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상도동 자택에서 한승수 신임 국무총리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지난 1년4개월 동안 모든 힘을 다해 이명박 대통령을 밀었고, 잘 해주기를 바란다"며 "잘 할 것이라고 믿지만 요즘 너무 복잡하다"고 말했다.
"믿기는 하는데…요즘 너무 복잡하다"
조각파문 등 새 정부 출범부터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해 그 동안 이명박 대통령을 측면에서 지원해 온 전임 대통령으로서 일종의 '훈수'를 둔 셈이다.
동시에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 'YS의 입'이라고 평가받는 박종웅 전 의원 등이 한나라당 공천에서 연이어 낙마한 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이에 한승수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을 섬기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했다"면서 "국민을 섬기면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유가가 100달러를 넘고,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미국경제가 엉망이어서 해외여건이 많이 나쁘다"며 "하지만 해외여건이 나빠도 잘하는 나라가 있고, 못하는 나라가 있는 만큼 잘하는 나라에 끼어야 한다. 실물경제는 대통령이 누구보다 잘 알고,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한 총리에게 "(총리 취임을) 축하한다"면서 "나는 압도적으로 총리인준이 잘 될 것이라고 봤다"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한 총리는 "인준과정에서 억울한 일이 많이 있었다"며 "의혹은 보도되고, 해명은 보도되지 않았다. 집사람이 투기꾼처럼 돼 쇼크를 먹어 며칠 동안 일어나지를 못했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어 한 총리는 "청문회 제도개선도 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라서 (청문회를 통해) 크게 거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진석 추기경도 쓴소리 "가난한 사람들 상처 받을라"
전날 역시 취임인사 차 명동성당을 방문한 한승수 총리를 만난 정진석 추기경도 "(새 정부의) 장관들 인선 과정을 봤을 때 가난한 사람과 서민들이 듣기에 상처를 받을 수 있는 표현이 간혹 나와 염려가 된다"고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정 추기경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고, 기대가 큰 만큼 국민의 주목을 받기 때문"이라며 "듣기 좋은 말은 잘 기억하지 않고, 듣기 거북한 말은 오래 기억하는 게 사람의 심리이니 표현에 신경을 써달라"고도 했다.
이어 정 추기경은 "통치자는 100미터 달리기 선수가 아니라 마라톤 선수"라면서 "국민을 위해 성실하게 임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한 총리는 "각별히 유념하고 조심하겠다"면서 "따뜻한 사회를 만들고 뒤처진 분들에 대해서는 각별히 배려할 계획"이라고 화답했다.
한 총리는 "100% 만족스러울 수는 없겠지만 잘사는 사람보다 못사는 사람에게 신경을 쓰는 정부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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