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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여성 혁명가, '마오女'에서 '상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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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여성 혁명가, '마오女'에서 '상품'으로!

[김영미의 중국 미술 깊이 읽기] 치즈롱(祁志龙)과 군복에 감춰진 여성성

여'성'

생물학적으로 여성성을 부각할 때는 아무래도 여성의 신체를 강조하는 게 가장 쉽겠다. 그것만이 가시적으로 남성과 구별되는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자/여자' 로서가 아니라 '남성/여성'이라는 '성'을 붙이게 될 경우는 더욱 그러한 것이 도드라져야만 한다.

치즈롱(祁志龙)은 1992년부터 현대 중국 화단에 수많은 계집애와 여성 그리고 여동무를 쏟아냈다. 앳된 여성으로부터 나이가 든 성숙한 여인까지 그가 그려낸 여인들은 한 눈에도 바로 '여성'임을 알아채도록 그렸는데, 그의 그림에서 여성들은 특별히 여성스러움을 드러낸다.

▲ [Consumer Icons(1992년). ⓒbaidu.com

그가 처음 [Consumer Icons](1992년)로 여성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는, 그의 그림 속 여성들은 분명히 마오쩌둥(毛泽东)과 함께 있다. 마오는 자신의 모습을 여성들 사이에 끼어 넣고 있다. 물론 여성 상품화와 마오 주석의 이미지 소비가 병행되는 현상은 현대 중국 화단의 1990년대 유행했던 한 조류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1990년대 초 왕광이(王广义)의 [Great Criticism] 시리즈라든가, 뤄 브라더스(罗氏兄弟)의 [Welcome to the World Famous Brands] 시리즈 같은 것들 말이다. 이들 그림에서 사회주의는 소비화되는 지점에 있게 된다. 그리고 현대 중국 미술계의 유명한 평론가이자 큐레이터인 리시엔팅(栗宪庭)은 이런 그림들을 '정치적 팝(Political Pop)'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1995년부터 그는 마오를 없애기 시작하고 단순히 여성들로만 구성된 그림들을 그리게 된다. 이것은 [Chinese Girl] 시리즈로 명명되는데,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기 중국 소녀들은 모두 군복을 입고 있다. 따라서 이 여성들은 지금의 중국을 살아가고 있는 현실 속 여성이 아니라 과거의 사회주의 시기에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되어진다. 그리고 이런 그림들 속 소녀들은 커다란 군복과 군모 때문에 여성스러운 몸매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거나 혹은 머리칼을 구부러지게 하는 등의 어떤 여성성을 강조하기 위한 시각적 장치를 전혀 지니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림들은 분명하게 여성적이다.

ⓒchineseposters.net


가짜 기억들과 향수

사회주의 중국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바탕에 군사적 문화가 있다는 것은 중국 내의 인문학자들에게 이미 언급된 바 있다. 천스허(陈思和)는 군사 문화가 현대 중국 문학 작품의 인문학적 베이스가 되었는데, 그 영향력은 작가 개인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넓게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군사 문화에 대한 경험은 마오가 살아있던 시기를 보낸 모든 인민에게 공통으로 감지되는 뚜렷한 기억 장치다.

하지만 이 시기에 이루어진 군사 문화는 일본의 행위예술가인 마키 요이치(牧陽一)가 말했듯이 매우 가부장적이었다. 그는 이 당시 중국이 소비에트 사회주의 영향으로 여성을 남성들의 보조로서 위치시켰다고 지적한다.

여성성을 억압당했던 여성 "동지들"

▲ [China Girl](2001년). ⓒwhiterabbitcollection.org
실제로 마오가 살아 있던 시기 중국 사회주의에서 여성들은 남성의 부속적인 존재이면서 남성들보다 더 거친 존재이기도 했다. 그녀들은 여성이기 이전에 여자 '동무'였다. 실제로 이 시기 여성들은 그들의 여성성을 억압당하였다. 그녀들은 '동지'로서 남성들의 짝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지'가 남성과의 대등한 관계 속에 있지는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들은 남성 동지들에게 가린 존재였다.

사회주의 시기 제작된 어떠한 포스터에도 여성은 수적으로 확실히 적다. 그녀들은 대부분 어린 소녀들로 무장하였고 다른 수많은 남성들과 똑같이 무기를 들고 무장하고 있다. 사회주의 시기 '여성'의 존재는 남성성을 강요당하면서 여성성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치즈롱의 소녀들은 군복 속에 자신의 여성성을 감추고 있다. 사실은 그 가녀림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여성성은 더욱 드러난다.

잊혀진 여성성을 복원함으로써 치즈롱은 사회주의 시기 억압당하였던 여성들을 불러온다. 그가 지난 사회주의 시기로부터 복원하는 여성성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이 그림들을 보고 간직할 지금의 수용층과의 관련 속에서 위치가 정립될 수 있다.

상품이 된 과거로서의 사회주의

군복 속에 가린 소녀들의 이미지를 사는 순간 그림의 고객들은 남성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들은 지난 사회주의 시기를 소비시킴으로써 중국의 '과거'를 사게 된다. 이런 그림들은 지난 시기의 유물과 같이 중국의 어떤 시간들에 대한 기억들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남겨진' 유품이 아니다. 이것은 새로 '만들어진' 과거의 효과를 내는 골동품이다. 그것은 사회주의 시기에 그려진 과거의 산물이 아니면서 동시에 그 시기를 표방하고, 사회주의 시기의 진실된 모습이 아니면서 동시에 상상되어지는 과거 시기를 구성한다.

따라서 표면적으로 감지되는 사회주의 이미지는 완전히 구성된 가짜다. 그리고 그것은 중국 사회주의라는 과거 무형의 자산이 상품화될 수 있는 지점을 지시한다. 또한 우람한 남성이 아니라 연약한 소녀의 이미지를 지닐 때 더욱 그렇다. 왜냐하면 그것은 곧 중국 자신의 현재 모습이기 때문이다. 표면을 구성하고 있는 과거는 바로 지금의 현재성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것은 과거를 허상으로 그려냄으로써 현재를 조명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언제라도 자신을 여성으로 상대화할 수 있는 중국. 그래서 과거의 사회주의 틀에 갇혀있지만 언제라도 자본주의에 자신을 보여줄 나약한 소녀는 지금의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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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매체에 중국 현대 미술과 현대 미술 작가들에 관한 글을 연재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초기 경극 형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희곡예술연구원에 방문학자로 있으면서 한국 전통극 배비장전을 경극으로 기획하고 연출했다. 2003년 코넬 대학교 동아시아 프로그램 방문 연구를 계기로 중국 영화 비평을 시작하여, 전주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패널로 활동했다. 저서로 <현대 중국의 새로운 이미지 언어 : 미술과 영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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