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청와대를 방문해 이 대통령과 가진 조찬회동에서 이들의 자진사퇴를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변인은 "한시간 반 가량 계속된 회동에서 한나라당 측은 일부 장관 후보자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점을 완곡하게 지적하며 자진사퇴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은 오전 내내 고심을 거듭했다"며 "그러나 오전 중 남 내정자과 박 내정자 본인이 새 정부와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면서 용퇴의사를 스스로 전해 와 대승적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고 이들의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이 대변인은 "오늘 두 분의 용퇴를 계기로 국회도 새 정부가 국정공백 없이 순조로운 출범을 할 수 있도록 총리인준 동의안 처리 등에 뜻을 모아줄 것을 당부드린다"고도 했다.
"억울하다"…"와전된 일방보도 때문에"…
하지만 이날 자진사퇴한 장관 내정자들은 한 목소리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남주홍 내정자는 통일부 등에 배포한 사퇴서를 통해 "더 이상 저의 문제로 인해 새 정부의 출범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오늘 기꺼이 통일부장관 내정자직을 사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유야 어떻든 모든 것은 저의 부덕이고 불찰"이라면서도 '억울함'을 감추지는 않았다.
남 내정자는 "논란이 되었던 부동산 문제와 교육비 이중공제건은 충분히 해명자료와 함께 소명했으나, 와전된 일방적 보도가 계속되고 결과적으로 대통령님께 누를 끼치게 되어 심한 좌절감을 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저의 길로 다시 돌아가련다"면서 "새 정부가 국민 성공시대를 열어가는데 뒤에서나마 진력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덧붙였다.
박은경 내정자도 국회 환노위원장인 홍준표 한나라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퇴의사를 전하면서 "제주도 땅 외에는 비난받을 만한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투기꾼으로 몰고 가니까 억울하다. 사퇴하겠다고 말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내정자는 사퇴문에서도 "왜곡된 사실로 (나를) 투기꾼으로 매도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지난 30년 간 나와 남편이 매입해서 매각한 토지는 제주도에 있는 토지 1건 뿐인데 언론이 온당치 못하게 나를 부도덕한 투기꾼으로 매도했다"고 항변했다.
그는 "기자들이 앞뒤 의미 전달 없이 왜곡보도를 했다"며 "언론의 보도가 온당치 못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장관후보직을 사퇴하려는 것은 내 거취문제가 새 정부의 출범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한 핵심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박 내정자는 글로벌한 인재"라면서 "본인의 명예도 있고,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박 내정자는 다른 대안도 없이 단수로 올라올 만큼 뛰어난 인재였다"면서 "사실상 여성 인재 풀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그 만한 인물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고민이 많다"고도 했다.
첫 국무회의 파행 불가피…"현직 장관, 국무위원으로 참석시키기로"
오는 29일로 예정된 국무회의도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적으로 15인 이상으로 규정돼 있는 국무위원 중 3명을 인선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
청와대 측은 일단 29일 국무회의를 다음 달 3일로 미루기로 했다. 현직 국무위원 중 3명의 '장관직'만 해제하고 '국무위원직'을 유지시킨 상태에서 국무회의에 참석토록 해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렇게 참여할 3명이 꼭 여성-통일-환경부 장관일 필요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내각이 새 정부 국무회의에 국무위원으로 참석하는 사태는 피하기 어렵게 됐다"며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중 여성부장관 내정자와 현재까지 인선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일부 비서관들에 대한 인선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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