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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5000억에 팔아먹지만 않았어도 뚝섬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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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5000억에 팔아먹지만 않았어도 뚝섬에는…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③] 서울의 과거, 서울의 미래

한 사람의 얼굴에는 그가 살아온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시의 풍경은 어떨까요? 대한민국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의 모습 속에는 지난 시기를 가로지르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죠. 그런데 우리는 정작 현재의 모습만 확인할 뿐, 그 안에 어떤 역사가, 아픔이, 욕망이 숨어 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임동근 박사(서울대학교 지리학과 BK교수)가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반비 펴냄)을 펴낸 것은 이 때문입니다.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은 멀리는 일제 강점기 농촌 풍경부터 지금 이 순간의 '메트로폴리스 서울'까지, 이 도시가 어떻게 만들어져왔는지를 정치지리학의 시선으로 추적합니다.

메트로폴리스 서울은 경제 개발을 위해서 전국에서 동원된 사람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해야 하는 '지배하는 자'의 욕망과, 가난에서 벗어나 성공하고 말겠다는 '지배받는 자'의 욕망이 충돌하면서 빚어낸 공간입니다. 당연히 이 두 가지 욕망은 대립하고, 타협하고, 융합하면서 무수한 사건을 만들어냈죠.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은 동사무소의 출현, 행정구역 개편을 통한 서울의 확장, 그린벨트의 등장, 아파트의 등장, 아파트 분양과 중산층의 탄생,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탄생, 지방자치제, 청계천 복원, 버스 전용차로, 뉴타운, 디자인 서울 등의 사건을 통해서 바로 이 욕망들의 맨얼굴을 추적합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서울 사람의 삶이 어떻게 만들어져 왔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정치가 보통 사람의 삶을 어떻게 빚어내는지 그 생생한 사례를 보면서, 삶에 각인된 정치의 힘에 전율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통해서 비로소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더 나아가 이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을 진전시킬 수 있습니다.

더 나은 삶을 고민하는 여러분이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을 읽기를 권합니다. <프레시안>과 반비 출판사는 이 책을 먼저 읽은 여러분의 독후감을 매주 목요일 공개합니다. 세 번째 독후감은 서울시장 후보(2006년)로도 출마했던 진보 정치인 김종철(진보결집 더하기 회원) 씨입니다. 그는 뚝섬에 30억 원이 넘는 초호화 주상 복합 아파트가 들어선 사연부터 시작합니다.

▲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임동근·김종배 지음, 반비 펴냄). ⓒ반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전임자였던 고건 전 서울시장(1998~2002년)은 베이징에 출장을 갔다가 돌아오면서 한류 아이돌의 중국 팬클럽과 마주친 적이 있다. 그는 엄청난 수의 청소년을 보면서 '성인들이야 여관에서 자면 되겠지만, 이 청소년들은 어디서 숙박을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결국 서울에 유스호스텔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한류가 더욱 인기를 끌게 되면 외국인 청소년 관광객들이 서울로 대거 몰려들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당시 개발 계획이 마무리되고 있던 뚝섬 지구에 유스호스텔을 짓기로 하였는데, 이 계획은 후임자인 이명박 시장이 당선되면서 없던 일이 돼버린다. 원래 뚝섬 지구에는 유스호스텔과 더불어 시민공원, 쇼핑센터를 지을 예정이었는데, 이명박 시장이 이 계획을 백지화하고 이 지구를 민간 건설사에 불하하기로 한 것.

결국 5000억 원이라는 전무후무한 액수에 뚝섬 지구는 팔리고, 그 자리에는 2개동 총 230가구의 초호화 주상 복합 아파트 '한화 갤러리아포레'가 들어서게 된다. 이 건물은 가구당 최소 30억 원이 넘는 가격으로 분양이 되면서 한국 사회 최상위 1%의 주거 공간이 된다. 강변북로를 달리다보면 서울 숲 옆에 우뚝 서 있는 두 개의 거대한 초록색 건물이 바로 그것이다. 한류와 유스호스텔의 관계, 뚝섬 지구의 용도 변경에 얽힌 비사 등 한편으로는 재미있고, 한편으로는 이명박의 장사꾼 기질에 입맛이 약간 씁쓸해지기도 하는 이러한 비사는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제7장에 나오는 내용이다.

메트로폴리스는 원래 그리스말로 'Mother'와 'Polis'의 합성어로서 '어머니(母)의 도시'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자식 도시는 무엇이 될까. 임동근은 이렇게 사람의 지적 호기심을 조금씩 자극하면서 거대 도시 서울의 형성사를 10개 분야로 나눠 서술하고 있다.

원래 팟캐스트로 방송한 내용을 책으로 낸 것이라 하는데 내가 이 책을 읽는 것을 본 동네 주민이 '아, 이거 엄청 재미있게 들었는데…'라고 얘기한 것을 보면 꽤 인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더구나 2013년 10월 1일부터 12월 3일까지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매주 이 방대한 내용을 다룬 것인데 그것만 봐도 임동근의 지적 성실함과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는 그저 알아두기만 해도 도움이 될 만한 그런 역사들이 많이 나온다. 책의 트레이드마크가 되다시피 한 것으로 '박정희 정권은 왜 그린벨트를 지정했는가'에 대한 설명이 있다. 임동근에 따르면 박정희는 1968년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시작하면서 재원을 조달하는데 많은 애로를 겪었다.

그래서 경부고속도로 주변 부지를 개발하면서 개발 이익 환수 명목으로 땅의 일부를 지주로부터 거둬들이는데, 이러한 땅을 체비지라고 한다. 이 체비지를 계속 팔아서 도로 건설의 재원으로 사용하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시중의 돈이 이 체비지를 사는데 들어오지 않고 다른 지역의 개발 호재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박정희 정부는 이러한 돈을 흡수할 목적으로 당시 개발 호재가 있던 부천, 소사, 기흥, 능곡 등 주요 지역을 대거 그린벨트로 묶어버리고 체비지를 팔아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이용한 것이다. 나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 문외한이지만 임동근의 분석은 상당히 신선하게 들렸다. 일설에 의하면, 타워팰리스가 지어진 자리가 강남 개발 당시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체비지라고 한다.

인구 이동에 관해 정부와 서울시는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는데 그중의 하나가 여성의 몸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강력한 주민 관리와 통제를 원했던 정부는 주민 등록 제도를 통해 인구 이동 실태를 철저히 파악하려 했지만 여러 가지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주소는 시골에 두고 서울에 와서 살면서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아도 잘 파악이 안 되었던 것이다.

특히, 여성이 더 큰 문제였는데, 남성은 예비군 소집을 해서라도 주기적으로 파악이 가능했는데 여성은 그것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당시 수많은 여성들이 주소는 시골에 두고 서울에 와서 일을 했으니 그럴 법도 하다. 그래서 노동력 이동이 가장 심하고 종사자도 많았던 음식, 유흥서비스 업종에 '보건 검사'를 실시하여 주기적으로 여성 인구의 움직임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전염병을 옮기면 안 된다는 이유를 들어서 말이다.

이외에도 예전에 파출소에 저울이 있었던 이유, 반지하와 옥탑방이 확산된 배경, 빌라가 대부분 3~4층으로 지어진 이유, 아파트형 공장의 출현 이유 등 읽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깨알 같은 서울의 역사가 들어있다.

임동근은 과거의 역사 서술에 그치지 않고, 박원순 시정의 평가를 통해 서울의 미래를 내다보려고 한다. 내 예상과는 조금 달리(?) 임동근은 박원순 시정에 대해, 특히 박원순 시정의 상징처럼 돼버린 '마을 만들기'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하지 않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박 시장이 어떤 비전으로 이 사업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평가의 시점이 팟캐스트가 녹음된 2013년 말이라 아직 박원순 시정의 참모습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은 고려돼야 할 것 같다. '마을 만들기'는 동네에서의 생활이 적은 분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지만 서울 각 동네에서 공동체를 만들고, 마을을 가꾸고, 시민 참여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임동근은 그러한 계획이 구체적인 비전과 가치 아래서 이뤄지지 않는 한 자칫 예전의 새마을운동의 도시 버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우려가 꼭 우려인 것 같지만은 않다. 실제로 이 책을 읽고 나서 동네에서 마을 만들기를 하고 있는 몇몇 분들에게 의견을 물어보았는데, 그 가운데 한 분은 "새로운 새마을운동처럼 될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을 하였다. 내가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예를 들어, 서울 성북구에서 낙후된 마을을 대안적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을 통해 모범적으로 바꾸고 있는 '장수 마을'의 사례를 보고, 서울시가 여기서 더 나아가 몇몇 마을을 특정한 특색으로 유도하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동네는 장미가 특색이 될 수 있으니 장미 마을을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뭐 이런 식 말이다.

주민이 자발적으로 마을을 만들어 가는데 후원자가 되기보다는 서울시가 마을을 인위적으로 끌고 가려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대목 같다. 또 다른 어떤 분은 '마을 만들기는 긍정적 측면이 70, 부정적 측면이 30'이라고 하면서도 이 사업이 지나치게 방대하여 중심이 부족하고, 사람을 키워내기보다는 예산의 집행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데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고 하였다. 이러한 지적이 임동근의 비판과 어느 정도 같은 맥락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박원순 재임 4년이 되어가는 지금 박원순 시정에 대한 임동근의 새로운 평가를 들어보고 싶고, 또한 박 시장 역시 이러한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와 임동근은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 함께 일했던 경험이 있다. 나는 2006년도 서울시장 후보로서, 임동근은 서울의 도시 및 주거 정책에 대한 정책 전문가로서 말이다. 그때도 그로부터 많은 도움을 얻었고, 주택 정책 공부로 골머리를 싸매던 나에게 그가 권한 책 <주택 정책 반세기>는 내 눈을 한 단계 더 올려주기도 하였다.

물론, 토론할 지점도 꽤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도시 빈곤의 문제 같은 것 말이다. 누구나 다 생각하듯이 성공한 사람들이 많은 화려한 도시에 가난한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러나 또한 역설적인 다른 평가도 있는 것 같다. 한 예로, 도시 연구로 유명한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그의 저서 <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이진원 옮김, 해냄출판사 펴냄)에서 '도시 빈곤의 위대한 역설'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관련 기사 : 전원도시보다 아파트촌이 생태적이다!?)

즉, 어떤 도시가 공립학교나 대중교통, 상하수도 시스템 등의 확충을 통해 그곳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면 그 도시에는 더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들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에서 지난 수십 년간 새로운 철도 역사가 세워지면 그 역사 주변의 빈곤율이 오히려 더 높아졌다고 한다.

한마디로 성공한 도시는 일자리나 공공 시스템의 개선으로 가난한 사람을 불러들이기 때문에 양극화가 유지되거나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성과가 없는 도시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일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역설이 임동근의 주장과 상충되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 다른 측면에서 도시의 성취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토론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임동근의 지적대로 메트로폴리스 서울-수도권은 1965~2015년 사이에 인구가 열 배 늘어났고, 1975~1995년의 20년간은 매년 50만 명이 지방으로부터 이주해왔다. 그 결과 서울-수도권에는 또 다른 의미에서 '사람들의 이중구조'가 형성됐고 이것은 극복돼야 할 과제이기는 하지만, '도시 빈곤의 위대한 역설'의 관점에서 보면 불가피한 측면도 있는 듯하다.

나의 짧은 지식으로 이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고, 앞으로 서울이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더더욱 제시하기 힘들다. 임동근이 이번 책에 이어 더 풍부한 텍스트를 세상에 내어주기 바라며,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도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비화를 꼭 들어보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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