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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피로감'이 몰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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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피로감'이 몰려 온다

'성과주의 속도전'에 '기대반 우려반'

이명박 대통령의 '속도'에 공무원 사회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휴일도 잊은 채 앞만 보고 달려가는 특유의 스타일뿐만 아니라 새 정부 들어 유난히 두드러지고 있는 '성과 지상주의'때문이다. 가히 '이명박식 천리마 운동'이라고 할 만하다.

출근시간 앞당기고…직접 챙겨야 직성 풀리고…

이미 지난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월화수목금금금', '노 홀리데이'를 표방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일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무회의 시간을 8시로 못박았다.

"국무회의는 매주 화요일 아침 8시에 회의를 하면 어떨까…, 반대?"라는 이 대통령의 화법에 좌중에선 순간 웃음이 터졌다. 그러나 8시 국무회의를 준비해야 하는 각 부처 장관들과 차관 및 실·국장들에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통상 9시30분에 열렸던 국무회의 시간이 1시간 반 앞당겨지면 부처 공무원들의 출근시간도 그만큼 빨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첫 국무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들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요즘 도통 저녁약속을 잡을 수가 없다"면서 "6시까지 출근을 하려면 저녁에 소주 한 잔 기울이는 것도 사치"라고 고충을 털어 놨다.

단순히 출근시간만 앞당겨진 게 아니다. 적당히 넘어가는 법이 없는 이명박 대통령의 성격 상 청와대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각 부처 공무원들은 그야말로 '살인적인 업무강도'를 감내해야 할 판이다.

이 대통령은 5일 낮 청와대 대통령실장 이하 각 수석, 비서관 및 행정관들의 업무공간인 비서동을 찾았다. "칸막이를 낮춰 각 부서 간 소통을 원활하게 하라"는 자신의 지시가 어떻게 이행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일종의 '순시'였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칸막이 제거공사 결과를 두고 "서로 의사소통도 잘 되고 효율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면서 "일하기도 좋지 않느냐"고 만족감을 표했다고 이동관 대변인은 전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아직도 벽과 허물이 많다"면서 "불필요한 벽과 칸막이를 떼 내면 공간이 늘어나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추가 주문도 잊지 않았다.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자리를 비울 때는 형광등을 끄라"는 당부까지 나왔다.

필요한 경우에는 비서관, 행정관에게까지 대통령의 직통전화가 걸려 온다고 한다. 대통령이 질문을 했을 때 장관이 대답을 하지 못하면, 차관이나 실국장, 실무자들에게까지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세세한 면까지 직접 챙기면서 지시를 내리고, 또 이를 재차, 삼차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 대통령의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대목이다.

곳곳에 피로감…"잡음만 키워 자칫하면 국민신뢰 잃을 수도"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지역과 부처를 막론하고 공무원 사회 전체로 확대되면서 그 부작용도 단순히 '피로감'을 호소하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승수 국무총리의 지시로 소방방재청이 '전국 화재특별경계 100일 작전'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선 일선 소방관들의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상황.

총리실 홈페이지에는 수백 건의 항의성 글들이 올라왔다. 한 소방관은 "24시간 격일제 근무를 하는 소방관의 비번일에 또 경계근무를 시키는 것은 간접 살인"이라고 반발했다.

또 다른 소방관은 "2004년부터 도입된 공무원 주5일제에서 소방공무원은 예외"라면서 "24시간을 맞교대로 근무해 월 360시간을 직장에서 생활하고 있는 소방관들은 자학적으로 '현대판 노예'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각 부처 공무원들도 '새벽형 정부'의 기조에 발맞추기 위해 부지런히 뛰고 있다. 장관들이 7시~7시30분 사이에 출근하기 때문에 차관, 실국장 및 실무자들은 그보다 더 일찍 출근을 해야 한다.

이러한 '이명박식 속도감'에 불편해 하는 목소리가 단순히 공무원 사회에 국한된 것만도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새 정부는 지난 노무현 정부가 '분권화'를 추진했던 것과는 달리 중앙집중적인 국정운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성과주의 속도전'은 각 부처와 지자체를 막론하고 더 많은 잡음을 낳는 패착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물론 정권 초기에는 '열심히 일하겠다'는 분위기가 여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정부와 여당 내에서 이런 잡음이 반복된다면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자칫하면 "능력도 없이 부산만 떨고 있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고착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靑 "술 안 마시니 건강에도 좋지 않냐"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보수 언론도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몸 쓰지 말고 머리 씁시다'라는 제목의 5일자 칼럼에서 "'노 홀리데이'와 '새벽 별 보기'와 같은 낡은 레퍼토리는 이명박 시대가 내걸었고 우리나라에 정말 필요한 선진, 창조, 실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신문은 "무슨 일 생기면 직원들 휴가부터 막고, 출근 시간 당기고 퇴근 못하게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오랜 전통"이라며 "그것이 성과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직장인들이라면 다 알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이 신문은 "공사장에서 잡역부를 해도 몸을 쓰는 사람과 머리를 쓰는 사람의 성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몸'이 아니라 '머리를 쓰라'는 충고를 곁들였다.

그런데 이에 대한 청와대의 대답이 걸작.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일부에서 '머리를 써야 한다', '얼리 버드(early bird) 증후군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을 충분히 받아들인다"면서도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평소 하는 말씀은 '머리도 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열심히 일하면서 머리'도' 쓰라는 것이지, 몸만 열심히 일하라는 것은 아니다. 이 점에 오해가 없길 바란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일단 몸을 쓰는 것은 '기본'이라는 얘기다.

이 대변인은 "사람이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것 아니냐"면서 "개인적인 생체실험을 지난 10개월 동안 해 보니 사람의 잠재적 능력은 무한하더라"고도 했다.

'농담'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그는 "저녁에 술을 안 먹으니까 건강에도 좋지 않느냐"고 했다. '이명박식 천리마 운동'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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