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11월 13일. 서울시 중구 을지로6가 청계천 평화시장 한 섬유공장에서 가난한 재봉사로 일하던 고(故) 전태일(1948~1970) 열사는, 가혹한 노동 환경을 고발하기 위해 이 같은 외침을 끝으로 스스로 산화해 숨졌다. 그로부터 45년이 지났지만 노동이 짓밟힌 시대에 그의 외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수는 지난해 기준 6백만여명으로 OECD 평균보다 2배 많다. 반면 최저임금과 정규직 전환율은 평균의 절반이다. 또 저임금 노동자 비율과 근로시간은 2위, 임금 불평등 정도는 3위로 나타났다. 대구는 더 열악하다. 근로시간은 월평균 195.7시간으로 전국 1위인 반면, 임금은 평균 283만8천원보다 48만6천원이나 적다. 노동이 억눌린 시대, 다시 '전태일'의 이름을 부르는 이유다.
전태일의 고향인 대구지역에서 자발적인 시민들의 힘으로 첫 '전태일 문화제'가 열린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45주기 대구시민문화제 추진위원회'는 2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범어3동 대구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지역 첫 전태일 시민문화제 개최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공동추진위원장인 노태맹(54) <뉴스민> 대표, 오규섭(57)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정중규(57) 대구대학교 한국재활정보연구소 부소장, 허은영(26.휴직상태 직장인)씨 등 시민 20여명이 참석했다.
추진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22살 청년 노동자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절규를 남기고 불꽃 속으로 사라졌다"며 "인간을 물질화한 시대에 노동자도 사람이라는 인간선언을 몸을 불살라 보여줬다"고 했다. 그러나 "45년이 흐른 지금도 전태일의 절규는 이어지고 있다"면서 "해고라는 칼날로 사람을 겨누고, 청년은 일할 곳 없이 시들어가고, 남은 사람은 빚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암담한 현실이 다시 전태일을 생각하게 하고 그를 불러 오게 한다"며 "가난하게 살면서 사람에 대한 연민과 동료애를 놓치지 않고,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외치고, 불의 맞서 불꽃의 실천을 해낸 전태일의 정신을 다시 기억해 그의 이름으로 현실과 미래를 다시 상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특히 "대구는 전태일 고향으로 전태일은 일기 곳곳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대구에서 살았던 시절을 꼽고 있다"면서 "보수와 수구의 도시, 고담대구라는 오명으로 외면 받던 대구를 이번 문화제를 통해 전태일의 도시, 부당한 권력과 자본에 맞서 현실을 바꾸는 도시로 탈바꿈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문화제는 12~21일까지 '기억하고 상상하라'를 주제로 대구 곳곳에서 열린다. 12일에는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우리시대의 노동' 토론회, '대구+전태일 기억하고 상상하라' 집담회를, 13일에는 2.28공원에서 공연, 사진전 등 대구시민문화제를 진행한다. 21일에는 유족인 전태일 열사 동생 전태삼씨와 대구에서의 전태일 열사의 자취를 탐방한다. 또 같은 날에는 대구시 중구 남산동 전태일 생가터를 공원으로 조성하자는 선포식을 열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이날 저녁에는 오오극장에서 '전태일 정신 문학의 길' 작가와의 대화를 연다. 12일부터 21일까지는 오오극장 갤러리에서 전태일 시전을 이어간다.
이번 문화제는 <대구참여연대>와 <뉴스민>이 공동제안해 열리게 됐다. 그 동안 대구지역의 노동단체와 시민단체, 종교단체 등이 각각 전태일 열사 추모제를 열어왔지만, 이번에는 대구경북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 시민 270명이 1만원 이상의 기금을 내고 시민추진위에 이름을 올렸다. 시민추진위 참여는 오는 13일까지 대구경북 시민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김채원 대구시민문화제추진위 집행위원장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전태일 열사를 기린다는 점에서 이번 대구 문화제의 의미가 매우 크다"면서 "올해를 시작으로 앞으로 이 문화제를 해마다 정례화해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노동자와 노동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는 오는 6일 저녁 6시30분 대구시 대명동 소극장 빈티지에서 전태일 열사 45주기를 기리는 대구지역 노동자 추모제를 연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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