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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손' 이문옥 "진보신당에 바라는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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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깨끗한 손' 이문옥 "진보신당에 바라는 세 가지"

민노당 '평당원파'의 상징이 밝힌 탈당의 변

지난 8년간 민주노동당은 자주파와 평등파라는 양대축을 중심으로 움직였지만 '평당원파'라는, 정파의 굴레에 묶이지 않은 당원들이 만만찮은 힘을 발휘한 때가 있었다. 양대 정파의 틈바구니 속에서 결국 큰 힘을 발휘하진 못했지만, '평당원파'를 상징하는 인물은 이문옥 전 감사관이었다.

감사원 감사관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1990년 삼성 등 재벌로비에 의한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감사중단 폭로 이후 '공무상비밀누설'혐의로 옥고를 치른 이 전 감사관은 그해 시사저널 과 한국기자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로 뽑혔다.

이후 감사원으로부터 부당 해직 당한 대신 '한국사회 최초의 공익제보자'라는 영예를 얻은 그는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 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 등에서 활동했고 결국 1996년 대법원의 무죄판결, 징계파면 취소판결을 통해 감사원에 복직했다.

1999년 감사원에서 정년퇴직한 이후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부대표로 합류한 그는 민노당의 '과거 운동권' 이미지를 탈색시키는데도 큰 몫을 했다. 이후 이 전 감사관은 평당원들의 성원을 바탕으로 2002년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해 이명박 대통령과 겨뤘다. 당시 이문옥 서울시장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는 '깨끗한 손'이었다. 그는 2004년 총선 비례대표 경선에도 나섰지만 좌우를 막론한 '세팅선거'에 의해 후순위로 밀렸다.

이후 그는 민노당 부패추방운동본부 본부장을 지냈지만 당의 커진 덩치와 비례해 목소리가 더 높아진 정파와 스타 의원들에 밀려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일반인들의 기억에선 많이 잊혀졌지만 이처럼 민노당의 한축을 담당했던 이 전 감사관은 <프레시안>에 보내 온 글을 통해 탈당과 진보신당 합류를 선언했다.

이 전 부대표는 자신의 과거와 민노당 창당 초기 활동을 자랑스럽게 회고했지만 "대통령 선거 때의 결과를 당 지도자들과 대표들이 겸허히 받아들이고, 당을 혁신시키기를 희망했지만 2월 3일 당 대의원 대회의 결과와 그 실상을 목격하고는, 저에게 남아있는 실낱같은 당에 대한 희망마저 사라져버렸다"고 토로했다.

또한 이 전 감사관은 진보신당을 향해 "NL, PD는 잘 몰라도, 서민을 위해 일하는 것을 즐겨하는 참 일꾼당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그는 반평생을 공직에서 보낸 이답게 "새로운 진보정당은 진보적인 행정가, 공무원들을 많이 배출할 수 있도록 재정, 인력을 배치했으면 한다"며 "새 진보정당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지방자치 단체장, 광역의회, 기초의회에 당원들이나 진보적인 공무원들이 많이 진출할 수 있는 정치적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전 감사관은 "새로운 진보정당은 그동안 시민운동단체들이 맡아왔던 '시민운동 차원'의 부패추방 운동을 민중적, 계급적 입장에서 재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과 공무원 세계의 부패를 단지 '양심회복'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와 연결되어있다"고 폭로해야 한다는 것이 이 전 감사관의 제언이다.

이 전 감사관의 한 측근은 "연세도 있으시고 해서 신당에서 아주 활발하게 활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이 전 감사관은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태실 생각이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새 진보정당은 이 전 감사관 같은 분이 진보진영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전 감사관은 2일 오후 진보신당 원탁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연설할 예정이다. <편집자>


감사관에서 민노당 서울시장 후보가 되기까지
▲ 이문옥 전 감사관은 민노당 창당시 부대표로 합류해 2002년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지만 탈당과 진보신당합류를 선언했다

제가 8년 전 민주노동당에 입당한 이유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크게 보아 다음과 같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부정부패는 권력과 돈을 가진 자들이 주로 조직적으로 저지르기 때문에, 이를 발본색원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흩어진 도덕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부정부패에 깊게 연루된 보수정당이 아닌, 깨끗하고 양심적이면서 서민을 위해 일하는 조직인 진보정당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90년 구속, 6년간의 긴 법정투쟁, 그 이후 부정부패추방운동을 통해서 이러한 제 신념은 보다 더 확고해졌습니다.

아시다시피, 1990년 5월 15일 저는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구속되었습니다. 당시 재벌들의 부동산투기는 도시 서민들 전세 값 월세 값 폭등의 주범이었습니다. 이런 들끓는 여론에 침묵할 수 없었던 감사원에서는 재벌들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실태조사를 실시했고, 저는 감사반장으로서 그 조사를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삼성그룹의 ㈜ 중앙개발 등의 비업무용 토지에 대해서 감사하는 과정에서, 상부로부터 감사중단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삼성측의 집요한 로비 덕분에 그 감사는 중단되었고, 전 이러한 삼성재벌의 파렴치한 로비를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양심선언을 하게 되었는데, 그 양심선언은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둔갑했고, 전 구속되었습니다. 60일간 독방 감치, 그 이후 6년간 법정투쟁을 통해서, 홀로 선 양심은 흩어진 모래 알갱이에 불과하다, 한 개인의 도덕적 양심은 사회정의라는 집을 짓는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두 번 째 이유는, 제가 자라온 성장배경과 저의 공직생활 경험과 관련이 있습니다. 농사꾼의 아들로 자란 저는 서민을 위한 진보정당의 당원이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30년간 공직생활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 큰 병폐 가운데 하나는 부정부패라고 진단하고, 그 병폐를 도려내는 것도 서민들의 생활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편이라고 봤습니다. 부정부패는 돈과 권력과 조직이 없는 서민은 이를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고, 이는 권력과 재력을 가진 자에게는 득이 되고 서민들에게는 손해를 안겨주게 되어, 결국 부익부빈익빈의 현상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재벌들의 부동산투기, 내부거래를 통한 부당이득, 그리고 고위 공직자들의 뇌물수수의 피해자들은 세금을 투명하게 내는 시민들과 노동자들, 서민들입니다.

제가 민주노동당을 선택한 세 번 째 이유는, 저의 작은 참여 하나가 미력하나마 보수정당들 틈바구니에서 진보정당이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02년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기로 결심을 했던 것입니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수많은 생면부지의 진보적인 청년들과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민주노동당 서울특별시장 후보로 나를 추대해주고 후원까지 해줬습니다. 비록 선거에서는 낙선했지만, 그 해 말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노동당 후보 권영길씨가 3.9%를 획득하고, 또 2004년 총선에서는 13%지지를 받았을 때는, 제가 민주노동당을 선택하고 서울특별시장에 출마했던 것이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패배할 수는 있지만 책임은 져야 하지 않았나?"

그러나 2004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10석을 얻은 이후, 민주노동당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의 연속이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서민을 위한 정당이 맞는가, 일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당이라 할 수 있는가, 진짜 진보정당의 길을 걷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던 진보정당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었고, 심지어는 부정부패로 얼룩진 한나라당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민주노동당에서 발생하는 것을 목격할 때는 남몰래 한 숨을 지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어떤 계기가 되면 본연의 자세로 돌아오겠거니 생각하면서 일말의 기대를 놓지 않았습니다.

2007년 대통령 선거는 민주노동당에게 커다란 패배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저는 재정, 인력이 풍부하지 않은 민주노동당이 선거에서 얼마나 힘겹게 보수정당 후보들과 싸워야 하는가를 체험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 선거 때의 결과를 민주노동당 지도자들과 대표들이 겸허히 받아들이고, 당을 혁신시키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러나 2월 3일 당 대의원 대회의 결과와 그 실상을 목격하고는, 저에게 남아있는 실낱같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희망마저 사라져버렸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서민들의 생활을 걱정하고, 서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고자 노력하는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 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셈입니다.

대통령선거는 질 수도 있고, 예상보다 나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패배와 실수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러나 2월 3일 당대회는 아직도 민주노동당내 다수파 정치인들이 서민행복을 위한 일보다는 당내 자기 입지 확보에 더 열중하는 모습을 국민들 앞에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을 확인한 이상 제가 민주노동당에 더 이상 머물러 있어야 할 근거가 사라졌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탈당을 하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부패추방운동을 민중적, 계급적으로 재해석하자"

새로운 진보정당에 바랍니다.

첫 번째, 진정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공익을 위해 일하는 머슴 당이었으면 합니다. NL, PD는 잘 몰라도, 서민을 위해 일하는 것을 즐겨하는 참 일꾼당이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웃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새로운 진보정당 이름을 곰곰히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일하는 당'입니다. 제가 몇 년 전 민주노동당 부패추방운동본부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답답증이 지금까지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습니다. 그것은 대 서민정치의 실종입니다. 당 안에서 권력다툼하는 시간을 절반으로 쪼개서 직접 서민들을 만나고 그들의 주장과 희망사항을 정책으로 만들고 실천했다면, 민주노동당이 지난 대선에서처럼 참담하게 패배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새로운 진보정당 바깥에는 민주노동당에 실망한 사람들을 포함해서, 아직도 많은 진보적인 사람들이 있고, 또 튼실한 진보당이 만들어지면 그 일꾼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진보정당에서는 정파 싸움하는 시간보다는 일하는 시간이 더 많았으면 합니다. 새로운 진보정당은 일보다는 자기 자리 차지에 더 열중하는 사이비 진보정치인이 발붙일 생각도 못하는 정당이었으면 합니다.

두 번째, 새로운 진보정당은 진보적인 행정가, 공무원들을 많이 배출할 수 있도록 재정, 인력을 배치했으면 합니다. 공무원 노조가 탄생했지만, 아직 갈 길은 험난합니다. 그리고 80만 공무원들이 새로운 진보정당을 지지하기 위해서는, 새 진보정당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지방자치 단체장, 광역의회, 기초의회에 당원들이나 진보적인 공무원들이 많이 진출할 수 있는 정치적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그 일환으로 새로운 진보정당에서는 해당 지역 당원들이 평상시에 지역주민들과 접촉하는 관행을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 서민들이 필요로 하는 신용상담, 임대차상담, 공익관련 부패상담, 그리고 비정규직 권리찾기운동 등을 지속적으로 실천했으면 합니다. 과거 민주노동당처럼 각 지역에서 일상적인 대 서민 정치를 통해서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 결여된 채 진행되는 집회나 서명운동은 정치적 효과가 이제 크지 않습니다. 다급하게 선거철에 가서야 지역을 순회하는 것은 보수정당에서나 어울리는 정치방식입니다.

현장 공무원들의 정신적 물질적 행정적 지지를 받지 않고서는 이제 새로운 진보정당은 전국 250개가 넘는 군, 인구 85%가 몰려 사는 도시의 각 동, 구청을 책임질 수 없습니다. 평상시에 각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진보행정을 꾸려나가는 게 새로운 진보정당을 각 지역 동네에 뿌리 내리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생산직이나 사무직 노동자들도 이제는 동네 지역 행정을 배우고 실천해야 진정으로 진보정당인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세 번째, 제가 재벌들의 비업무용 부동산 투기실태를 고발하면서, 삼성 및 재벌 편인 검찰과 싸운 지도 18년이 지났습니다. 최근 삼성의 내부비리를 고발한 김용철 변호사는, 이명박 행정 장관들 중에도 삼성 뇌물을 수뢰한 자들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강산도 2번이나 변했고, 90년과는 달리 우리들에게는 진보정당이 있습니다만, 삼성 등 재벌 로비는 아직도 집요하고, 변호사들을 고용해서 합법적으로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지방 행정은 어떠합니까? 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들은 한나라당, 민주당의 보수인사들로 꽉 채워져 있습니다. 이들은 돈으로 지역주민들을 매수하고 있고, 지역주민들은 묵인하고 있는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지역토호들의 부정부패 고리는 일회적인 고발이나 감시로 근절될 수 없습니다.

새로운 진보정당은 그동안 시민운동단체들이 맡아왔던 '시민운동 차원'의 부패추방 운동을 민중적, 계급적 입장에서 재해석해야 합니다. 정치권과 공무원 세계의 부패가 단지 '양심회복' 운동이 아닌,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새로운 진보정당이 국민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지난 10년간, 시민운동단체들과 언론들이 초발심을 잃어버리고, 자기 동네에서 벌어지는 부정부패를 묵인하거나 동조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진보정당은 각 지역에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면서, 지역행정을 주무르는 토호세력들을 몰아내고, 실제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진보정당, 그리고 노동조합들 스스로 부정부패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민주노동당과 일부 노동조합은 부정부패나 뇌물수수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고, 오히려 정파적 이익이나 자기사람 봐주기 식으로 이를 묵인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진보정당에 바랍니다. 부정부패의 문제를 일시적인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진보정당도 그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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