기 이슬람 근본주의는 중동 문화권에서 개혁적 민족주의 성격을 가졌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급진주의자들의 사상과 결합해 테러리즘의 원동력이 되었다.
이희수 :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조금 길어질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봐야 합니다.

이슬람 세계와 서구는 적어도 제2차 세계대전까지 1200여 년간 지배와 피지배의 트라우마를 나눴습니다. 711년 이슬람이 지브롤터를 점령한 때부터 1683년 비엔나(빈)가 공격받을 때까지 거의 1000년 동안 유럽은 이슬람 세계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한번 상상해보십시오. 기독교 유럽 세계가 이교도 이슬람으로부터 1000년간 지배당하고 전쟁의 공포에 떨었다니. 얼마나 끔찍할까요. 이게 이슬람 포비아의 역사적 뿌리입니다.

그리고 1683년부터 100년간 냉전 시대를 거친 후, 결국 이슬람과 서구 힘의 강약이 뒤바뀝니다. 그 계기가 1798년 나폴레옹의 이집트 정벌입니다. 이때부터 2차 세계 대전까지 모든 이슬람 세계가 단 한 지역의 예외 없이 서구의 지배를 받습니다.

1000년간 이슬람에 당했던 서구가 이슬람 세계를 어떻게 지배했겠습니까. 지독한 학살과 고문과 인종 청소와 조직적 문화 말살을 시행했죠.

우리는 남의 역사이기 때문에 배우지 않지만, 그 사람들은 이 시기를 아픈 역사의 기억으로 가르치고 자식에게 전수합니다. 결국, 현재는 자신들이 약자니까 힘의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90%의 주류 무슬림은 속으로는 끓지만, 겉으로는 서구와 협력하고 공존하는 길을 찾죠.

나머지 한 10%가 이슬람 원리주의자입니다. "우리가 왜 이 모양, 이 꼴이 됐나. 우리의 전통적 가치와 이슬람의 종교적 가르침을 버리고 서구의 사악한 바이러스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원래 이슬람의 가르침과 문화적 정체성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바로 그 10%입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급진주의자는 "말만 할 거냐. 행동해야 한다"고 하죠. 그렇게 극단적인 투쟁을 하는 사람이 3%의 알카에다입니다. 알카에다만 해도 자신들을 지배한 서구의 (세계무역센터, 펜타곤과 같은) 상징적 아이콘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죠. 그런데 알카에다는 대테러 전쟁으로 지리멸렬해지고, 오사마 빈 라덴은 죽어서 힘이 약화했죠.

그러니 이제 기존의 방식으로도 안 된다고 해서 IS라는 또 다른 급진 세력이 나타나게 된 겁니다. IS는 완전히 전술을 바꿔서 불특정 모든 사람의 일상을 테러 공간으로 삼고, 그 때문에 친근한 이웃이 테러리스트로 돌변하게 되죠. 90%의 주류, 10%의 이슬람 원리주의, (10% 중) 3%의 알카에다, 1%의 IS로 구분하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함마드 시대 이후 첫 번째 이슬람 세습 왕조인 우마위야 왕조는 711년 이베리아 반도의 남단인 지브롤터를 점령했고, 뒤이어 이베리아 반도 전역을 지배했다. 이슬람 문명의 첫 번째 유럽 침공이다.

오스만 튀르크 제국은 1683년, 유럽 정벌을 위해 루이 14세의 프랑스,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를 받던 헝가리 반란군과 동맹을 맺고 비엔나를 포위 공격했다. 이는 3차 비엔나 포위다. 이에 맞서 오스트리아는 폴란드, 뮌헨과 동맹을 맺고 저항했다. 전쟁이 이어지며 상당수 유럽 왕가가 동맹을 맺어 오스만 튀르크에 저항했고, 오스만 튀르크군은 패해 돌아갔다. 이 전쟁 이후 유럽은 이슬람에 대해 공세로 돌아서게 된다.
독서통 : 총론식으로 큰 줄기를 잡아주셨는데요, 이제 하나하나 세세한 이야기로 들어가 보죠. 앞서 말씀하시긴 했습니다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슬람이 유럽을 1000년간 지배했다는 사실은 제 뇌리에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 교과서에서 비중 있게 다루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베리아 반도 점령은 알거든요. 그 유명한 알함브라 궁전이 있잖습니까? 이슬람 세력을 몰아낸 시기의 이사벨라 여왕을 다룬 영화도 있고요.

우리는 유럽에서 이슬람 포비아가 심하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테러하니 그렇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게 아니라는 말씀이시죠?

이희수 : 역사적 뿌리가 깊습니다. 800년간 이베리아 반도가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죠. 프랑스의 프로방스, 마르세유, 니스, 모나코 등이 200년간 아랍의 지배를 받고요, 이탈리아의 나폴리, 시칠리아, 몰타가 220년간 지배받습니다. 그러니 유럽 사람의 트라우마나 공포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죠.

독서통 : 그렇다면, 십자군 전쟁은 어떻게 봐야 합니까?

이희수 : 사실 십자군 전쟁은 9차례 벌어졌지만, 성지 예루살렘을 공격한 건 1차밖에 없습니다. 나머지 8차례는 기독교 세력 내에서 싸웠죠. 이슬람 세계에서는 십자군 전쟁을 야만 전쟁으로 이해하죠. '크루세이드'가 성스러운 전쟁인데, 그야말로 기독교적 발상일 뿐이죠. 이슬람권에서는 십자군 전쟁을 역사적으로 중요하게 다루지도 않습니다.

1차 예루살렘 점령 때도 십자군이 점령 후, 성안에 있던 모든 무슬림과 유대인을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전부 학살했습니다. (그만큼 '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멀었죠.)

독서통 : 그런데 살라딘이 예루살렘을 (십자군으로부터) 되찾고 나서 (예루살렘의 유럽인을) 학살하지 않았죠.

이희수 : 유럽 문명에서는 살라딘을 거의 성인의 반열에 올립니다만, 이슬람권에서는 잘 가르치지 않습니다. 왜? 수많은 장수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 (웃음) 이슬람 문명의 정복 전쟁에서는 (살라딘처럼 패배자를 살려주거나, 원할 경우 계속 정착지에 살게 하는 건) 관행이었습니다. 관행에 따랐을 뿐이니 (이슬람 문명에서는) 역사적으로 중요하게 다룰 이유가 없죠.

▲무함마드가 천사 가브리엘에게 알라의 계시를 받는 모습. 수니파에서는 무함마드의 얼굴을 그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개신교에서 야훼의 모습을 그리지 않는 것과 같다. ⓒwikipedia.org

서구 제국주의가 이슬람 극단주의의 원인

독서통 : 우리는 흔히 '이슬람 문명' 하면 야만스럽고 폭력적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데, 역사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거죠?

이희수 : 1000년간 힘을 갖고 있었잖아요. 톨레랑스라는 건 강자가 약자에게 베푸는 거죠. 지금은 이슬람이 약자가 됐잖아요. 200년간 수탈당해 온 응어리가 최근에 폭력적으로 나타나는 것일 뿐이죠. 특히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상당히 급진화되었죠. 자살 폭탄 테러는 거의 2000년대 와서 생깁니다.

하마스, 헤즈볼라도 원래 자살 폭탄 테러를 하지 않는 정치 조직이에요. 1988년 인티파다를 기억하실 텐데, 인티파다가 이스라엘군에게 돌멩이를 던지는 겁니다. 1988년만 해도 이슬람이 돌멩이를 갖고 유럽에 저항한 거죠. 1993년 오슬로 평화 협정이 깨지면서 마지막 희망이 사라지자 급진적으로 돌변하게 됩니다. 자살 폭탄 테러와 같은 급진적 폭력이 이슬람의 오래된 전통이라고 보는 건 아주 큰 오산이죠.

독서통 : 이슬람에서 서구에 대한 적대심이 형성된 현대적인 기원이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을 내쫓는 데서 시작됐다는 말씀이시죠?

이희수 : 네. 급진적 테러의 현대적인 기원은 이스라엘 건국이 맞습니다. 다만 누적된 반서구 DNA는 깔린 겁니다.

(유럽이) 얼마나 지독하게 (이슬람 문화권을 수탈)했나 하면, 이번에 일어난 말리 테러를 예로 들어 생각해 보도록 하죠. 보통 사람들이 질문을 안 던지는데요, 말리 공용어가 프랑스어입니다. 인구의 90%는 이슬람입니다. 1960년 독립해서 독립한 지 두 세대, 세 세대가 지났는데 아직도 프랑스어가 공용어라는 사실은, 프랑스가 얼마나 지독하게 민족과 언어 말살 정책을 폈는지 상징하는 거죠.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독립해서 한참이 됐는데 아직도 공용어가 일본어라고 생각해보십시오. 똑같은 논리를 다른 민족에게 적용할 생각을 보통 안 하잖아요.

그처럼 잃어버린 민족 자긍심과 정체성과 언어를 되찾고자 하는 세력이 있겠죠. 그 사람들이 그런 투쟁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겠죠. 계속 프랑스 군대가 주둔해서 그런 노력을 압박하니까 결국 급진화하고, 그런 세력이 테러 조직으로 돌변하게 되는 거죠.

독서통 : 보통 외신이 지적하는 것 중 하나는 서구, 특히 미국과 중동 간의 갈등에는 석유가 깔렸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이런 갈등의 논리가 어떤 식으로 작동되는 겁니까?

이희수 : 1901년에 석유가 발견됩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창설하는 1960년 후반, 1970년대까지 배럴당 석윳값은 60여 년 동안 2달러 정도였습니다. 배럴 단위에 비밀이 있습니다. 1배럴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고 계신가요? 이게 일종의 속임수입니다. 1배럴이 159리터 정도 됩니다. 이 정도의 석윳값이 70년 동안 2달러였습니다. 그러니 리터당 얼마겠어요? 몇십 원 했겠죠? 서구권이 리터로 표시 안 하는 이유가 이겁니다. 70년간 서구가 산업화하고 공업화해서 오늘날의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원동력이 석유 산업이잖아요? 거의 착취에 가까운 헐값으로 석유를 산 덕분에 오늘날의 서구가 존재하는 거죠.

독서통 : 이슬람권에 친 서구 정권을 세우고, 그들에게 뒷돈을 찔러주면서 헐값에 석유를 사서 빨아먹은 거군요?

이희수 : 그렇습니다. 서구의 명문가로 불리는 록펠러라든지 하는 사람들이 다 석유 재벌이잖습니까? 이슬람 원리주의자 입장에서는 알라가 자신들에게 준 자원을 서구가 착취해서 오늘날의 문명을 이뤘는데, 그걸 더 가지려고 (자신들을) 압박하고 전쟁해서 괴롭히고 있다고 보는 거죠.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미국 같은 나라도 석유 없으면 하루도 못 살잖아요? 아직도 중동에 석유가 있으니까, 결국 그걸 관리하는 건 절대 국익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보편적인 룰이 적용 안 되는 거죠.

독서통 : 사실 우리 윗세대의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에게는 유신 말기부터 나타난 석유 파동, 이에 따른 OPEC의 횡포가 뇌리에 박혀 있거든요.

이희수 : 그거야말로 서구적 언론 플레이죠. OPEC이 "이제는 제 값을 받아야겠다"라고 자기들끼리 모의해서 점차 힘을 키워 나갔는데, 그게 처음 성공한 게 1973년 4차 중동 전쟁 때 석유를 무기화한 겁니다. "이스라엘과 친한 나라에는 석유 한 방울도 안 주겠다"고 한 거죠. 그때 한국은 미국의 우방이었고, 친 이스라엘 국가 리스트에 오르면서 석유가 안 나는 나라가 됐죠. 나라가 도산 위기에 빠졌죠. 그때 정부가 급히 이전까지 테러 단체로 지목했던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를 (정식 정부로) 승인하고 중동 친화 정책을 썼죠.

독서통 : (그들의 입장에서는) OPEC의 횡포가 아니라 자위권이었군요.

이희수 : 그렇죠. 70년간 착취로 빼앗겼던 자원에 대한 제값 찾기죠. 완전히 성공한 건 아닙니다만, 그런 발버둥이었죠.

독서통 : 이 책을 보면, 그와 관련해서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에 대한 재미난 일화가 소개됩니다.

이희수 : 사실 오늘날 아랍 사람들이 석유 제값을 받게 해 준 결정적 인물이 카다피입니다. 이 사람이 영국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자, 석유 재벌을 모아서 협상합니다. 리비아가 석유를 공급하지 않으면 망할 석유 회사만 모아서 값을 두 배, 세 배씩 올리는 겁니다. 이게 하나의 모델이 돼서 메이저가 석윳값을 올리지 않을 수 없는 터닝 포인트가 되었죠.

독서통 : 아랍 사람 입장에서는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종교를 갖고 있고 같은 제국의 기억을 공유했는데, (서구가) 22개 나라로 찢어놓고, 석유 뺏어갔으니 결코 좋게 볼 수 없었다는 거군요.

이희수 : 거기다 심장부 팔레스타인에 이스라엘을 건국해서 거기 살던 사람을 쫓아내 500만 명의 난민을 만들었죠. 그게 결정적으로 반 서구 정서의 뿌리가 됐죠.

독서통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자살 폭탄 테러까지는 가지 않았는데요. 그렇다면 극단화되는 결정적 계기는 무엇으로 봐야 합니까?

이희수 : 1993년 오슬로 평화 협정입니다. 테러리스트의 대명사였던 아라파트가 유엔 총회에 참석하면서 총을 던지고 올리브 가지를 세우잖아요? 그동안 평생을 투쟁해 온 테러리스트의 대부인 아라파트가 이스라엘 라빈 총리와 평화 공존을 결정하고 노벨 평화상을 받습니다.

1967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으로부터) 빼앗은 땅은 국제법상 되돌려줘야 할 땅이거든요. 이미 이스라엘은 빼앗았지만, 실효적 지배 됐으니 인정하는 대신, 팔레스타인 난민을 그 땅에 살게 하고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을 침략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팔레스타인 헌법까지 바꿉니다. 팔레스타인 헌법 1조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상의 땅을 되찾는다"는 거거든요. 그 1조를 폐기합니다. 그게 유명한 '땅과 평화의 교환'입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라빈 총리가 극우파에 의해 암살당하고, 네타냐후를 중심으로 극우파가 득세하면서 전쟁 드라이브를 걸어 오슬로 평화 협정이 휴짓조각이 됩니다. 팔레스타인 입장에서는 이미 빼앗긴 땅을 인정해버린 마당에 마지막 희망까지 무너진 거죠. 이제 저항 수단이 없는 거죠. 그때부터 자살 폭탄 테러가 본격화되기 시작합니다.

독서통 : 이슬람 내부적인 요인도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요? 독재자들이 석유 이권을 쥐고 보통 사람의 기회를 굉장히 차단했잖아요?

▲"아랍 사회에는 태생적 반서구 DNA가 있습니다." 한국인 대부분은 일제 강점기에 치를 떤다. 만일 일본이 지금도 한국을 무력 침략하고, 한국의 자원을 마구 침탈해간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프레시안(최형락)
이희수 :
그렇습니다.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만 200년간 서구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아랍 사회에는 태생적 반서구 DNA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서구는, 그리고 서구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국은 어떤 경우에도 중동에서 지속 가능한 친미 정권을 창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민주적인 정권이 들어서면 100% 반서구 정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카다피나 무바라크나 예멘의 살레와 같은 독재자를 (서구가) 비호해주고 묵인해왔습니다.

이것이 사실은 중동 정치의 비민주성과 전근대성의 1차 원인입니다. 그런데 소셜 미디어가 퍼지면서 글로벌 시대에 (친미 독재 권력이) 깨진 게 아랍 민주화 시위(아랍의 봄)죠. 자세히 살펴보면 민주화 시위는 100% 친미 정권에서만 일어납니다. 알제리,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 예멘, 사우디 왕정까지요. 반미 정권에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집트를 보십시오. 무르시가 80년 만에 처음으로 민선 정권을 이룩했는데, 무바라크 정권의 군부가 다시 쿠데타를 일으켜서 정권을 잡았잖아요? 그런데 미국은 이를 인정해주죠. 인류의 코미디잖아요? 쿠데타를 쿠데타라고 하지 않는 게. 그 정도로 (미국은) 다급했죠. 이처럼 왜곡된 서구의 중동 정책이 독재 정권을 양산해왔죠.

독서통 : 그로 인해 기회가 억눌린 사람들은 점점 불만을 고조시켜 온 거군요.

이희수 : 그렇습니다.

알카에다와 IS의 공통점은 '미국의 자식'

독서통 : 이제 알카에다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일부는 기존 언론에 소개됐어요. 사우디 왕정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소련의 남하를 막기 위해 알 카에다를 지원했죠. 문제는 이 협조가 틀어지는 과정입니다.

이희수 : 사우디 왕정, 미 행정부, 알카에다는 같은 패거리죠. 기본적으로 다 알려진 거고요. 이게 1991년 사담 후세인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흔들립니다. 사우디와 쿠웨이트는 인척 왕정이니까, 사우디가 대폭 쿠웨이트를 지원합니다. 그러자 사담 후세인이 스커드 미사일을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 몇 방 쏩니다. 사우디 왕정은 완전히 공황 상태에 빠집니다. 그 당시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 안보 시스템을 갖지 못했습니다.

이때 미국의 윌리엄 페리 국방부 장관이 사우디로 향합니다. 그리고 사우디 안보 보장을 위해 미국 군사 기지와 미군 주둔 허용을 요청합니다. 당시까지 미국은 중동 전역에 미군 한 명 주둔시키지 못했습니다. 미국이 석유 독재 국가들과 그렇게 친밀한 관계를 맺었음에도 반미 정서 때문에 못 들어갔죠.

미국 입장에서는 절호의 기회가 온 거죠.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사담 후세인의 쿠웨이트 침공을 미국의 시나리오로 주장하기도 합니다.

결국 사우디가 미국 말 안 들을 수 없잖아요. 이로 인해 사우디에 미국 군사 기지가 가동됩니다.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가 발칵 뒤집히죠. 그 사람 표현에 의하면 "미군이 성지를 지키는 건 아랍 전통과 이슬람 가치에 대한 모멸이고 모욕"이라는 거죠. 알카에다는 소련을 막아낸 자신들이 있으니 미국 요청을 물리치라고 사우디 왕정에 요청합니다. 그러나 사우디 왕정이 거절하죠. 그러자 알카에다가 리야드의 미 해군 구축함을 폭파하고, 그때부터 미국과 원수 관계가 되죠. 알카에다는 미국의 그린베레에게 교육받은 특공대입니다. 그냥 테러리스트 조직이 아니었죠.

독서통 : 사우디 왕정과 알카에다가 걸프전으로 인해 갈라지게 된 거군요.

이희수 : 그렇죠. 그렇다고 사우디 왕정이 알카에다를 잡아서 처형할 수는 없습니다. 원래 같은 통속이었고, 왕정의 모든 비밀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오사마 빈 라덴 국적 박탈만 하고 추방합니다.

오사마 빈 라덴이 수단에 쫓겨 있다가 이때부터 미국에 대한 본격적 공격을 시작하죠. 우간다, 탄자니아의 미국 대사관을 폭파하고, 예멘 앞바다의 구축함을 폭파하고, 결국 9.11 테러까지 이어집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1998년까지 미국 국무부 테러리스트 명단에 알카에다는 없었어요. 자기들이 지원해준 조직이니까요. 참 재미있습니다. (웃음)

독서통 :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 거군요. 어쨌든 9.11 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합니다. 교수께서 하신 인터뷰를 보니 테러와의 전쟁이 지금 IS의 끔찍한 테러를 낳은 자양분이 됐다고 평가하시더군요.

이희수 : 예. 미국이 9.11 테러 이후 14년째 대테러 전쟁을 벌이고 있잖습니까? 미 국토안보부의 예산을 보니 대테러 전쟁에 사용한 돈이 4조 달러를 넘었더라고요. 그 천문학적인 돈을 썼는데, 미국국방전략연구소 등의 보고서에 의하면 9.11 테러 이전보다 테러가 10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그렇다면 인류가 전혀 다른 방식의 패러다임을 생각해야 할 때죠.

현대 비대칭 전쟁의 특징이라는 게 한 사람의 테러분자를 궤멸할 때 평균 8명 내지 9명의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당합니다. 따라서 테러와의 전쟁은 하면 할수록 더 많은 민간인 피해가 생기고, 그 사람들의 극단적인 분노를 양산하는 구조적 악순환에 빠집니다.

독서통 : 그렇겠군요. 자기 눈앞에서 가족이 산산조각 찢어져 죽는 모습을 보는 사람이… (다시 무기를 드는 건 당연하겠군요.)

이희수 : 그렇습니다. 대테러 전쟁은 처절한 실패이고, 미국이 말하는 테러의 궤멸은 앞으로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독서통 : 이제 IS를 얘기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IS는 뭐랄까, 조금 근본 없는 조직 같아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 같기도 하고, 하는 짓도 그렇고요. (웃음) 보도를 보면 알카에다의 이라크 지부였다가 떨어져 나왔거든요.

이희수 : 예. IS는 원래 알카에다의 이라크 지부였습니다. 김선일 사건 기억하시나요? 김선일 씨를 납치 살해한 바로 그 조직입니다. 이름만 바꾼 겁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왜 이렇게 급성장했나? 2003년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치르면서 사담 후세인을 처형하고 이라크 군대와 경찰을 해체하거든요. 갈 데 없는 실업자가 된 독재 군대, 경찰 세력이 고스란히 IS에 흡수됩니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IS 군사 총책임자가 사담 후세인 시절 특전사 사령관이었다고 하죠.

이러니 새로 뽑은 이라크 정규군이 상대되겠습니까. 이 사람들(IS)은 30년 독재 체제의 하수인으로서, 역전의 노장이잖아요.

그러다 시리아 내전까지 겹치면서 IS가 크게 성장합니다. 시리아와 이라크가 접경했거든요. 국경이 마비되자 IS가 슬그머니 시리아에 들어가서 시리아 반군의 핵심이 됩니다. 아시다시피, 시리아 정부군은 러시아와 중국과 이란이 지원하고, 반군은 미국과 유럽연합(EU)과 터키와 사우디 왕정이 지원합니다. 그러니 국제 대리전이죠. 지금까지 미국과 EU가 어마어마한 첨단무기를 지원해줘서 지금도 전쟁하고 있는데, 그 혜택을 IS가 고스란히 받은 겁니다.

독서통 : (미국의 지원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알카에다와 궤적이 거의 같네요?

이희수 : 이게 참 아이러니입니다. 오죽하면 미국과 친한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나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조차도 "IS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만든 합작품"이라고 하겠어요.

독서통 : 그렇다면 IS는 왜 알카에다와 갈라선 건가요?

이희수 : 미국의 대테러 전쟁 목표가 알카에다였습니다. 오사마 빈 라덴 이후 거의 세력이 소멸하고, 지리멸렬해졌죠. 그 대신 IS가 나온 거죠. 작년(2014년) 6월에 알카에다에서 떨어져 나와서 독립한 겁니다.

▲ "(IS 대원이 되려는 이가) 구름처럼 몰려드는 겁니다." ⓒ프레시안(최형락)

IS, 첨단 인터넷 활용하는 짐승 집단

독서통 : 수니파와 시아파 얘기가 나오는데, 사담 후세인은 수니파 독재 정부로 이라크 국민 다수인 시아파를 억압했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후세인 시절 군대와 경찰도 수니파였고요. (그에 따라 IS도 수니파 집단이 되었고요.)

이희수 : 그렇습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수니-시아 대립이 맞는데요, 그건 표피적입니다. 본질에서는 첨예한 정치적 이해관계입니다. 지금 IS가 수니-시아 가리나요? 자기 이해관계 맞는 사람은 무조건 끌어들이니까요.

독서통 : IS의 극단적 테러가 알카에다와도 차원이 다르잖아요. 그렇게 된 배경은 어디에 있습니까?

이희수 : (일단) 극단적 분노 세력이 너무 많습니다. 이라크 전쟁 때 22만 명의 민간인, 시리아 내전으로 25만 명의 무고한 민간인이 살해됐습니다. 5만 곱해도 직계가족이 200만 명에 달하지 않습니까? 그 사람들이 IS의 단단한 지지 세력이 됩니다. 부모와 가족의 복수를 위해 폭탄을 안고 자살이라도 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 더해 이제 IS는 알카에다처럼 (미국이 소유한 핵심 목표를 노리는 방식으로) 투쟁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대테러 전쟁 이후 아주 철통 방비를 하거든요. 군사 목표나 상징적 건물에 대한 테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래서 '서구'라는 불특정다수를 향해 울분을 터뜨리는 거죠. 이건 이념 조직도 아니고 정규 군사 조직도 아니므로, 그 위험 수위가 몇 배로 늘어나는 거죠.

독서통 : 또 한 쪽에서는 IS를 두고 '테러 비즈니스를 하는 양아치'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이희수 : 사실 그게 정답인 것 같습니다. 이네들의 전술은 은행을 털어서 금괴와 현금을 확보하고, 자기들이 확보한 유전의 석유를 밀매해서 하루 200만 달러씩 수입을 올리고, 외국인을 데려다가 납치 장사를 합니다. 지금 1인당 500만 달러, 600만 달러 정도 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 이탈리아 인질 26명을 1인당 600만 달러에 팔아넘겼다고 하죠.

일본의 (인질 희생자) 고토 겐지의 경우 이전 600만 달러 정도이던 몸값을 IS가 갑자기 2억 달러로 올리니 아베 정부가 공황에 빠졌죠. 이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쳐서 아까운 생명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입니다. 흉측한 짓이죠.

이처럼 IS는 미국과 유럽이 갖고 있던 첨단 무기와 (석유 밀매, 인질 장사로 벌어들인) 어마어마한 재원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테러 조직이 된 겁니다.

이에 더해 IS의 특징 하나가 무슬림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전 세계 1%의 사회적 소외자, 왕따, 부적응자를 끌어모으는, 전혀 다른 프로파간다 수법을 쓰는 겁니다. 지금 IS에 유럽 아이 3500명 정도가 들어와 있는데요, 대부분 이주민이지만 유럽 본토 아이도 많습니다. 그게 특징입니다. 일본 아이도 7~8명 정도 들어가 있고, 우리 김 군도 가담했죠.

독서통 : 중국에서도 많이 들어갔는데, 대부분이 분리 독립 주장하는 위구르인이라고 하더군요.

이희수 : 그렇습니다.

금년 6월에 제가 터키 취재를 잠깐 갔습니다. 터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맹방인데, 지금 계엄 하에 있거든요. 그 철통 같은 경계망을 뚫고 (터키 국경을 통해) IS에 성공적으로 잠입한 유럽 아이가 앞서 말한 3500명인데요, 그 과정에서 감금되거나 추방당한 사람이 1만8000여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IS 대원이 되려고) 구름처럼 몰려드는 겁니다.

요즘은 접속을 차단했습니다만, IS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애플이나 구글 홈페이지보다 더 잘 꾸며놨습니다. 흔히 상상하는 테러리스트의 (조악한) 홈페이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동영상, 애니메이션, 아바타를 활용해서 기가 막히게 꾸며놓고, 첨단 소셜 미디어로 지령을 내립니다.

얘들이 다 10대, 20대니까 슈어스팟(메시지가 암호화되는 보안 메신저) 같은 메신저를 자유롭게 활용합니다. 이번 파리 테러에 이용한 건 PS4의 메신저라고 하죠. 미국만 해도 연방수사국(FBI) 대원이 다 30대, 40대, 50대니까 이 사람들이 IS를 못 따라갑니다. IS가 오히려 앞서가는 거죠.

이를 통해서 시리아 라카 본부에서 대면도 하지 않는 전 세계 100개의 세포 조직에 소셜 미디어 지령을 내리니까, 전혀 다른 차원의 테러 조직입니다.

독서통 : IS의 민간인 대상 테러도 정말 끔찍합니다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게 점령 후 여아를 끌고 가 성폭행하고, 강제로 결혼시키고, 노예로 파는 거였습니다. 백번 양보한다 해도 같은 동족이잖아요.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이희수 : 이미 종교고 이념이고 차원을 넘은 하나의 금수 집단이죠. 전 세계에서 소외당한 1%가 (IS의 조직원 포섭) 타깃이기 때문에 99% 인류를 대상으로 잔혹하면 할수록 더 선전 효과가 큰 겁니다.

따라서 이런 자들을 계속 알리는 건 (IS를) 소외된 계층의 아이돌화하는 거고요, 이런 아이돌화의 일등 공신이 <뉴욕 타임스>와 CNN입니다. 이들이 매일 헤드라인 톱뉴스로 IS를 선전해줌으로써 한국에서도 모르는 아이가 없게 됐잖습니까? 제가 지난달부터 유심히 모니터링했습니다만, 최근 들어서는 CNN이 IS에 대한 보도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우리도 이런 점을 조금은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친구들을 무시하고 관심을 두지 않으면 정말 지리멸렬할 조직입니다.

▲ IS(Islamic State)의 깃발. 깃발 위 단어는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다"는 뜻이며 원 안의 글은 "무함마드는 알라의 사자"라는 의미. ⓒwikipedia.org

IS는 결국 무너지겠지만…

독서통 : 왜 서방은 공습만 하고 지상군 투입을 꺼리는 겁니까? 다시 늪에 빠질 거라는 우려 때문입니까?

이희수 : 미국이 이라크 전쟁 실패하고 대혼란에 빠졌죠. 더구나 아프가니스탄 출구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 오바마 정부가 탈레반과 협상 중입니다. 아프가니스탄도 실패하고, 이라크도 실패하고, 어마어마한 돈을 쓰면서 테러와의 전쟁에서도 실패했잖아요. 그래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빠지겠다는 건 오바마의 선거 공약이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지상군을 더 보낼 수 없는 거죠.

더구나 이 IS라는 게 어쨌거나 (친 러시아 정부인) 시리아에 저항하는 반군의 핵심이잖아요. 미국 입장에서는 어쨌거나 시리아 정부를 무너뜨려야 하죠. 옆에 있는 터키나 EU도 IS가 필요한 겁니다. 완전히 없어져서 힘의 공백이 생기면 오히려 (시리아가) 러시아 판이 되니까.

그러니까 아무도 IS를 궤멸할 책임도 없고, 의지도 없는 겁니다. 그것이 오늘날 IS가 이렇게 인류를 우롱하는 원인입니다.

독서통 : 그 와중에도 이념과 체제의 문제가 끼어드는 거군요. 아사드 정권이 사회주의 정권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졌으니까요.

이희수 : 그렇죠. 만약 아사드가 살아남으면 러시아가 중동에 거점을 확보하게 됩니다. 지난 냉전 시대 이후 미국이 중동에 가져왔던 절대적 이해관계가 흔들리게 되죠.

독서통 : 최근 러시아 여객기가 폭발하고, 파리 테러 이후 프랑스가 IS 공습하는 데 러시아도 동참하고 있죠. 이건 러시아의 노선 선회로 봐야 합니까?

이희수 : 러시아로서는 이게 완전히 꽃놀이 판이죠. 러시아에 IS는 궤멸해야 할 상대잖아요. 오히려 미국이나 유럽보다 IS를 더 궤멸하고 싶은 나라가 러시아니까요. 그러니 대테러 전쟁이라는 명분으로 미국과 협력하면서 IS를 공격하고, 얼마나 좋습니까. 처음으로 미국과 러시아가 힘을 합치게 됐죠.

독서통 : 그렇군요. 그렇다면 IS를 궤멸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이희수 : IS는 성공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금년 알자지라 조사에 의하면 이슬람권 내에서도 IS 지지율은 1% 미만입니다. 이슬람권의 99%는 (IS를 두고) "반이슬람 범죄 조직"이라고 명확히 생각합니다. 시리아와 이라크의 혼란, 국제 정치의 사각지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확산하거나 성공할 가능성은 없죠.

문제는 IS가 궤멸하더라도 더 급진적인 테러 조직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게 인류 사회가 안은 고민이죠.

독서통 : 이런 표현이 적합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테러 요원으로 끌어들일 사람은 널려 있다"는 거군요.

이희수 : 예.

아랍에는 부당하게 자기 가족이 살해당했을 때 복수하는 '인티캄'이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일종의 전통이죠. 가족 구성원이 한 명 살아남을 때까지 복수하는 게 명예 살인이라는 방식으로 이어져 옵니다.

대테러 전쟁으로 직계 가족을 잃은 사람 수백만 명이 있다는 건, 누군가가 플랫폼만 제공하고 조직화만 해준다면 구름처럼 몰려들 분노세력이 기다리고 있다는 겁니다. 이게 비극이죠.

나서지는 말자!

독서통 : 우리 정부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보세요? IS의 테러 대상 국가 명단에 우리나라도 끼어 있잖아요? 우리나라의 테러 가능성은 얼마나 있다고 보세요?

이희수 : 일단 우리나라가 (테러 대상) 62개국에 들어있기 때문에 산술적으로는 테러 위협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죠. 다만, 우리가 어떤 행보를 취하느냐에 따라 그 비중에 차이가 있겠죠.

한미 동맹의 특성 때문에 "왜 한국은 미국 편만 드느냐"는 불만이 저쪽 급진주의자 사회에서도 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 테러 조직을 궤멸한다는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해야 할 역할에 집중하고, 지나친 반이슬람적, 반테러 군사 행동으로 스스로를 부각하는 건 국가 안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분명한 사실인 것 같고요.

재미난 게, <대장금> 열풍에서도 알 수 있듯 중동 전역에서 한류 열풍이 일고 있습니다. 사실은 IS 조직원에도 한류 팬이 많습니다. (웃음) 다 10대인데 예외일 수 있겠습니까. 휴대폰을 다 갖고 있으니 몰래 (한류 영상을 보다가) 처형당한 친구도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그 친구들도 한국을 다른 나라보다 앞서 타격하고 싶진 않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우리가 이슬람 포비아라든지, 지나치게 IS를 이슈화해서 불필요한 타깃이 될 필요는 없다.

독서통 : 조용하게 가는 게 최고다.

이희수 : 네, 네.

▲ 히잡을 쓴 이슬람 문화권 여성의 모습. 여성의 출입까지 금지할 정도로 억압적인 이슬람 국가는 극소수다. '우리의 시각'이 필요한 이유다. ⓒwikipedia.org

우리의 눈으로 중동을 이해하자

독서통 : 여태 우리가 큰 줄기만 잡고 쫓아왔는데도 숨이 벅찹니다. 책에 나온 이슬람과 기독교의 관계를 참 인상 깊게 읽어서 그것도 여쭤보면 좋을 텐데 시간이 없어 건너뛰기로 하고요, 왜 중동에서 <대장금> 열풍이 불까요?

이희수 : 이란에서 시청률이 80%를 넘었죠. "도대체 <대장금>이 뭐기에 그렇게 좋아하느냐"고 물어보면 이 사람들은 영어로 이렇게 대답해요.

"디스 이스 마이 스토리(This is my story)!"

독서통 : 문화가 완전히 다르잖아요.

이희수 : 이란이 시아파 국가여서 이슬람 문화 내에서도 오랫동안 박해당하고 차별당했죠. 지금도 미국의 경제 제재 속에 있죠. 그런데 <대장금>과 같은 우리 사극은 스토리가 분명하죠. 권선징악입니다. 주인공이 고생하다가 결국 승리하잖아요. 이게 자기 민족의 스토리와 운명적으로 닮은 겁니다. 지금은 고통스럽지만, 이 고통을 이기면 틀림없이 밝은 날이 올 것이다.

두 번째로 우리 사극은 섹스신, 키스신 없이 미풍양속을 지키죠. 그리고 목숨을 걸고 오아시스를 찾아다니던 데 익숙한 사람들이 한국 사계절의 아름다움이나 풍족한 자연환경에 매료되죠. 그들에게는 말 그대로 '유토피아'인 겁니다.

만약 <대장금>이 서구 드라마였다면 그 자체가 아름다워도 트라우마 때문에 받아들일 국민 정서가 안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한국은 이란과 역사적으로 아무런 응어리가 없거든요. 과거에는 못 살아서 한국 사람이 중동에 돈 벌러 갔지만, 지금은 훨씬 앞섰잖아요. 한국이 그들에게는 따라가고 싶은 롤 모델이 되는 겁니다. 한국 대중문화에 적개심이 없는 겁니다.

독서통 : 책에서도 언급하셨습니다만, 중동에 접근할 때 문화 산업적으로 다가가는 게 훨씬 유용하다고 하셨어요.

이희수 : 중동이 유럽과 서구에 가진 트라우마는 어떤 방식으로도 극복이 안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중동과 어떠한 역사적 마찰도 없잖아요. 이것이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중요한 국가적 자산입니다. 그래서 기업이 진출할 때도 이런 문화적 가치, 한국의 성공 사례를 굉장히 잘 접목해서 가면 서구와 다른 접근이 가능한 거죠.

그러니만큼 우리가 서구처럼 이슬람 포비아를 갖거나 '이슬람=테러리스트'라는 국가 전략을 가지는 건 매우 어리석은 거죠. 우리를 좋아하고, 우리 물건을 미친 듯 사주고, 우리의 길을 따라오려는 사람을 미국이 만든 새카만 안경을 끼고 보면서 적대적 이해 당사자, 악의 축으로만 본다면 언제까지 그 시장이 우리를 기다려 주리라는 보장은 없잖아요.

저는 적극적인 반미주의자는 아닙니다만, 우리 입장에서 세상을 보는 정교한 시각, 인식의 독립성은 21세기에 굉장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독서통 : 그런 면에서 이슬람, 중동과의 관계가 하나의 시험대가 될 수 있겠군요?

이희수 : 그렇습니다. 사실 우리가 아프리카나 라틴 아메리카나 중앙아시아를 보는 시선도 (중동과) 크게 다르지 않잖아요? 우리가 피지배 민족으로서 오랜 역사적 굴곡을 가져왔음에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지배했던 가해자, 강대국의 시선으로 보는 데 익숙하다는 것은 영혼에 대한 어떤 부재죠.

독서통 : 혼이 비정상인 거죠. (웃음)

이희수 : 예. 이건 이념의 문제가 아니고 실재의 문제 같습니다.

독서통 : 미국이란 울타리에서 벗어나 오히려 중립적 위치에서 조정한다면 좋겠으나, 문화적으로 접근하는 것까지 미국이 태클 걸 이유는 없다는 거죠. 실리도 챙길 수 있고요.

이희수 : 그렇습니다.

독서통 : 책에서 나오는 데 청취자와 공유했으면 싶어 여쭤봅니다. 흔히 이슬람에 대한 편견의 중요한 이유의 하나가 남녀차별이잖아요? 그런데 책에서 그에 대한 유용한 코멘트를 해주셨어요.

이희수 : 공부를 하다 보니, 놀랍게도 이슬람권에서 여성 민선 대통령이나 수상이 즐비하게 나옵니다. 남녀균등상속법이 1980년대 말에 통과하고, 결혼하면 (서구와 달리) 여성이 자기 성을 유지하고, 남편도 아내 성을 따를 수 있습니다. 많은 국가에서 간통죄가 폐지되고, 사형제도 폐지되고 있습니다. 이슬람을 믿으면서도 우리보다 훨씬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나라가 있거든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슬람 문명에는 57개 나라가 있고, 57개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는 겁니다. 우리 머릿속에 하나의 모노 타입으로 보는 건 적절하지 않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가장 왜곡된, 극보수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가 이슬람의 모습을 일반화하잖아요? 그러나 그보다 훨씬 진보적인 이슬람 문화도 공존한다. 쿠란이나 이슬람의 종교적 문제라기보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느냐는 건 민도나 교육 수준이나, 여성의 사회 참여가 관건이다. 그것을 잘 받아들인 국가는 개혁적 진보를 하고, 머무른 나라는 아직 중세의 모습을 띤 거죠.

▲ <이슬람 학교>(이희수 지음, 청아출판사 펴냄). ⓒ청아출판사
독서통 :
우리는 고정관념으로 일부다처제 등을 통해 이슬람권에서 여성은 남녀 차별 수준도 아니라 남성의 부속물화 되어버린, 극단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형편없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혼도 많고 남편이 이혼당하면 아예 속칭 '개털'이 되기도 하고, 생각과 굉장히 다른 모습이 많았습니다.

이희수 : 결혼할 때 남편이 아내에게 주는 '마흐르'라는 결혼 지참금 제도가 있습니다. 그 액수가 남편이 이혼당하거나, 남편이 죽었을 때 아내가 홀로 노후를 즐길 수 있는 최저 생계비입니다. 이걸 주지 않으면 결혼 증명서가 발급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마흐르가 1억 정도 된다고 하면, 이 돈이 없으면 장가 못 가잖아요? 보통 다 못 줍니다. 그래서 선금 일부를 내고 나머지는 남편이 아내에게 진 빚이 됩니다.

이게 이혼하거나, 남편이 부당하게 행동했을 때 법적으로 효력을 발생합니다. 결혼할 때 내지 않은 지참금에 위자료까지 남편이 다 토해내야 하죠.

독서통 : 세상에 단면은 없는 것 같아요. 다 이면이 있고, 복합적으로, 입체적으로 봐야 하는군요. 바로잡을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슬람을 보는 우리만의 시각을 기를 필요가 있다는 말씀도 머릿속에 남습니다. 청취자들께서 IS 테러를 표피적으로만 이해하지 말고, 이 사건을 이슬람을 이해하는 계기로 삼으셨으면 합니다. <이슬람 학교>가 그 출발점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이슬람 학교>의 저자인 이희수 한양대학교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희수 : 저도 오늘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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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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