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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NO'할 수 있는 한나라당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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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청와대에 'NO'할 수 있는 한나라당 돼야"

[인터뷰]'이명박의 386' 정태근 "우린 盧의 386과 달라"

정태근 한나라당 성북갑 예비후보는 이명박 당선인 주위에 몇 안되는 '정통 386'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하지만 연세대 운동권 출신의 그는 일찌감치부터 한나라당에 자리를 잡았다. 2002년 지방선거 때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후보캠프의 인터넷 본부장으로 인연을 맺은 후 그는 서울시 정무부시장, 지난 대선캠프 후보 수행단장을 지내며 '주니어 그룹' 가운데 최측근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명박 당선인과의 끈끈한 인연과 두터운 신임, 지난 대선기간 동안 보여 준 업무수행 능력 등을 통해 높은 평가를 받았던 그는 현역의원이 아닌 당협위원장으로는 서울지역에서 공심위의 단독추천 명단에 오른 유일한 인물이다. 지역에선 그만큼 '적수'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 정 후보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이명박 당선인을 둘러싼 각종 구설을 자초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 "이대로는 안 된다"고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한나라당이 제대로 된 의회정치를 복원하고 또 여당으로서 청와대와의 관계에 대해 부단히 고민하지 못하면 한나라당의 생명력은 오래 가지 못 할 것이라고 본다"고까지 했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여전히 과반을 넘나들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는 "추세가 위험하다"고 단언했다.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지지율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점, '견제론'이 '안정론'을 앞서고 있는 점 등에 유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 후보는 "한나라당이 더 큰 희망과 믿음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대로 저쪽(통합민주당)에서는 통합을 하는 등 뭔가 새로운 것을 추진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그런데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보여줄 것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니까 당선인의 지지율에 의존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영어 공교육 강화방안을 둘러싼 논란, 이 당선인의 '숭례문 국민성금 발언' 논란 등 각종 구설에 대해선 '당의 역할부재'와 '참모들의 침묵'에 화살을 돌렸다. 한 마디로 '정무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 후보는 "한나라당은 인수위가 무엇을 먼저 할 것인지에 대해 당으로서의 입장을 이야기했어야 했다"면서 "그런데 당에서는 인수위에 사람들을 꿔준 것 말고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10년 만에 집권을 했고, 또 총선이 목전에 있는 상황이어서 인수위와 한나라당의 관계, 당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무기능의 부실화'라는 진단에 대한 해법 역시 "건전한 동반자로서의 한나라당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에서 찾았다. 필요에 따라선 한나라당이 청와대에 대한 비판과 견제역할까지 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청와대에서 오더(order)를 내린다고 해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에 의하면 이는 '의회주의의 복원'이다. 정 후보는 "여태까지 정상적으로 의회정치를 구현한 집권정당은 없었다"면서 "청와대에서 실수가 있으면 당이 중심을 잡아 줄 수 있는 관계를 정립하고, 역량을 준비하고, 내용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자신을 비롯한 젊은 참모그룹들에 대한 '이명박의 386'이라는 규정에 대해서도 "'노무현의 386'과는 다르다"면서 "노무현 정부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은 지나치게 관념적이었지만, 한나라당에 참여한 사람들은 비교적 현실에 근거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본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 후보는 "노무현 정부에 비해 지금 한나라당, 이명박 정부는 국민이 절실히 느끼고 있는 부분들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면서도, 전체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설정해야 할 방향성도 같이 고민해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지난 20일 이뤄진 인터뷰 전문이다.


"이명박의 386과 노무현의 386은 다르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지역 분위기는 좀 어떤가?

정태근 : 지역분위기는 좋다. 공천 신청자도 나 하나였으니까, 정태근이 세긴 센가 보다하는 여론도 좀 있고…. (웃음) 지난 두 차례 졌다는 게 안타깝다는 여론도 있었다. 하지만 선거라는 건 모르는 것 아닌가.

프레시안 : 정 예비후보를 두고는 '이명박의 386'이라는 규정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명박의 386'이 '노무현의 386'과 비교해 갖는 차별성은 뭔가?

정태근 : '이명박의 386'이라고 따로 규정을 하는 것은 사실 무리가 좀 있다. 386세대 중에서 과거 DJ 정부나 노무현 정부, 소위 '범민주당' 계열의 정치에 참여한 사람이 있고, 민노당을 중심으로 진보적 정치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한나라당을 선택했거나 또는 뉴라이트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금 한나라당 내의 '386'을 단일한 색으로 이야기하기는 좀 어렵다.

연령이나 학번이 비슷하다고 해서 그렇게 규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시민사회운동 내지는 진보정치 운동을 했던 그룹이 있는 것이고, 전문직종에 종사하다가 참여한 경우도 있고, 또는 당료로 활동했던 사람도 있다. 하나의 개념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다만 과거 학생시절이나 사회에 나와서 민주화운동 혹은 대중운동 경력이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통칭할 수는 있을 것이다. 가장 큰 차이는 기본적으로 민주당 쪽을 택했던 사람들에 비해 인식 자체가 비교적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진보적 운동을 하게 되면, 가치중심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지 않나. 사물을 판단하는 데 있어 도덕성 등 가치 중심으로 판단한다거나, 자신의 이념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에 참여한 사람들은 비교적 현실에 근거한 판단을 한다고 본다. 현실의 작은 변화라는 게 국민들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나. 이런 측면에서 비교적 현실적 판단을 하고 있다고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에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비교적 자신들이 갖고 있는 이념과 철학에 충실했다고 보는데, 제도 정치권 내에서 민주노동당을 제외하면 소위 자유민주주의의 테두리를 부정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보수적 가치와 한나라당의 역할에 대해서 한나라당에 참여한 사람들은 의미 있게 봤던 것이고, 기존에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에 참여한 사람들은 한국사회에서 전통적 보수세력의 의미에 대해서 대립과 투쟁의 대상이라고만 봤던 측면이 강하다고 본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패러다임은 보수적 가치에 대해 전혀 존중하지 않는 부분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나라당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보수적 가치와 진보적 가치가 공존하고 있고, 또 두 가치 사이에서 실용적인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봤던 것이 차이점이다.

프레시안 : 국정운영의 주체라는 측면에선 그런 차이가 어떻게 드러날까.

정태근 : 노무현 정부와 비교를 해 보자. 노무현 정부는 우선 방향을 세우고, 목표와 로드맵을 설정한 뒤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대단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방향과 로드맵을 만드는 기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고, 또 대단히 많은 정력을 투여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정부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의 방식은 지나치게 관념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현실정치는 앞으로 국가가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는 측면과 함께 바로 지금 우리 국민이 겪고 있는 고통이나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동시에 고민하고 추진해야 하지 않겠나. 노무현 정부에 비해 지금 한나라당, 이명박 정부는 국민이 절실히 느끼고 있는 부분들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면서도, 전체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설정해야 할 방향성도 같이 고민해 나갈 것이다.

예를들어 이명박 당선인이 서울시장 시절 보여 준 가장 대표적인 업적이 대중교통체계 개편과 청계천이었다. 이것이 '상징성'과 '현실성'을 동시에 보여 준 사례였다고 평가한다. 기본적으로 교통은 대중교통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게 환경의 문제도, 비용의 문제도 올바르게 해결하는 길이다. 또 청계천 같은 경우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서울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까 하는 문제에 대한 선택이었다.

서울시의 교통비용은 대단히 싼 편이다. 부시장으로 있을 때 일본에서 환경상을 받으러 가서 "당신들은 버스든 전철이든 5구간만 넘으면 3000원을 넘게 내는데, 우리는 노선 끝가지 가더라도 1200원이면 된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더라. 비용, 시간 상의 혜택을 국민들에게 줬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것을 과거의 잣대로 보면 대표적인 좌파정책이다. 사람들은 'MB의 정책'을 자꾸 어떠한 '가치'로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그런 것은 거의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같이 일을 해 본 사람들은 안다.

이명박 당선인은 계속 변하는 사회적 조건 속에서 어떤 정책을 취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그 속에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시장논리에 맞는지, 효율적인지, 지속성이 있는지를 따져본다. 철학적 가치라는 측면에서 좌파적이냐 우파적이냐, 혹은 비용편익 측면에서 이득이냐 아니냐만을 두고 일을 하려고 했다면 '이명박 서울시장'은 아무런 일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변화하는 대도시가 아닌가. 미래를 봤을 때 과연 무엇이 도움이 되고 필요한 일인지를 판단하고, 적절하게 구현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집권당처럼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로는 안 된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어떤 여당이든 당 내에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가까운 세력이 있었고, 상대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밝히는 세력이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정 예비후보는 이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평가받는다. 일각에선 '이명박의 친위세력'이란 시선도 있다.

정태근 : 노무현 정부 실패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열린우리당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던 측면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이명박 정부 하에서 '이명박 정치'를 구현하는 친위세력이 있느냐 여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이명박 정부와 건전한 동반자 관계에 설 수 있는 정당이 세워 져야 이명박 정부도 산다는 생각이다.

과거엔 영수회담이 있었다. 이보다 우스운 일이 없다. 집권당이 제대로 서 있으면서 청와대로부터 받을 건 받고, 또 비판할 건 비판하면서 의회주의를 살리는 게 의회 본연의 기능이다. 과거의 집권당처럼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을 한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본다.

지난 5년을 보면 (여당은) 청와대를 제어하지도 못하고 대안을 내지도 못했다. 그러니까 집권당이 무능했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보다 열린우리당이 더 무능했다는 얘기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국회에 들어간 분들이 국민을 위해 창조적으로 한 일이 뭐가 있느냔 말이다. 청와대만의 무능이 아니라, 집권세력 전반의 무능이었다.

프레시안 : 정책구현의 속도에 있어 여당과 청와대 간에 속도차이가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사람들은 "당이 우리를 못 따라온다"고 답답해 했고, 거꾸로 당에선 "청와대가 너무 앞서 간다"는 인식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정태근 : 관점이 좀 다르다. 집권여당의 포지션 자체가 대단히 수세적이었다는 것이다. 여태까지 정상적으로 의회정치를 구현한 집권정당은 없었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

프레시안 : 이 당선인은 소위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불신을 여러 차례 언급했었다. 그렇다면 그 간극은 더 벌어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정태근 : 이명박 당선인께서 표현을 좀 잘못하셨던 게 아닌가…. 사실 제가 참모라면 '여의도 정치'라는 표현은 안 쓰시도록 했을 것이다. 이 당선인이 이야기하는 '여의도 정치'의 의미는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는 여의도 정치"다. 기본적으로 민주주의가 발전 할수록 의회의 권한은 강화될 수밖에 없지 않나. 미국의 경우 예산에 대한 권한을 의회가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게 대표적 예다. 연방정부에서 편성하는 예산은 참고사항일 뿐이다. 게다가 기획예산처보다 훨씬 강력한 예결산 기능을 하는 의회 내 부서가 존재한다.

이 당선인의 표현은 이제까지 의회에 문제가 있다는 측면을 언급한 것이다. 청와대가 바라는 것들이 있다고 해도 의회는 정당이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청와대에서 오더(order)를 내린다고 해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한나라당은 앞으로 이명박 정부를 잘 뒷받침한다고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 보완할 것은 보완해 주고, 또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점들은 적극적으로 제기하면서 같이 가는 관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식이 없다면? 과거에도 레임덕이 생기면 (청와대와 여당이) 함께 무너지지 않았나.

한나라당도 10년 만에 집권을 했지만 우리 정치사를 보면 정권이 몰락하면 그 정당이 완전히 헤매게 되는 구조다. 있을 수가 없는 정당구조다. 10년 만에 한나라당이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켰지만, 제대로 된 의회정치를 복원하고 또 여당으로서 청와대와의 관계에 대해 부단히 고민하지 못하면 한나라당의 생명력은 오래 가지 못 할 것이라고 본다.

"한나라, 인수위에 사람 꿔준 것 빼면 역할 못 했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인수위 활동을 통해 보여준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 또 당 사이의 정무기능, 커뮤니케이션 기능에 대해선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평가가 나온다. 어떻게 보는가.

정태근 : 그 동안 한나라당이 이명박 후보를 중심으로 정권을 교체하는 것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왔고, 결국 10년 만에 집권을 했다. 또 목전에 총선이 있는 상황이다. 정부를 준비하는 것은 당연히 인수위의 몫이긴 한데, 인수위와 한나라당의 관계, 당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사실 없었다.

내가 인수위에 참여는 안 했지만, 진행과정을 보니까 앞으로 대통령 선거를 좀 앞당겨야 한다는 생각도 들더라. 총리나 장관 청문회도 있는데 12월에 당선돼서 업무보고 받고, 국정과제 정리하기에는 너무 빠듯하다는 것이다. 한 달 이상 앞당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나라당도 무엇을 먼저 할 것인지에 대해 당으로서의 입장을 이야기했어야 했다. 막연하게 "인수위가 이런 부분은 잘못하고 있다"는 정도론 안 된다. 당이 "이런 정책은 이렇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하다 보니 다들 "인수위가 잘 해 주겠지"하는 기대감도 있었고, 우리가 비판적인 입장을 개진하면 언론에서 분열로 볼 것이라는 데 대한 부담도 있었다. 당에서 사실 사람들 꿔준 것 말고는 역할을 잘 못했다.

프레시안 : 노무현 대통령은 정제되지 않은 말로 비난을 많이 받았는데, 이명박 당선인 역시 '말'로 자초한 구설이 끊이지 않는다.

정태근 : 그건 당선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참모들의 문제라고 본다. 소위 '숭례문 발언'도 언론보도를 통해 봤는데 아무도 제지를 안 하더라. 이명박 당선인의 큰 장점은 지적을 받으면 바로 고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이야기를 안 했다는 게 문제다.

프레시안 : 당선인과 인수위의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하다. 지난 두 번의 정권 출범기에 비해선 많이 떨어지는 수준이다. 지지율을 치고 올라갈 복안이 있나.

정태근 : 두 가지다. 이명박 정부는 결국 일로써 지지를 다시 확보하는 것이고, 한나라당은 과거 집권당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총선을 경과하면서 당의 공약을 제시해야 하지 않겠나. 대선 때 만든 공약이 기본적으로 있고, 인수위에서 나온 것도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번 총선에서 종합적으로 제시할 내용이 과연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잘 살게 만들도록 한나라당을 도와 달라"는 것이 기본일 것이다. 당연하지 않겠나? 그렇다고 우리가 이명박 정부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그런 준비를 잘 안 한다는 것이다. 걱정도 된다.

솔직히 공천문제도 그렇다. 공천심사위를 구성하기 전에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를 두고 싸웠는데, 그 이전에 이번에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공천을 하는 게 국민의 납득과 지지를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 토론회 한 번을 못하지 않았나. 당이 10년 동안 정권교체를 준비하고, 1년 반 동안 대선을 치르느라 너무 피곤해졌나 싶기도 하고…. (웃음)

프레시안 : 견제론과 안정론 측면에서 봐도 견제론이 앞서는 상황이다. 정치라는 게 추세인데, 이 당선인과 한나라당 입장에선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는 게 아닌가.

정태근 : 그러니까 정부가 잘 되게 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과 동시에 한나라당이 잘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는 얘기다. 우선 공천을 잘 해야 한다. 그리고 청와대에서 실수가 있으면 당이 중심을 잡아 줄 수 있는 관계를 정립하고, 역량을 준비하고, 내용을 준비해야 한다. 이런 것을 부단하게 보여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으로선 지금 보여줄 게 별로 없다. 그러니까 당선인 지지율에 의존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겠나.

"총선앞둔 한나라, 심각한 문제의식 느낀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요즘은 보수언론까지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하는 형편인데 추세전환은 가능하다고 보는가.

정태근 :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낀다. 처음에는 언론에서 180석, 200석 이야기까지 나왔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더 큰 희망과 믿음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대로 저쪽(통합민주당)에서는 통합을 하는 등 뭔가 새로운 것을 추진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이다. 새 정부가 잘 하는 것과는 달리, 정치세력으로서 한나라당이 잘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좀 더 지속되면 오는 25일 새 정부가 발족하고 나면 당과 청와대와의 관계나 새 정부에 대한 바람에 대한 당 내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프레시안 : 정책 자체로 보면 영어교육론에 대한 비난여론이 컸다. 최근에는 남주홍 장관 후보자의 선임을 두고는 말이 많다. 물론 보수주의 정권이라는 것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지만 너무 지나치게 나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인데.

정태근 : 내가 인수위 논의에 참여를 안 했기 때문에 세세하게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당선인께서 당초 영어교육을 이야기한 것은 두 가지 차원이었다. 우선 영어를 통한 의사소통 능력을 높여 우리사회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측면이 하나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사교육비 중 영어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절반을 넘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수월성을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사교육 부담이 오히려 더 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의식한 정책이 제시됐어야 했다는 것이다. 적어도 인수위에서는 "이러이러한 방향으로 정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사교육비 부담은 없다"는 점을 같이 이야기해 줬어야 했다는 얘기다. 영어 경쟁력이라는 한 가지 측면만 강조를 하니 국민들이 부담스러워 했던 것이 아니겠는가.

남북문제에 있어선 기본적으로 이명박 당선인이 발표해 놓은 것이 있지 않나. '비핵·개방·3000구상'이라는 기조를 앞으로도 유지할 것이라고 본다. 남주홍 장관 후보자의 몇 가지 발언, 개인의 캐릭터를 갖고 앞으로 통일정책에 대해 우려하고 비판하기 보다는 당초 이 당선인이 통일부를 따로 두지 않으려고 했던 것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이 당선인은 통일부의 역할과 관련해 그 비중을 낮게 봤던 게 아니다. 오히려 종합적으로 접근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통일부를 폐지 외교부로 통폐합해 남북문제를 종합적으로 바라보자고 했던 것이다. 앞으로도 이미 발표한 대북정책의 기조를 갑자기 바꾼다고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프레시안 : 소위 '정통보수'를 표방하는 사람들은 정 예비후보를 두고 '좌파'라는 규정을 하기도 한다. 어떻게 받아들이나.

정태근 : 기본적으로 좌파, 우파라는 개념 자체가 이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진보진영 내의 교조주의적인 사람도 큰 문제고, 보수적인 사람들도 지나치게 수구적인 사고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그렇게 그룹핑을 하는 것 자체에 어떤 실용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사실 한나라당이 다른 정당에 대한 색깔공세도 안 해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더구나 당 내에선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프레시안 : 정통보수를 내 세우고 있는 선진자유당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정태근 : 일단 선진자유당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잘 모르겠더라. 선진당은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자신들이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것을 먼저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회창 후보가 탈당을 해서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다면 선진자유당이라는 정당이 만들어졌겠나. 사람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정당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것에 대해서 더욱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보여줄 때가 됐다는 얘기다. 막연히 더 보수적이고, 더 원칙적이라는 것 의미가 없다. 솔직히 대선을 보면서 이회창 총재의 정체가 무엇인지 의문을 갖기도 했었다. 선진당이 총선에서 후보를 많이 낼 텐데, 후보를 내기에 앞서 해야 할 일은은 "우리는 이런 정치를 하겠다"는 것을 국민에게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본다. 그게 국민에 대한 예의이고, 또 기본이다.

프레시안 : '정치인 정태근'으로서의 포부가 있다면 한 말씀 해 달라.

정태근 : 개인적으로 지금까지는 서울시 부시장, 원외위원장 등 '참모'로 활동을 해 왔던 게 사실이다. 앞으로는 내 나름의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전문성 있는 의정활동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참 괜찮은 정치인', '좋은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아울러 받는 정치인 되고 싶다. 무엇보다 '정태근'으로서의 정치를 잘 하고 싶다. 정치라는 것은 협력적 관계를 얼마나 잘 구축하느냐의 문제다. 한나라당 내에서부터 다른 정치선배들과 '내 정치'에 근거한 협력적 관계들을 잘 만들어가는, 그런 정치인이 되고자 한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말씀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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