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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교과서, '반(反)민주 새누리당' 역사 미화하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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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교과서, '반(反)민주 새누리당' 역사 미화하려는 것"

[이 주의 조합원] 강희용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

'싱글벙글.' 새정치민주연합 강희용 부대변인을 떠올리면 바로 생각나는 단어다. 분 단위로 사건·사고가 전개되는 숨 막히는 국회에서도 강 부대변인은 늘 양쪽 입꼬리를 승천시키며 밝게 웃고 있다. 때로는 이 질문 저 질문 집요하게 던져대는 기자들이 지겨울 법도 한데, 강 부대변인은 그런 내색을 전혀 안 한다. 아니, 그런 내색을 그저 안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제 일을 즐기는 게 분명하다.

올해 초 부대변인 일을 맡게 된 그는, 동시에 당내에 설치된 '유능한 경제 정당위원회' 대변인과 새정치연합 정치팟캐스트 <주간대변인회의> 진행 일도 함께하고 있다. 지난달 치러진 새정치연합 창당 60년 기념사업회를 제안하고 추진위원회 실행위원으로도 일했다. 중앙당에 많지 않은 1970년대 생(즉, 386 후 세대) 당직자다.

무엇보다 강 부대변인을 아는 이들은 그를 '오세훈 저격수' 또는 '맥쿼리 해결사'라는 말로 설명한다. 2010년 서울시 의원으로 선출된 후 의정 활동의 대부분을 오 당시 시장의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와 맥쿼리의 서울 지하철 9호선 민자사업 투자 문제점을 파헤치는 데 쏟았다. 이후 박원순 시장 서울시에서 정책 대변인, 또 서울시당 대변인 일도 했다. '강희용'으로 포털에 검색하면 현직은 부대변인임에도 '서울시의원 강희용'이 더 많이 검색될 정도다.

그런 그가 최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조합원이 됐다. 이번 달 초 프레시안 지면에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김석희 옮김, 한길사 펴냄) 서평을 기고한 것이 계기가 됐다. (☞ 서평 바로보기 : 장수가 전쟁터 무서워하니, 어찌 일인자가 되겠나?) 조합 가입 후 인터뷰는 원래 '세트'라는 뻥카를 살짝 곁들여 지난 22일 오후 그를 국회 모처로 불러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그와 한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전한다.

▲ 새정치민주연합 강희용 부대변인. ⓒ강희용

프레시안 : 올해 2월 문재인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후 부대변인 일을 시작하셨다. 부대변인 일은 어쩌다 하게 됐고, 또 해보니 어떤가. 오늘만큼은 당 입장 말고 본인 얘기 하자. (웃음)

강희용 : 여러 고민이 있었지만 주요하게는 '당내 세대 교체'에 나름대로 의미를 뒀다. 소위 포스트 386(강 부대변인은 1990년에 대학에 입학했다)이 당내 정무직 당직자로 임명되기는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부대변인 제안을 받았을 때 내가 당의 건강한 세대교체 흐름을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당의 입장과 고민을 출입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일을 한다. 정치 현장 한가운데 있다 보니 아무래도 돌아가는 일, 정치 현안에 대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되는 게 장점이다. 이슈를 발굴하고 키우는 일도 하는데, 가령 최근에는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퇴 요구를 앞장서서 했다. 내가 선제적으로 제기한 주장이나 지적이 이슈가 되는 것을 보면 일하는 재미가 커진다.

최근에는 창당 60년 행사를 제안했고, 이를 당에서 받아들여 추진위 실행위원으로 일했다. 당내 여러 세력이 있지만 최소한 '당의 역사'에서 만큼은 공동체 의식 또는 연대 의식을 확인하고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제안을 했다. 지금 정부-여당의 '국정 교과서' 몰이로 이른바 '역사 전쟁'일 벌어지고 있는데, 이를 보면서도 역사가 얼마큼 중요한 지를 느낀다.

프레시안 : 그러고 보니 상도동계 대표 인사이자 지금은 새누리당 대표인 김무성 대표가 당시 “새정치연합이 정통 야당으로 60년 행사를 하는 것은 한마디로 역사 왜곡”이라고 발끈한 일이 떠오른다. 1987년 창당한 통일민주당의 한 축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강희용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나. 새누리당은 당의 역사를 드러내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당이다. 그 정당의 역사는 친일과 독재, 반(反)민주, 쿠데타를 껴안고 있다. YS와 상도동계가 1980년대 민주화 운동에 기여는 했지만 3당 합당 후에는 반민주 한길을 걸어왔다. 간판 하나만 들고 야당의 '정통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낯부끄러운 일이다. 허경영의 공화당은 그렇다면 박정희 공화당 정신을 이은 것인가.

(YS의 통일민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동교동계 탈당 이후인 1990년 1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민주정의당과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과 3당 합당을 선언하고 오늘날 새누리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을 간판으로 내건다. 혹자는 오로지 권력을 잡기 위해 아무런 명분 없이 이루어진 초유의 정당 야합이라고 평하는 일이다. 김무성 대표는 당시 상도동계 인사로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따라 민자당으로 당적으로 옮겼고, 그 후신인 신한국당 소속으로 1996년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됐다. - 편집자)

프레시안 : 그렇다면 새정치연합은 어떤가. 새정치연합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뿌리라는 자신감을 때마다 자신 있게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경제 정책, 특히 노동 정책이 과연 민주적이었는가를 되묻고도 있다.

강희용 : 참여정부 국민의정부를 평가할 때, 당시 정부를 '절대 선'으로 만들어 오류에 빠지면 안 된다고 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비해서는 '낫다'는 위안을 애써 가질 필요도 없고 공과 과를 분명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새정치연합이 잘못하면 이런 정권이 들어선다는 책임감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과거 10년에 얽매이면 지금 안고 있는 문제들을 극복하지 못한다.

그래서도 새 인재들이 계속 당에 등장해야 하는 것이다. 공과 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이 정치 일선에 나서야 한다. 창당 60년 사업을 제안하고 진행했던 것도 그런 공과 과를 모두 끌어안자는 차원이었다. 나는 정부-여당의 국정 교과서 강행은 새누리당의 '정당사' 미화 작업이라고도 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부터 우리 역사를 왜곡하지 않아야겠다.

▲ 2011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연합뉴스

프레시안 : 무상급식 얘기를 해보자.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 의원으로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맞서 의정 활동을 벌였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2010년 당시 당 대표였던 홍준표 의원이 이제는 경남도지사가 됐고, 경남도 무상급식을 순식간에 무위로 돌려버렸다. '오세훈 저격수'로서 이런 흐름을 어떻게 봤나.

강희용 : 나는 홍준표 지사는 '오세훈 아바타'라고 본다. 경남도가 무상급식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것을 보고 든 생각은 '여전히 오세훈은 살아있다'였다. 오 전 시장은 당시 전쟁에서 패했지만 '복지 축소'가 보수라는 그 정신은 살아있는 것이다. 오 전 시장이 지난 4·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오브라더스'라는 이름으로 오신환 당시 후보의 선거운동을 다닐 때도 같은 생각을 했다. 다른 의미에서 보면 무상급식은 여전히 저들에게 위협적인 것이고, 또 완성되지 않았구나라는 점도 느낀다. 오세훈이 대표하는 '반복지 세력'이 있는 한 영원한 복지는 없다. 민주주의처럼, 복지 또한 끊임없이 싸워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 : 서울시 의원으로서 오 전 시장과 맞섰던 당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달라. 현재는 과거 자신의 의정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강희용 :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정말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보통 야당은 '투표 독려'를 하는데 그때는 '투표 거부'를 독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당시 손학규 대표에게 야 5당의 순차적 투표 거부 선언을 제안했다. 참여연대가 먼저하고, 이후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이 투표 선언을 한 후 민주당이 마지막으로 투표 거부 선언을 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보편 복지'이냐 '선별 복지' 냐였던 싸움이 투표율 싸움으로 전환됐고, 오 전 시장이 투표율에 제 시장직을 걸게 됐다.

정치적으로 평가한다면, 당시 내가 정책 기획위원장으로 있었던 '나쁜투표 거부 시민운동'과 같은 것들이 박원순 현재 서울시장과 안철수 의원의 등장을 가능하게 한 '정치적 공간'을 열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이후 이 두 사람과 민주당이 힘을 합쳐 현재의 새정치연합으로 이어졌다. 오늘날 문·안·박 희망스크럼의 원조가 과거 무상급식 주민투표 반대 운동이었던 셈이다.

▲ 2011년 7월 11일 참여연대 등 사회단체와 당시 야5당으로 구성된 '오세훈 심판! 무(상급식 실현)·서(울한강)·운(하반대) 시민행동 준비위원회 소속 서울시 민주당 강희용 의원이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청구 서명 과정에서 불법사례가 표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인터뷰를 준비하며 주변에 물어보니 강 부대변인을 '3조2000억 원의 사나이'라고도 하더라. 9호선 민간 투자를 하려던 맥쿼리와 싸우다 얻은 별명이라던데, 좀 더 자세히 들려달라.

강희용 : 아 맥쿼리. (웃음) 서울시의회에 있는 2년 동안 가장 집중했던 문제다. 2012년 만약 맥쿼리의 투자가 오케이 됐으면, 그러니까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맺은 협약(최소운영수익보장(MRG) 유지)대로 갔으면 3조2000억 원이 투입됐을 것이다. 협약 변경으로 3조2000억 원을 아껴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

맥쿼리가 9호선 투자에선 손을 뗐지만, 불공평한 민간 사업자와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맥쿼리는 지금도 전국 16개 민간투자 사업지를 가지고 있고, 이들 중 대다수가 도로 항만 터널 교량 같은 주요한 인프라들이다. 최근 우리 당 김현미 의원과 김영춘 부산시당 위원장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부산 백양터널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곳들도 민간투자사업자들 때문에 국민이 높은 이용료를 내고 있는 곳들이다.

프레시안 : 맥쿼리 민간 투자 문제를 집중 제기하며 김형렬 감독이 만들고 공지영 작가와 탁현민 교수가 내레이션(해설)을 맡은 '맥코리아'란 영화 제작도 기획·참여, 심지어 출연한 것으로 아는데, 영화로 돈은 버셨나 쓰셨나. (웃음)

강희용 : 제작사가 다 비용 부담했지 내 돈은 들어간 게 없다. (웃음) 나는 컨텐츠를 기획하고 출연만 했다. 의정활동이 영화화된 것은 처음이라고 하더라. 이 영화로 한국투명성기구에서 '투명사회상'을 받기도 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가 당시 출판 제안도 했었는데, 아직 마음의 빚으로만 쌓아두고 있다. 그때는 너무 바빴다. (강 부대변인은 이 얘기를 하며 매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맥쿼리를 비롯한 민간 SOC 투자업체들을 감시하는 것은 '경제 민주화'란 관점에서도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쟤네는 민간 투자 사업은 재정 건전성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특정 기업에 특혜성 이익을 보장해주는 것이 본질이다. 누군가는 민간 투자 참여로 반드시 이익을 본다. 그것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사회의 필수, 기본 인프라를 통해서 말이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국회에서 이런 일을 신나게 하고 싶다. 하하하.

프레시안 : 마지막 주제다. 프레시안에 한 마디 부탁한다.

강희용 : 부대변인으로서 프레시안 기사를 보면, 많은 정치 언론이 속보 경쟁을 하며 사건사고형 기사만 생산하고 있는데, 프레시안은 독자가 궁금해할 만한 내용으로 비교적 심층적인 기사를 만드는 데 주목하게 된다. 아마도 조합원과 무차별 대중을 둘 다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텐데 말이다. 프레시안이 앞으로도 설득력 있는 기사를 많이 만들어내는 언론이 됐으면 좋겠다. 대중성과 심층성, 다양성의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해 보인다. 함께하고 싶고 많이 도와주고 싶다.

누군가는 프레시안이 좀 무겁다고도 하던데, 나는 너무 가볍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가벼운 언론은 이미 많지 않나. 우리는 지금 주간지 월간지와 일간지 사이에 중간이 없다. 뉴스를 그냥 소비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곱씹을 수 있게 해주는 언론이 필요하다. 내 친구들 중에도 프레시안만 본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에 가면 기존 언론에선 채우지 못한 갈증이 채워진다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이런 독자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프레시안에 바라는 것은 '건강함'이다. 건강하게 생각하고 건강하게 먹고사는 문제,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문제 이런 관점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사례도 많이 보여주었으면 한다. 한국사회 '건강함'의 메카, 정보의 보고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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