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부장관이 "군(軍)에서 교과서 집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 전망이다. '군대를 동원해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5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출석해 "일본 지배 하에 있던 시절에 독립군의 활동, 이것도 교과서에 잘못된 부분이 상당 부분이고 4. 3사건에 대해서도 실제로 우리 군이 아주 폄하되어 있고, 6. 25전쟁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일부 잘못 기술돼 있고 월남전에 대해서도 그렇다. 이번에 교과서 작업을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앞서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검정교과서에서 문제 됐던 근현대사 부문에는 역사학자만이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전공자를 필진으로 포함시키겠다"며 "현대사의 큰 아픔인 6·25전쟁과 관련해서는 군사 전공자도 참여해 입체적이고 정확한 역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 장관의 발언으로 미뤄보면, 민간 군사학 전문가가 아니라 국방부가 직접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민간 군사학 전문가가 참여하는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고 논란의 소지가 강한데, 국방부가 직접 교과서 집필에 관여하겠다는 것은 국정 교과서가 정권의 입맛에 맞게 쓰여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다면 한기호 의원이 지적한대로 제주 4.3사건이나 베트남 전쟁에 대한 군의 시각이 교과서에 반영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근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역사적으로 이미 전반적 평가가 이뤄진 제주 4.3사건의 성격을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으로 왜곡하려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한 왜곡이 진행될 경우 관련 제주도 뿐 아니라 시민사회가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전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인 하일식 연세대학교 교수는 "국방부가 국정교과서에 집필에 참여한다는 것은 초유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정교과서 체제였던) 김영삼 정부만 해도 정부가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게 아니라 제작 관리를 했을 뿐이었다. 군인, 혹은 공무원들이 교과서 집필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박정희, 전두환 정권 이후 없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현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는 모습이 점입가경"이라며 "국정교과서를 마치 '군 정훈 교재'처럼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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