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편향 교과서는 없다" 이태진 전 국사편찬위원장 증언

"정권 영향 배제 어렵다...다양성이 민주주의 키워가는 힘"

이명박 정권부터 박근혜 정권 초기까지 국사편찬위원장을 맡았던 이태진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명예교수가 정부의 한국사 국정화 방침을 공개 비판했다. 그는 국정 교과서 내용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편향·왜곡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이 교수는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 중반인 2010년 9월부터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9월까지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냈다.

이 교수는 우선 "좌편향 교과서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지난 참여정부 당시 논란이 된 금성출판사 교과서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그 교과서를 폐지했다. 내용적으로 적어도 중도 우쪽으로 바꾸자고 해서 제가 그 일을 맡아서 했다"고 했다.

▲이태진 전 국사편찬위원장. ⓒ국사편찬위원회

이어 "정부 초기에 검인정 작업 심사가 일단 끝났을 때도 청와대 교문수석실에서 한 부를 가져가서 한 열흘간 검토를 했다"며 "그러니까 좌편향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 그런 책은 객관적으로 볼 때 거의 없다"고 했다. 당시 중도 우향적 시각을 많이 담으려 노력했다며 "방침이 그랬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중도 우파임을 인정하면서도, "만약 그런 것이 남아 있으면 고치면 되는데, 그걸 꼬투리로 해서 제도를 바꾸는 건 저는 현명하지 않다"며 "그래서 여러 가지 낭비가 불필요한 소모를 겪고 있는 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특히 향후 국사편찬위원회가 정부 입김으로 독립적인 집필 활동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과거의 예로 보면 정권의 영향이라는 건 완전히 배제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 정부는 2년여 남았는데, 2년을 지금 쓰겠다는 거다. 그 결과에 대해서 검증할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바른 교과서라는 게 쉽지 않다는 의견에 대해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 교수는 "한 입장에서 불만이 있더라도, 획일적인 것보다는 내용의 다양성은 참 중요하다. 그것이 자유민주주의를 키워가는 힘"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