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이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관련 4개 핵심 기술 이전이 불가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로써 KF-X 사업에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카터 장관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각) 미국 국방부에서 만나 △AESA(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 △IRST(적외선탐색 추적장비) △EO TGP(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 △RF 재머(전자파 방해장비) 등 4개 핵심기술 이전 문제를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카터 장관은 "KF-X 4개 기술 이전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카터 장관은 "기술협력 방안을 모색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핵심 기술 이전은 불가능하지만 한국 정부가 원하는 나머지 21개 기술에 대해서는 협력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부는 지난 4월 핵심기술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미국의 입장을 통보받은 이후 지난 8월 국방부 차원에서 카터 장관에게 기술 이전과 관련한 협조를 당부하는 서신을 보냈다. 하지만 두 달이 넘도록 미국의 답신은 없었고, 이번 만남에서 카터 장관의 입장을 다시 확인하게 된 셈이다.
이에 한 장관이 출국 전부터 미국에 핵심 기술 이전 관련 문제를 재고해달라고 요청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 실은 면피성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입장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에서 '할 만큼 했다'는 '알리바이'를 남기기 위한 일종의 '레토릭' 이었다는 해석이다.
한편 기술 이전이 불가하다는 미국의 입장이 재확인됨에 따라 향후 KF-X 사업이 기로에 놓였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 이전을 요청한 4가지 핵심 기술은 전투기의 눈과 귀 등에 해당하는 것으로, 고성능 전투기 개발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기술로 알려져 있다. 이에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의 업체와 협력하거나 독자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보기고 있지만,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 미국이 이번 만남에서 KF-X 사업을 포함한 방산 기술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협의체 구성과 운영에 합의했지만, 어떤 협의체가 될지 구체적인 모습이 전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 협의체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과 같은 민감한 군사 문제를 다루는 채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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