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 지지를 선언한 교수 102명 가운데 27.5%가 정부 또는 교육부 산하 기관에서 재직한 경력이 있거나, 박근혜 대선 캠프 또는 새누리당(한나라당)에서 일한 경력 등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102명 중 절반가량은 교육부가 '할당량'을 산하 각 실·국에 내려보내, 이를 지시받은 교육부 공무원의 직접 종용 및 회유로 선언에 참여한 것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증언도 나와 논란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비밀 '국정 교과서 태스크포스(TF)'팀을 통해 언론 동향 파악, 기획기사 생산 가능 언론 섭외, 패널 발굴·관리를 한 것은 물론, 더 나아가 '국정화 찬성' 여론 부풀리기에까지 직접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국정화 행정 고시가 예정된 오는 5일 전(2일)까지 여론을 수렴한다'는 게 교육부의 대외적 공식 입장이지만, 물밑에서는 보수 진영과 여권 유관자들을 중심으로 찬성 여론을 직접 만들고 확대 재생산한 것이라는 의혹이다.
☞ : [심층취재] '국정 교과서 지지 교수' 102인 전격 해부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이 30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102명 중 11명이 정부 및 교육부 산하 유관기관에서 일했다. 또 8명이 지난 2012년 박근혜 대선캠프에 참여했거나 새누리당(한나라당)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16명은 교육부 정책연구 용역을 수주한 경력이 있는 교수들이다.
이 가운데 중복 사례를 제외하면 총 28명이 세 가지 케이스(정부 및 부처 산하기관·대선캠프 및 새누리당·교육부 연구용역 수주)에 해당했다. 28명은 102명 중 27.45%다.
일례로 지지 선언에 참여한 곽모 교수는 지난 대선 시기 박근혜 캠프에 참여했다. 이후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교육·과학 분야 간사를 거쳐 2013년 교육부 산하기관인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현재도 이 기관의 이사장이다.
또 다른 곽모 교수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교육부에서 고위 공무원으로 일했으며 이후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직에 있었다.
김모 한국체육대학교 총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 출신으로, 이곳을 지역구로 16~18대 의정 활동을 한 전직 '친박' 국회의원이다. 2008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을 지냈고 2009~2010년에는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직에 있었다.
김 총장은 성폭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의원직에서 자진 사퇴한 심학봉 의원 지역구인 구미갑 선거에 출마할 것이 유력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기도 하다.
102명 중 27.5%가 이처럼 굳이 힘을 들이지 않아도 '지지 선언'에 참여할 법한 면면을 가진 인사들이라면, 50명 정도는 교육부 직원들의 설득과 회유로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뉴시스>의 29일 정부 관계자의 전언 보도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명단을 발표하기 2~3일 전 각 실·국에 30~40명씩 (지지 선언 인원을) 채우라는 지시가 있었다"면서 이에 따라 "국·과장들이 대학교수를 중심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 참여를 설득했다"고 주장했다.
또 102명 명단이 발표되고 일주일 뒤인 지난 23일에도 각 실·국에 할당량 100명을 더 채울 것을 요구했으나, 요구를 받은 이들이 대체로 거절해 추가 명단 발표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이 보도 이후 "각 실·국에 기사 내용과 같은 지시 또는 할당을 한 적이 없다"는 해명자료를 냈지만, 의혹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외려 이 같은 국정화 찬성 여론 부풀리기 또한 앞서 밝혀진 '비밀 국정화 TF'의 업무 중 하나가 아니었겠느냐는 의혹마저 짙어지는 형편이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도종환 의원이 공개한 정부의 'T/F 구성·운영 계획(안)' 문서를 보면, 5명으로 구성된 상황 관리팀 중 한 연구관의 업무가 '교원·학부모·시민단체 동향 파악 및 협력'으로 되어 있다. 또 10명으로 구성된 기획팀의 업무 중 하나는 '집필진 구성 및 지원 계획 수립'이다.
한편, 교육부는 당초 국정 교과서 집필진 구성이 완료되면 이를 공개하겠다고 했으나, 최근 대표 집필진만 공개하겠다고 한 발 뒤로 물러서 빈축을 사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