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정권 바뀌다보니"…슬그머니 '물타기'

靑-한나라, "인사파문은 시스템 문제" 한 목소리

청와대는 남주홍 통일, 박은경 환경부장관 내정자의 자진사퇴로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가라앉기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국가적인 인사시스템의 부재'로 슬그머니 돌리려는 기색도 역력해졌다. '총선역풍'을 우려해 남주홍, 박은경 두 내정자의 사퇴를 건의하기도 했던 한나라당 역시 같은 목소리를 냈다.
  
  땅 투기, 위장전입, 탈세, 논문표절 등 가장 기본적인 도덕성 검증조차 이뤄지지 못해 부른 이번 '줄사퇴 파동'의 책임을 '외부'에서 찾고 있다는 얘기다.
  
  "인사시스템의 문제…참작해 달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8일 "인사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그것은 아프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다만 이전 정부가 갖고 있던 2만5000개 정도의 인사파일이 폐기돼 정부기록 보존소로 이관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인사파일을 열람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국회에서는 본인들도 그 파일에 포함돼 있어 동의를 잘 안해주려 한다"면서 "그런 문제점도 있었으니 좀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전 청와대에서 인사검증을 해 주겠다는 것을 왜 이용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있는데, 그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면서 "사람이 노출되고, 인사내용이 샅샅이 전해지는데 하기 쉽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논문표절이나 부동산 투기 등의 문제는 인사파일을 거론하기 전에 기본적인 검증항목이 아닌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참작을 해 달라는 것이지, 그게 주된 이유라는 것은 아니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는 "워낙 많은 사람을 검증하다 보니 실수도 생기고, 역량을 초과하는 것을 하다 보니 허점도 생긴다고 이해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는 "생각보다 인재 풀이 제한돼 있다"면서 "제도적으로 인사검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당에서도 '시스템 문제' 한 목소리
  
  한나라당 내의 기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면서 인수위법이 좀 정비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면서 "우선 당선인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조각을 하는데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기구나 제도가 정비돼 있지 않다는 게 문제점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다음 대통령을 위해서도 한나라당이 앞장서 당선인이 조각하는 데 지원을 받고, 각료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해 앞으로는 검증이 소홀히 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의원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권이 10년 만에 바뀌다 보니 사정·검증시스템이 정식 작동이 안돼 허술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인사 시스템의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홍 의원은 "그러나 지금부터 임명되는 공직자들과 장관들은 정식으로 정권을 인수했기 때문에 정상적 검증시스템이 가동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일부 장관들의 추가사퇴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는 통합민주당에 대해서도 홍 의원은 "연말에 개각도 있을 수 있고 다시 검토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면서 "새 정부가 출범하는데 굳이 이것을 또 문제 삼아 낙마시키고 하는 것은 너무 심한 정치공세"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