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년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을 지내고 최근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한 주보돈(62.전 한국고대사학회 회장) 경북대 사학과 교수는 26일 저녁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에서 열린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시민 토론회'에서 김정배(75) 국사편찬위원장 등 현재 국정화를 주도하는 역사학계 인사들을 비판했다.
올해 3월 30일 김정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장이 신임 국편위원장으로 취임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 후 헌법 전문에 있는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가 아니라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는 뉴라이트 시각을 내세우며, 우편향 교과서로 논란을 빚은 교학사 교과서 살리기 운동도 벌였다. 또 현재는 친일·독재 미화, 역사왜곡 등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도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 교수는 "김정배 신임 위원장을 보며 참담한 일이 벌어졌구나, 국정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구나 짐작했다"며 "김 위원장 제자들에게 가서 노욕을 버리고 더 이상 역사학계를 욕되게 하지 말 것을 전하라고 제안했다. 사퇴를 종용하는 게 어떻느냐는 말도 전했다"고 밝혔다.
10월 중순 전격 교체된 전 김재춘(52) 교육부 차관에 대해서도 "2009년 영남대 재직중에는 국정화를 가리켜 독재국가에서나 하는 제도라고 비판하는 논문을 쓰다 청와대에 가니 반대 논리를 펼치더라"며 "정부 주구 노릇을 하며 장관을 꿈 꾼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결국 팽 당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친일미화로 논란을 빚은 이배용(68)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과 뉴라이트 역사학자로 알려진 이인호(79) KBS 이사장에 대해서도 "공통적으로 친일의 딸들이다. 스스로도 매우 극우적인 역사학자"라며 "이처럼 국정 국사교과서를 주도하고 있는 역사학계의 원로들을 보면서 노욕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 사관독재는 곧 국가가 망조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정화는 우리 사회를 보수화, 우경화 시켜 보수정권을 영속화하려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시절을 강조하며 유신독재시절 과거를 미화하고, 아버지의 친일 행적을 지워 식민사관을 주입하려 한다. 전체주의 냄새가 강하가 난다"고 비판했다. 또 "학교 나갈 나이가 다돼서 내가 마이크를 들고 이런 얘기를 하리라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면서 "슬픈 현실"이라고 자조했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대구네트워크는 26일 저녁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에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왜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주보돈 경북대 사학과 교수, 차경호 대구역사교사모임 대표, 김찬수 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상임이사, 이시훈 영남대 대학원생 등 4명이 발제자로 나섰다.
차경호(38.성산고 역사교사) 대구역사교사모임 대표는 "검정에서 자유발행제로 가는 것이 가장 좋은 현장 수업 방식"이라며 "국정화는 선진국에 없는 퇴행으로 학생과 학부모가 상식적으로 납득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친일과 좌편향 등 정치 프레임이 아닌 상식과 비상식 문제"라며 "국정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구역사교사모임은 매일 저녁 동성로에서 국정화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찬수(54) 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상임이사는 "인민혁명당조작사건(인혁당)과 대구10월항쟁 등과 관련해 여전히 지역에서 국가 폭력으로 희생된 유가족들이 빨갱이라는 잘못된 역사적 사실로 피해를 받고 있다"며 "국정화가 되면 이런 왜곡이 더 심각해질 것이다. 검정을 강화해 진일보 해야지 거꾸로 국정으로 가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민주주주의 바람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시훈(29) 영남대 대학원생은 "보수정권은 과거 역사에서 5.18, 10월항쟁 등 많은 죽음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세력"이라며 "앞으로 집권에 있어서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계속 그들의 발목을 잡기 때문에 정치적 취약성을 없애고 끊임없이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 국정화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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