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드디어 폭발…일정 취소하고 칩거

한선교· 이규택 탈락은 '영남권 숙청'의 신호탄?

이규택, 한선교 등 경기지역 자파 핵심의원의 공천 탈락 사태를 맞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정말 잘못된 일"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장고에 돌입했다.
  
  대선 이후 박 전 대표가 총선과 관련해 한나라당의 결정에 반발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박 전 대표는 대선 직후 공천 시기와 관련해 불만을 드러낸 바 있고 공천심사위원회의 당규 5조 2항(부정부패 연루자 공천 신청 배제) 적용과 관련에 대해서도 반발한 바 있다.
  
  두 차례 반발은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 강재섭 대표의 가세 등으로 인해 물밑으로 가라앉았지만 실제 공천 문제가 걸린 이번 사태가 어떻게 귀결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공식 일정 다 취소한다"
  
  박 전 대표는 경기 지역 공천자 발표가 나온 6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서 "그동안 제일 우려했던 일이 지금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납득할 만한 이유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표는 특히 한선교 의원의 공천 탈락에 대해 "대표는 한 의원의 공천 탈락 소식에, "여론조사 결과로 보나 의정활동에도 하자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나를 도왔다는 그 이유로 탈락시켰다"며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표는 이성헌 전 의원 지역구(서울 서대문갑) 필승 결의대회와 김선동 당협위원장 지역구(서울 도봉을) 당원 교육에 참석하기로 했던 7일과 8일 공식일정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간 확정된 공천에서 줄곧 이명박계가 박근혜계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자파 의원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수도권에서는 박근혜계의 세가 약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공천이 '물갈이 최소화'의 시그널로 해석된 탓도 있다.
  
  하지만 6일 발표된 명단은 '고령자-박근혜계 축출' 컨셉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일단 발표가 연기된 영남권 물갈이의 전주곡이라는 점이 박근혜계의 위기의식을 고조시키고 있다.
  
  공천심사위 간사를 맡고 있는 정종복 제1사무부총장은 공천자 발표 직후 영남권 물갈이 여부에 대해 "오늘 한 공천을 보면서 감을 잡아봐라"라고 답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배후가 누구냐?
  
  박 전 대표 측의 일부 인사들은 공천 파동의 배후로 이명박 대통령을 의심하고 있다. 지난 주말 이 대통령이 정두언, 박형준 의원을 불러 총선에 대한 이야기를 나웠을 때 '지침'을 내리지 않았겠냐는 것.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의 약속을 믿었지만 계속 뒷통수만 맞고 있다는 것이 박 전 대표 측의 속내다.
  
  하지만 한나라당 '신주류' 쪽으로서도 쉽사리 물러설 수 없는 문제다. 통합민주당이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의 '칼날 공천'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는 판국에 나눠먹기 식 공천은 총선 판세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
  
  이명박계열의 한 의원은 "어제 탈락한 파주의 이재창 의원 같은 경우 우리 계열 아니냐"면서 "친이냐 친박이냐가 아니라 객관적 역량과 기준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한선교 의원 같은 경우에 지역 인지도와 지지도가 높다고 주장하지만 경제 전문가인 윤건영 의원에 비해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친박, 친이를 막론하고 갈아치울 만한 사람은 다 갈아치워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진 않다. 하지만 그 빈자리를 메꾸는 사람들이 거의 '친이'라는 점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박근혜 전 대표도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진 않아 보인다. 지금에 와서 탈당을 해서 신당을 꾸리거나 자유선진당에 합류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